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당국… 구두개입 약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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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주기 식’ 정책 더는 안먹혀
환율급락때 달러 대량 매입 등… 투기 좌시 않겠다는 신호 줘야

이달 2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2원 낮은 1009원대로 떨어지자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명의의 자료를 내고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기업과 역외 등 수급 주체들의 거래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사태를 지켜보다가 정부가 환율을 다시 끌어올릴 테니 환율 하락 추세에 편승하지 말라는 뜻. 전형적인 구두(口頭) 개입이다. 이 개입 이후 환율은 잠시 1010원대로 올라갔지만 곧 1009원으로 하락했다. 이날 상황을 두고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국의 정책수단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두 개입의 약발이 떨어진 것은 원-달러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원화 강세를 당연한 흐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49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금리도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해외자금이 국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환율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외환당국의 발언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도 구두 개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구두 개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생각이 시장 전반에 퍼진 상황에서 당국의 발언에 따라 거래하다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겁만 주는 식의 개입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일시적으로라도 돌려놓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당국이 구두 개입만 할 게 아니라 실제 보유한 외환으로 달러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이 떨어지는 쪽에 ‘베팅’한 일부 투기세력에 경고한다는 차원에서다. 실제 5월 14일 외환당국은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를 별로 하지 않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규모로 달러를 사들였다. 속칭 ‘도시락 폭탄’을 시장에 던진 것.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 이상 올랐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은 존중하되 환율이 급락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책당국의 행보는 그렇지 않다. 4월 9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정부가 원화 강세 기조를 용인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나 고환율 정책의 폐해를 지적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대체로 원화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해 환율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보다 환율 변동속도를 조절해 경제 주체들에게 새로운 환율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외환#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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