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극단적 상황서 맞닥뜨린 ‘도덕적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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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구할 것인가/토머스 캐스카트 지음/노승영 옮김/152쪽·1만2000원·문학동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질주한다. 직진 선로에 인부 5명이 있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선로에는 다른 인부 1명이 서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5명이 죽고, 선로 전환기를 조작해 전차를 옆 선로로 보내면 1명이 죽는다.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도덕적으로 옳은 것일까.’

1967년 영국 철학자 필리퍼 풋이 제시한 이 상황은 50년 가까이 ‘전차 문제(Trolley Problem)’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논쟁을 불렀고, ‘전차학’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이 문제를 첫 주제로 다뤘다.

이 책은 ‘전차 문제’에 대해 소송이 진행된다고 가상한다. 검찰은 5명을 살리기 위해 전차의 진로를 바꿔 옆 선로의 1명을 숨지게 한 대프니 존스를 살인죄로 기소한다. 경찰의 증언과 검찰의 기소장을 시작으로 변호사의 반론, 교수 심리학자 주교 재판장 배심원단에 이르기까지 재판과 관련 있거나 논쟁을 벌일 만한 주변인들을 차례로 등장시켜 각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분석한다.

각각의 입장은 저자의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다.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아퀴나스의 신학, 니체의 ‘초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철학적 담론과 그동안 있었던 논쟁의 정수를 담아 다양한 견해로 정리했다.

‘전차 문제’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정도는 약하지만 유사한 상황을 우리는 현실에서 수없이 맞닥뜨리고 있지 않은지, 그런데도 ‘무엇이 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을 얼마나 떠올리는지,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왜 도덕적인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묻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도덕적 딜레마#브레이크#전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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