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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응답하라…’ 작가 엄마가 전화 “TV에 너랑 똑같은 애 나온다”

입력 2013-07-06 03:00업데이트 2013-07-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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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나를 키운건 8할이 팬클럽” 문화계 여성들의 고백 ▽김란주 tvN ‘응답하라 1997’ 작가-H.O.T.

“지방 출신이어서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가 적었다. H.O.T.를 좋아하면서 처음으로 공연장도 가보고 새로운 문화도 접했다. 그때의 추억은 ‘응답하라 1997’ 작업에 도움이 됐다. 부모님은 내가 드라마 집필에 참여한 걸 모르신다. 어느 날 엄마가 전화로 ‘야, TV에서 너랑 진짜 똑같은 애 나왔다’ 하시더라.”

▽유정아 KBS PD·뮤직뱅크 조연출-H.O.T.

“중2 때 H.O.T.가 데뷔한 후 줄곧 좋아했다. 팬클럽에 부정적인 어른을 만나면 ‘나중에 수능 만점 맞아서 인터뷰할 때 H.O.T. 팬이라는 걸 밝혀야지’ 다짐했다. H.O.T.를 좋아하면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꿈을 꿨고 결국 PD가 됐다. 또래 PD 중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가 많다. ‘1박2일’ 팀에 조연출로 있을 땐 또 다른 조연출이 강타 팬, 구성작가는 토니 팬이었다. 배경음악으로 H.O.T. 곡을 자주 깔았다.”

▽조설화 공연기획사 무붕 기획팀장-신승훈

“연예기획사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팬클럽 활동을 했고 대학 때는 인천·경기지역 회장도 맡았다. 사서함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오빠 생일선물’ 같은 안건을 두고 공식 모임도 열었다. 당시 팬클럽 임원에게 요구되던 적극성·리더십·책임감 등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도 필요한 것들이다. 공연기획 일을 하겠다고 꿈을 키운 것도 콘서트에 쫓아다니면서부터다. 대학원에서는 팬클럽 관련 논문을 썼다.”

▽김미나 현대미디어 홍보팀-신화

“친구를 사귈 때 신화는 좋은 계기였다. 같은 팬끼리 몰려다니며 콘서트나 공개방송에 찾아갔다. 현재 언론홍보를 하는데 기자 중에 신화 팬이 적지 않다. 팬클럽 ‘신화창조’의 공식 색상인 주황색 우비를 입고 풍선을 흔들었던 경험을 공유하면 금세 가까워진다. 신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을 사귀는 통로다.”

▽이윤진 tvN ‘세얼간이’ 작가-서태지

“서태지는 내 학창시절의 모든 것이었다. 현재의 절친 3명은 모두 서태지 콘서트에서 만났다. 특이하게도 4명 다 직업이 방송작가다. 방송 일을 시작할 때 서태지와 함께 작업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제 ‘대장’은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났지만, 평생친구는 남긴 셈이다.”

▽정유진 CJ E&M 홍보팀-신화

“주로 인터넷에 글을 쓰는 소심한 팬이었다. 전진과 김동완을 주제로 팬 페이지를 운영했다. 현재 해외홍보를 맡고 있는데 자료를 모으고 다듬는 일은 그때 팬 페이지 꾸미기와 닮은 게 많다.”

▽배진희 앰버린 대표-조규찬

“학창시절 PC통신 팬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나중에는 회장도 했다. 지금 음악 취향은 모두 그때 만들어졌다. 스타가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얘기하면 따로 찾아들었다. 공연 관련 일을 하며 당시 PC통신으로 교류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때가 있다. PD나 공연기획사, 연예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찍이 네트워크를 쌓았던 셈이다.”

▽김○○ 잡지기자-god

“지역과 계층, 나이를 초월한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은 팬클럽 덕분이다. 언니들과 어울리며 학교 밖 세상을 남보다 빨리 깨쳤다. 이제 god는 멀어졌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은 좋은 추억이 됐다.”

▽신○○ 콘서트기획사 마케팅 담당자-H.O.T.

“H.O.T.를 좋아한 이후 꾸준히 아이돌에 관심을 가졌다. 팬들의 행동 패턴을 남들보단 잘 아는 것 같다. 아이돌 콘서트 마케팅을 할 때 팬심을 잘 잡았다고 칭찬받았다.”

▽이○○ 일간지 기자-젝스키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스무 살, 은지원을 통해 허전함을 달랬다. 공개방송·콘서트에서 열광하며 사춘기 같은 열병을 앓았다. 팀 해체 콘서트에서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울었던 기억도 있다. 인생에서 그만큼 열정을 쏟은 경험이 있다는 건 어쨌건 좋은 일이다.”

임희윤·구가인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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