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밴드 멈퍼드&선스 ‘바벨’ 그래미 최고상 ‘올해의 앨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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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래미는 엄숙한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전통과 위로의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다. 잇단 총기사고로 흉흉한 미국의 사회 분위기를 크게 반영한 듯하다.

10일 밤(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55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영국의 포크 록 밴드 ‘멈퍼드 앤드 선스’의 ‘바벨’이 그래미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 부문을 수상했다.

그래미는 지난해 아델에 이어 2년 연속 영국 음악인에게 최고상을 줬다. ‘바벨’은 바벨탑에서 음반 제목을 따오고 가사 곳곳에 성경의 이미지를 차용한 음반. 이들은 ‘무릎을 꿇고 당신을 기다리겠다’는 가사를 담은 곡 ‘아이 윌 웨이트’를 시상식 무대에서 불렀다.

퀸을 떠오르게 하는 재기 발랄한 음악을 구사하는 미국의 3인조 밴드 ‘펀’은 최우수 신인과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고티에는 유튜브에서 3억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섬바디 댓 아이 유스트 투 노’로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거머쥐었다.

록 뮤지션 댄 아우어바흐는 올해 최다(4개 부문) 수상자가 됐다. 개인 자격으로 올해의 프로듀서에 꼽힌 데 이어 소속된 밴드 ‘블랙 키스’가 최우수 록 퍼포먼스, 록 노래, 록 앨범 상을 휩쓸었다.

시상식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하면 무채색에 가까웠다. 파격은 없었다. 최근 공로상 수상자나 고인이 된 밥 말리, 패티 페이지, 캐럴 킹, 데이브 브루벡, 레번 헬름을 기리는 무대가 축하 무대의 절반에 육박했다. 엘턴 존, 닥터 존, 프레저베이션 홀 재즈 밴드, 칙 코리아 같은 노장 음악인들도 대거 무대에 올랐다.

젊은 팝스타들도 조용하게 무대를 꾸몄다. 6년 만에 돌아온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정장을 빼입고 재즈 밴드와 함께하는 장면을 흑백 화면으로 내보냈다. 켈리 클라크슨은 흘러간 팝 명곡 ‘테네시 왈츠’와 ‘어 내추럴 우먼’을 불렀다.

멀티미디어 효과를 차용한 무대까지도 정적이었다. 캐리 언더우드와 프랭크 오션은 각각 드레스에 움직이는 무늬를 투사하고, 도로를 달리는 이미지를 실제 신체와 결합하는 영상 실험을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움직임 없이 노래와 연주에만 집중했다. 잭 화이트의 화려한 록 연주, 그리고 DJ와 래퍼, 록 연주자가 어우러진 피날레 무대가 그나마 젊은 관객들을 춤추게 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올해는 시상과 무대 양면에서 엄숙한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클럽 지향적인 팝 음악이 인기 순위를 휩쓰는 요즘 팝계에서 그래미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멈퍼드 앤드 선스처럼 전통적 요소를 계승한 음악에 상을 줘 보수적인 백인 중산층을 끌어안되 신선한 재해석을 고평가하며 평단의 비난도 피하려 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그래미#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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