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2030 엇나간 분노… “노인복지 폐지” 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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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란 청원 글. 23일 오후 11시 기준 9973명이 서명했다. 다음 아고라 캡처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란 청원 글. 23일 오후 11시 기준 9973명이 서명했다. 다음 아고라 캡처
역대 대선에서 세대 간 표심이 가장 극명하게 엇갈렸던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젊은층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네티즌)들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글을 잇달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투표 다음 날인 20일 좌파 성향의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좋은일만생긴다’는 필명의 한 누리꾼은 “노인분들이 국민 복지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들이 즐겨 이용하는 (65세 이상) 무임승차제도를 폐지해 달라”며 “이래야 복지가 어떤 것인지 코딱지만큼이라도 느끼시려나…”라고 비꼬았다. 전면 무상복지보다 선택적 복지를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50, 60대가 누리는 복지 혜택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0명을 목표로 했던 서명은 일부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어 23일 오후 현재 1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무임승차 폐지’ 찬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아이들 무상급식도 빨갱이라 욕한 저들이 복지혜택을 누릴 자격이 있나”라고 썼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노인들이 놀러 다닐 때 타는 지하철 비용을 (우리가) 좌빨 종북 소리까지 들어가며 부담할 필요 없다”며 “기초노령연금까지 폐지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이 외에도 인터넷에는 “대중교통 이용할 때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지 말자” “노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말자” “나이가 들면 빨리 죽는 게 맞다” 등 황당하고 거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개중에는 세대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특정 세력에 의해 유포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과격한 주장도 있다.

일부 젊은층의 거친 언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인터넷과 SNS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리안 @jeon***는 “노년층이 박근혜 당선인에게 몰표를 줬다고 ‘(너도) 한번 당해봐야 한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막말까지…. 이런 싸가지 없는 놈들을 봤나”라고 썼다. 대선 때 문재인 전 후보 온라인캠프에 참여했던 작곡가 김형석 씨는 트위터에 “사상 따위가 인지상정을 이길 수 있나. 정신 차리세요 패륜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노인회 한 간부는 “젊은층의 주장이 더 과격해질 경우 노인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정권교체에 큰 기대를 걸었던 2030세대의 박탈감과 충격을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며 “박 당선인이 젊은 세대를 위해 내놓은 반값등록금, 일자리 창출 공약을 실행하고 세대 간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 후보를 지지한 연령층의 혜택을 빼앗으려 하기보단 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공론의 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이 더 발전적”이라며 “주요 사회 현안마다 세대갈등이 불거질 수 있으므로 새 정부가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노인복지#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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