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7조원대 ‘턱걸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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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악재… 침체기 진입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2년 만에 8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7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전 분기(8조4900억 원)에 비해 15.2%, 전년 동기(9조5300억 원)에 비해 24.5%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악화는 구조적이 아닌 일시적 문제”라고 강조한다. 3분기에는 실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분석한 2분기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은 중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장사가 안돼도 너무 안됐다”라며 “ZTE나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국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참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담스러운 추격자’ 수준이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어느덧 링 위에서 갈 길 바쁜 삼성전자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

○ 중국산 중저가 폰의 파상공세

전통적으로 2분기는 삼성전자가 돈을 바짝 버는 시기다. 비수기인 1분기(1∼3월)와 달리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가 나오기 때문에 9월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프리미엄 시장을 독차지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까지 매년 2분기 때 1분기보다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더 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올해 2분기 때도 ‘효자 사업부’인 무선사업부에 거는 회사 안팎의 기대가 컸다. 특히 올해 4월 나온 ‘갤럭시S5’로 인해 1분기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됐다. 하지만 갤럭시S5가 타깃으로 삼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드라마틱한 판매량 증가는 없었다. 갤럭시S5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나왔던 ‘갤럭시S4’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삼성전자가 큰 기대를 걸었던 시장은 아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시장이었다. 하지만 화웨이, 레노버, ZTE, 샤오미 등 현지 업체들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세를 한층 강화한 데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갤럭시 미니’ 시리즈 등 보급형 제품과 ‘갤럭시S3’와 갤럭시S4 등 구형 제품들을 앞세웠지만 중국 업체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업계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 ▼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선 확실한 시장 우위를 갖고 있지만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회사들을 당하지 못한다”며 “샤오미의 경우 오직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구조여서 삼성전자에 비해 원가 절감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 분기당 스마트폰 1억 대 판매 목표 미달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8000만 대에 못 미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1분기 삼성전자는 역대 사상 최대인 8900만 대를 팔며 분기당 스마트폰 판매 1억 대를 목표로 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둔화와 더불어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어왔던 태블릿PC도 고전했다. 2, 3년 교체 주기가 정착된 스마트폰과 달리 보조금 효과가 미미해 교체 수요가 거의 없는 데다 5, 6인치대 대화면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7, 8인치대 태블릿PC의 수요를 깎아 먹은 탓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전반적인 판매량 급감 탓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4조 원대 후반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 6조5100억 원, 지난해 2분기 6조2800억 원, 올해 1분기 6조4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 이상을 견인해왔다. 하지만 이날 실적 발표로 삼성전자 내 무선사업부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구조적 아닌 일시적 문제”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이유는 유통 채널 내 재고를 줄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는 재고 감축을 위한 추가적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스마트폰 라인업을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확대하는 한편 시장 권역별로 차별화된 현지 특화형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중저가 시장에서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에게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중국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이 결코 금방 따라할 수 없는 현지 특화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탭S’와 ‘기어 라이브’ 등 프리미엄 태블릿PC와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기기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해나간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만만치 않은 실적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9월 ‘갤럭시노트4’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비슷한 시기 애플도 화면 크기를 키운 아이폰 신제품과 첫 웨어러블 기기를 들고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유태영 인턴기자 한국외대 경제학과 졸업
#삼성전자#삼성전자 실적#삼성전자 영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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