[사설]이완구 총리,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공공개혁 앞장서라

  • 동아일보

이완구 총리는 설날 전두환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김종필(JP) 전 총리 등 국가 원로의 자택을 찾았다. ‘포스트 JP’라고 불리는 이 총리의 큰절을 받은 김 전 총리는 “아무래도 여성(박근혜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게 남자들보다는 섬세하다. 절대로 거기에 저촉되는 말을 먼저 하지 말고 선행(先行)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이 총리는 “네”라고 답했다. 의례적인 덕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원내대표 때 박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썼던 이 총리가 과연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정직성에 상처를 입고 사과의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도덕성과 국정수행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정개혁을 견인하는 데는 지장을 줄 수 있다. 더구나 2·17개각으로 이 총리를 비롯한 전체 국무위원의 3분의 1이 현역 국회의원이다. ‘11개월 시한부 내각’이 표에 신경 쓰지 않고 국정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이 총리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정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배수진을 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40년 공직의 길을 걸어온 이 총리가 자기희생의 자세를 보여줄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대타협기구는 3월 말까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으나 논의에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총리가 지지부진한 정치권의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무원노조 설득에도 앞장서야 한다. 공무원들부터 자신들의 뼈를 깎는 개혁에 반대한다면 국민에게 노동개혁이나 금융개혁에 나서라고 강조할 명분도 줄어들 것이다.

이 총리는 공직사회 혁신에도 팔을 걷어붙여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년 정부 직제개편 때 총리 직속 인사혁신처를 신설했지만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면서 공공기관 개혁이 물 건너가는 듯한 상황에 국민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정교한 대책이 요망된다.

무엇보다 이 총리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무총리의 책임과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번 개각에서 이 총리가 책임총리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국무위원 제청권 등을 활용해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를 쇄신하는 일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마지막 공직을 맡았다는 비장한 각오로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완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