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북한은 개밥 통조림 같아… 한번 열면 금방 상해 버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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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개밥이 담긴 캔과 같다. 캔을 열지 않은 채 선반 위에 두면 매우 오래간다. 하지만 캔을 한번 열면 내용물은 금방 상해 버린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최근 고위 중국 외교관이 자신에게 한 얘기라며 지난달 30일 소개한 내용이다. 그는 “이것이 북한의 김씨 왕조가 직면한 난제다. 캔이 열리지 않은 채로 얼마나 오래갈지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 급변사태 관련 미중 간 논의 필요성 급부상

방한 중인 캠벨 전 차관보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회의의 사전 연설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제 연설에선 이 부분을 포함해 “북한의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해 중국과 시급히 논의를 해야 한다.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 변경을 논의할 가장 중요한 상대는 중국”이라는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미중, 또는 한미중 간 논의가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폭발력을 가진 민감한 문제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캠벨 전 차관보가 전한 “북한은 열면 금방 상하는 ‘개밥 캔’과 같다”는 중국 고위 외교관의 발언은 적잖은 함의를 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북한 체제의 근본적 불안정성과 김정은 체제의 급속한 붕괴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북한 체제의 예기치 못한 사태에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한반도 통일과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미국과 중국 정부 간 논의가 아직 표면화된 건 아니다. 그러나 미중 양국 학자들 사이에는 이미 이 문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비책을 여러 채널로 논의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정부도 이미 물밑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정책을 내세우며 대아시아 정책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군사력을 맞대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는 만큼 한반도 급변 사태 대비는 미중 양국의 핵심적인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새로운 대국 관계(新型大國關係)’를 내세우며 같은 ‘대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와 미 버락 오바마 정부 모두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걸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의 군사적 충돌 개연성이 가장 높은 곳이 한반도와 주변 해역이다. 북한이 도발하거나 북한에 체제 변화가 발생하고 미중 간 사전 대비 논의나 관련 협의가 없었을 경우 군사 갈등으로 비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간 논의의 필요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중국, 북한체제 유지와 한반도 통일 간 저울질 시작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도발 반복이 중국의 전략적 국익을 해치고 있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 유지와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 중 무엇이 더 중국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예전과 달리 중앙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산하 기관에 지시하는 등 대북정책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캠벨 전 차관보도 “북한의 새 지도자에 의해 잇따라 도발이 일어나자 한반도에서 얻을 수 있는 궁극적 이익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많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궁극적 이익의 조정’은 북한 체제 유지에서 한반도 통일로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전략적 이익 무게추가 한반도 통일로 기울 경우 중국으로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진다. 통일 코리아에 주한미군을 둘지, 어느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배치할지, 통일 코리아와 미국의 군사협력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지 등이 중국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 미국과 이런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주도적 전방위 외교(Korea Initiative Diplomacy·키-디플로머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중 3국 전략대화는 외교적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추진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캠벨 전 차관보도 “그동안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을 소외시키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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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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