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라면의 추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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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9월 15일. 대한민국 라면의 원조가 탄생한 날이다. 개당 가격은 10원. 꿀꿀이죽 5원, 커피 한 잔 35원이었던 시절에 값싸고 쉽게 조리 가능한 식품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초기에 소비자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인 데다 라면이란 낯선 이름에서 옷감 등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 보급을 위한 무료 시식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1965년부터 혼식 분식 장려정책이 시작되면서 적은 비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의 입지는 금세 확고해졌다.

▷토종 1호 라면을 만든 삼양식품의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한 중장년 세대 중에는 엄마가 꺼내든 주홍색 봉지만 봐도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이들이 많았을 터다. 라면은 그야말로 천국의 맛으로 아이들을 유혹했다. 라면이 아무리 고급화하고 종류가 다양해진다 해도 국물 한 방울을 아껴가며 먹었던 그때 그 시절 맛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때면 집집마다 비상식량으로 라면 사재기에 나섰던 기억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라면은 이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13년 라면 수출액은 2억1552만 달러. 한국 라면을 가장 많이 사간 나라는 라면을 처음 상품화한 일본이다. 한국 라면을 수입해 가는 나라는 러시아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케냐 등과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까지 모두 124개국을 헤아린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도 유별나다. 2012년 기준으로 한 해 소비량 35억2000만 개로 세계 7위, 1인당 소비량은 부동의 세계 1위(72개)를 고수하고 있다.

▷추억으로 먹고, 맛으로 먹고, 배고파서 먹는 라면. 맛있는 라면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과 약간 분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 대파 송송 라면을 선호하는 사람과 치즈 한 장을 얹어 먹는 사람. 인터넷엔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 넘쳐난다. 포장지 뒷면에 적힌 조리법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지만 각자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조리를 할 수 있는 것이 라면의 장점이기도 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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