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윤회 딸 때문에 문체부 국장 경질된 게 사실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그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비선 실세’ 논란을 빚고 있는 정윤회 최순실 씨 부부(현재는 이혼)가 대한승마협회 감사 및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인사에 개입했는지를 놓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유기홍 의원은 승마 선수인 정 씨의 딸이 지난해 4월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해 판정 시비가 불거진 뒤 승마협회 특별감사가 이뤄졌고 협회 조사를 진행한 문체부 주무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다고 주장하며 배후로 정 씨를 지목했다.

정 씨의 승마협회 개입설이 불거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안 의원은 올해 4월 대정부질문에서도 정 씨 딸의 특혜설, 정 씨 측근이 만든 살생부에 따른 집행부 교체설을 제기했다. 정 씨의 딸에게 점수를 낮게 준 심판들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정 씨가 영향력을 미쳤다는 주장이었다. 그제 안 의원은 특혜설을 다시 제기하면서 문체부 관계자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정 씨의 외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어제 김 장관은 “이전 장관(유진룡)이 한 일이긴 하지만 인사는 장관 고유 권한이지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작년 5월 한 태권도 선수 아버지가 ‘편파 판정이 있었다’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은 체육단체의 비리 근절을 주문했다. 문체부는 4개월간 2000여 개 체육단체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승마협회 감사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해명이다.

지금으로선 정 씨 부부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 정 씨의 딸은 올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딸이 정작 국내에서는 2등을 차지해 국가대표에서 밀려날 뻔했다면 부모로서 억울했을 수도 있다. 체육계 전반에 뿌리 깊은 부정과 비리가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편파 판정이 있었다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인사 개입 의혹을 어물쩍 넘기려 하지 말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인정받는 길이다.
#정윤회#문체부#비선 실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