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떨던 10대, 이젠 ‘카따’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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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가입자 8000만 명 시대. 사진과 간단한 글을 올릴 수 있는 카카오톡 연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3500만 명을 넘어섰다. 초중고교생들이 ‘카스’, ‘카토리’라 불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부모를 졸라 스마트폰을 구입할 정도다.

‘카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카카오스토리 왕따’ 일명 ‘카따’ 현상이 등장했다. ‘카따’는 과거 교실이나 채팅방에서 벌어지는 왕따와 달리 누구나 볼 수 있는 모바일 공간에서 이뤄지는 탓에 피해 학생에게 미치는 상처가 더 크다. 수백 명에게 ‘왕따 인증’을 당하는 일도 생겨났다.

올해 서울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한 A 양(16)은 최근 카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신세를 졌다. 중학교 시절 A 양은 같은 학교 이모 양(16)과 크게 싸운 뒤 이 양 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해 왔다. A 양은 이 양과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해방을 꿈꿨지만 곧 이 양의 카따 공격이 시작됐다. 이 양은 자신의 카스에 A 양 사진을 올려놓고 ‘이번에 ××고로 진학하는 A다. 찐따다. 걸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카따 공격에는 A 양과 만난 적도 없는 학생들까지 가세했다. A 양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 최모 양(16)은 자신의 카스에 ‘A가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때렸다. 멘털 쓰레기니까 다른 친구에게도 조심하라고 알려 줘’라고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A 양을 비난하는 카스 게시물을 학생 200여 명이 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카따가 기존의 카카오톡 왕따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카스에 올린 사진과 글은 외부로 공개돼 친구를 맺은 여러 사람이 돌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1학년이던 B 양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친구 8명에게서 카따를 당했다. 친구들은 각각 자신의 카스에 ‘B는 인간쓰레기, 죽여 버리겠다’ 등의 욕을 마구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밀폐된 채팅방과 달리 카스는 공개적으로 특정 친구를 비난할 수 있어 피해 학생을 쉽게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고 밝혔다.

각급 학교 개학날인 4일 아침 부산에서 투신자살한 중학교 2학년생 박모 양(14)은 자살하기 전날 밤 친한 친구에게 카카오스토리 캡처 화면과 함께 ‘죽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캡처 화면에는 친구들이 자신을 겨냥해 올린 ‘박×× 미워해. ×나 실타(싫다) 찐득이’, ‘박××.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었니? 죽었니’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개학을 맞아 ‘카따’를 당했다는 학생 신고가 늘고 있다. 최희영 학교폭력SOS지원단 위기지원팀장은 “가해 학생이 카카오스토리에 악의적인 게시글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이 보기 때문에 ‘오프라인 왕따’보다 피해가 더 크다”며 “공격적, 선정적인 성향을 더 노출하는 온라인 특성상 괴롭힘의 강도도 더 세다”고 지적했다.

박훈상·이철호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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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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