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DJ-盧 색깔빼기’ 헛발 된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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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지방선거]
‘6·15, 10·4선언 배제’ 논란 조기진화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오른쪽)이 19일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돌려놓고 있다. 그는 새정치연합 측이 민주당에 제출한 신당의 정강정책 초안에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계승’이 빠지면서 야기된 논란과 관련해 “계속 존중해 나가야 할 가치”라고 해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오른쪽)이 19일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돌려놓고 있다. 그는 새정치연합 측이 민주당에 제출한 신당의 정강정책 초안에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계승’이 빠지면서 야기된 논란과 관련해 “계속 존중해 나가야 할 가치”라고 해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19일 호된 통합 신고식을 치렀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6·15, 10·4 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밝혔다. 전날 ‘6·15, 10·4 선언 계승’이란 표현을 넣지 않은 새정치연합 측의 신당 정강정책 초안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통합 선언 후 ‘안철수 대세론’으로 질주했지만 민감한 정체성 논란의 폭발력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 전선 곳곳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 안철수, 호된 신고식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대선 전부터 6·15와 10·4 선언의 정신은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로 누차 천명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정강정책 전문에서 6·15, 10·4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3시간 뒤 열린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읽은 뒤 “깊은 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 기류는 달랐다. 전날 배포된 새정치연합의 정강정책 초안에는 두 선언에 대한 계승 문제는 빠져 있었다. 새정치연합도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부르지 않고 민생을 중시하겠다는 취지에서 6·15, 10·4 선언을 정강정책 초안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 위원장이 민주당 내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날 안 위원장과 심야 회동을 하며 해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위원장은 6·15와 10·4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강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 단위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안 위원장과 협의한 결과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도 “안 위원장이 유감을 표했지만 6·15와 10·4 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있어서 우리와 민주당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라며 “그런데 의사전달과정에서 여러 사고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대변인으로서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양측이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민주당 내에선 안 위원장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새정치연합의 구조상 안 위원장의 최종 결정 없이는 일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도 이번 논란을 ‘실무진의 실수’로 돌리고 있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 안철수, 문재인 곧 만난다

안 위원장은 이번 주에 친노(친노무현) 좌장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이후 껄끄러웠던 두 사람이 별도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문 의원과) 통화를 했으며 일정을 맞춰보고 있다. 곧 만나기로 했다”며 “문 의원이 (22일) 부산(시당 창당대회)에도 꼭 오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친노 배제론을 놓고 예민해진 상황인 만큼 두 사람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한편 문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6·15, 10·4 선언은 과거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이 함께 실천해나가야 할 방향”이라며 “신당 정강정책에서 그 부분을 뺀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새정치연합 측을 비판했다. 문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대통령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다.

○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도 여전

안 위원장 측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19일 공동위원장 회의를 열어 당헌당규 초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통합신당의 지도체제, 지역위원장 선출 방안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엔 민주당 최고위원제 폐지안까지 검토했지만 수를 줄이는 차선책으로 조정됐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당추진단 당헌당규 분과의 새정치연합 측 위원장인 이계안 공동위원장이 회의장을 뛰쳐나오기도 했다. 윤여준 의장과 송호창 소통위원장 등이 따라 나와 만류했지만 이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는 더이상 못 한다. 내가 하는 건 여기까지”라고 한 뒤 당사를 떠났다.

민동용 mindy@donga.com·황승택 기자
#안철수#새정치연합#민주당#통합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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