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불쑥 말을 걸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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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축령산 밑자락 ‘모아이 펜션’
2층이 훨씬 큰 비정형 객실 6개동… 이스터섬 모아이석상 옮겨놓은듯

작은 몸뚱이에 커다란 머리 모양이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작은 사진)을 닮아 ‘모아이’ 펜션이다. 울툭불툭 모가 난 비정형 디자인에 노란색 유리패널까지 곁들여져 표정이 살아있는 건축물이 됐다. 이재성 사진작가 제공
작은 몸뚱이에 커다란 머리 모양이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작은 사진)을 닮아 ‘모아이’ 펜션이다. 울툭불툭 모가 난 비정형 디자인에 노란색 유리패널까지 곁들여져 표정이 살아있는 건축물이 됐다. 이재성 사진작가 제공
건물이 말을 할 리 없다.

그런데 펜션 단지 ‘모아이’는 저희들끼리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듯하다. “머리가 꽤 크시네요”라고 말을 건네면 어디선가 팔이 튀어나와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러게요” 하고 웃을 것 같다.

경기 가평군 축령산 밑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펜션 모아이 역시 비일상적인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칠레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노란색 머리통이 큰 객실 6개동과 객실 앞 카페 1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카페 위는 수영장이다.

“건물에 표정을 주고 싶었어요. 건물 7개동의 앞면 모두 인근의 수목원으로 가는 2차로 쪽을 향해 있어요. 길이 막혀 차에 갇혀 있으면 자연히 펜션 쪽으로 눈길이 가면서 ‘저건 뭐지?’ 하고 궁금증을 갖게 되죠.”(구승민 꾸씨노 대표·45)

콘크리트 덩어리임에도 모아이가 표정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비정형 건축이기 때문이다. 건물 어느 곳도 반듯한 구석이 없다. 1층(약 23m²) 위에 이보다 훨씬 넓고 높은 2층(33m²)이 4.3m 길이의 캔틸레버(외팔보) 모양으로 삐죽 나와 얹혀 있다. 2층의 옆면이나 지붕은 모두 한번쯤은 꺾여 있어 노란색 착색 유리패널과 함께 표정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내부 공간도 외부와 같이 여기저기 꺾여 있다. 1, 2층을 연결하는 노란색 가파른 계단을 제외하면 내부 공간은 단조롭다. 2층 침실의 침대에 누우면 바로 위로 뚫어놓은 둥근 천창으로 낮엔 빛이, 밤엔 별이 쏟아져 들어온다. “일상에선 체험하기 힘든 공간이죠. 인테리어에 들일 예산이 부족해 건물 디자인으로 해결했습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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