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선진국行 갈수록 좁은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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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50만명 중 19%만 수용… 1년새 11%P 급감

3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난민선 침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6일 194명까지 늘면서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방 선진국들은 난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 난민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선진국은 난민 수용을 오히려 줄인 반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더 많이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2012년 세계 난민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난민 약 1540만 명 중 1050만 명이 국경을 넘어 갔다. 이 가운데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이 수용한 난민은 19%에 그쳤다. 2011년 30%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파키스탄 이란 요르단 등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이 수용한 난민은 2011년 70%에서 지난해 81%로 증가했다.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나라는 파키스탄이다. 지난해 말 기준 163만8500명을 받아들였다. 이어 이란 86만8200명, 독일 58만9700명, 케냐 56만4900명 순이다.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는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258만5600명) 소말리아(113만6100명) 이라크(74만6400명) 시리아(72만8500명) 등이다.

난민을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난민 발생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케냐는 소말리아, 이란은 이라크와 인접해 있다. 현실적 한계 때문에 멀리 이주하지 못하고 주변국으로 피신하는 난민이 대부분이다. 분쟁국이 많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전 세계 난민의 4분의 1정도가 몰려 있다.

난민 보호 상위 10위국 중 선진국은 독일뿐이다. 미국은 2011년까지는 10위 안에 들었지만 지난해에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이 난민 수용을 꺼리거나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의 관문격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경제 위기 이후 난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람페두사 섬 인근 난민선 침몰 사고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난민들의 천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난민에 우호적이었던 호주도 상황이 변했다. 토니 애벗 신임 총리는 군대를 동원하는 강력한 난민 억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독일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총선에서 독일민족당(NPD)은 ‘난민이 아닌 할머니에게 돈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영국의 영국독립당(UKIP)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반(反)이민, 난민 억제 정책 시행을 압박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우파 인사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당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UNHCR는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국경을 난민에게 열어주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 선진국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국제난민#이탈리아#아프리카 난민선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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