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盧청와대 임기말 이지원 자료 삭제기능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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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金 회의록 행방불명]“자료이관前 긴급 추진” 진흥원에 공문… 靑 이지원서 기록관 넘어온 전자문서여야, 모두 뒤졌지만 회의록 못찾아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청와대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내에 있는 주요 자료를 대폭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 측 인사들이 “이지원에 보고된 문서는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2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이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08년 1월 청와대는 외부 용역을 줘 △대통령 일지 △대통령 업무주제 △업무처리방법 지시사항 △과제관리 이력 등 53개 항목을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지원에 설치했다. 이 계획서는 2007년 7월 청와대 김모 비서관이 작성한 것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이를 토대로 18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해 이듬해 1월 완료했다. 청와대는 당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대통령 임기 종료 전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자료를 이전해야 돼 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므로 긴급 입찰로 추진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2005년 삼성SDS가 구축한 이지원은 당초에는 문서 삭제 기능이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2006년 정권 간 인수인계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백서(白書) 및 현황 △인계조직 관리 △기타자료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이지원에 추가했다. 이어 임기를 8개월여 남겨둔 시점부터 삭제 기능 강화를 추진해 임기 종료 한 달 전 53개 항목에 대한 삭제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종된 게 아닌 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이지원에서 대통령기록관의 팜스(PAMS)로 넘어온 전자문서를 모두 뒤졌지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이지원과 팜스의 데이터 용량과 건수도 모두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팜스로 넘겨진 뒤 자료가 훼손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여야는 22일 오전까지 마지막 검색 작업을 한 뒤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보고를 통해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누가 회의록을 폐기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반면 친노(친노무현) 측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이날 “기록원 지정 서고에 보관된 (봉하마을에 보관하다 2008년 반납했던) 이지원시스템에 외부에서 접속한 흔적(로그 기록)이 두 건 나왔다”며 이지원이 훼손됐다는 주장을 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이지원#남북정상회담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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