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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짝퉁도 이 정도면 ‘준명품’

입력 2014-07-28 03:00업데이트 2014-07-2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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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7일 일요일 흐림. 희극의 왕족들.
#118 Weird Al Yankovic ‘Eat It’(1984년)
미국 코미디 가수 위어드 앨 얀코빅의 새 앨범 ‘맨더토리 펀’.
미국의 코믹 패러디 가수 위어드 앨 얀코빅(55·본명 앨프리드 매슈 얀코빅)이 최근 낸 14집 ‘맨더토리 펀’(의무적 재미)으로 생애 처음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밟았다. 8월 2일자 빌보드 차트에서 역시 첫 1위를 노렸던 제이슨 므라즈를 2위로 밀어낸 얀코빅은 배꼽 빼는 ‘짝퉁’ 가수다.

1983년 데뷔 이래 마이클 잭슨부터 에미넘, 레이디 가가까지 모든 시대, 모든 장르의 팝 히트곡 가사를 비틀어 코믹송으로 만드는 천부적인 재주를 그는 지녔다. 마이클 잭슨의 비장한 ‘비트 잇’을 반찬 투정 윽박지르는 부모 버전으로 바꾼 ‘이트 잇’(먹어)으로, 마돈나의 관능적인 ‘라이크 어 버진’을 엉터리 인턴 의사의 첫 집도를 그린 ‘라이크 어 서전’으로 뒤트는 식의 패러디는 데뷔 초기에 끝냈다.

반주 틀어놓고 입만 벙긋대는 게 아니다. 악기 연주, 편곡, 프로듀스 능력도 수준급이다.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얀코빅과 얀코빅 밴드 멤버들은 시대마다 업그레이드되는 히트곡들의 새로운 기법과 음향을 재현해내기 위해 32년째 절차탁마 중이다. 얀코빅은 특정 가수나 곡을 패러디하지 않은 자작곡도 여럿 히트시켰고, 뮤직비디오 연출을 직접 하며, 그래미상 후보에 11번 올라 3개의 트로피를 받았다. ‘짝퉁’도 이 정도면 ‘준명품’이다.

얀코빅은 새 앨범에서 퍼렐 윌리엄스의 ‘해피’를 ‘태키’로, 로드의 ‘로열스’를 ‘포일’로, 이매진 드래건스의 ‘라디오액티브’를 ‘인액티브’로 패러디했다. 얀코빅이 노랫말 패러디에서 즐겨 쓰는 주제인 과식은 이번에도 ‘포일’이나 ‘인액티브’에서 빛을 발한다.

얀코빅을 누를 패러디 송 가수와 작곡가가 한국에도 적잖다. 그들은 뮤직비디오 속 얀코빅처럼 스스로를 희화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습지 않진 않다. 패러디 수준의 베끼기에 ‘오마주’란 진지한 명패를 다는 코미디를 이길 재간은 얀코빅 할아버지에게도 없다.

이런 웃지 못할 오마주는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를 누리꾼의 언어 파괴 얘기, ‘워드 크라임스’로 비튼 얀코빅의 장인정신에 댈 바 아니다.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도 그의 팬을 자처했고 퍼렐 윌리엄스는 얀코빅 손에 패러디된 게 영광이라고 했다.

얀코빅은 신작에서 ‘겨울왕국’의 ‘렛 잇 고’ 패러디(‘메이크 잇 소’)를 포기했다. 그는 유튜브에 이미 너무 많은 패러디가 있어 독창적 작품을 만들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짝퉁 장인’의 고민은 계속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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