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9]임팩트 없는 朴-文 ‘60초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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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 별 주목 못 끌어… 찬조연설 대결도 미지근
2002년 대선땐 ‘盧의 눈물’… 2007년엔 ‘욕쟁이’ 광고 회자

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빅2’ 후보의 캠프에선 공통적으로 ‘미디어전’을 주목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TV토론은 물론이고 TV광고, 찬조연설 등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며 부동층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선거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가 없어 미디어전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해졌다.

하지만 대선을 9일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미디어전은 아직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문 후보는 각각 흉기 테러로 입은 상처,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을 강조한 1탄을 시작으로 현재 세 편의 TV광고를 공개했다. 양 캠프는 선거일까지 앞으로 두세 편의 TV광고를 더 내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회자된 것은 문 후보의 ‘고가(高價) 의자 논란’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후보 모두 흥행 실적이 저조하다.

박 후보 측은 내심 3탄 ‘박근혜가 바꾸는 세상-사투리편’이 유권자 사이에 화제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다. 여성 대통령과 지역 통합의 메시지로 전라도 아줌마의 ‘그랑께 여자가 돼야 된당께’와 경상도 아저씨의 ‘박근혜 니가 해뿌라, 확 바까삐라 마’라는 말을 30초씩 담은 것이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욕쟁이 할머니편’에 버금갈 위트가 있다는 자체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11차례의 기회 가운데 3차까지 공개한 TV 찬조연설 대결도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을 모은 1차 연설자로 박 후보는 절친한 성심여중·고 동창생 박봉선 씨를 내세워 인간미를 부각시켰고, 문 후보는 부산에서 신발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김성연 씨를 등장시켜 서민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그다지 화제를 부르지 못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대표성을 가진 인물을 섭외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문 후보를 전격 지지한 안 전 후보도 조심스럽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미디어전에서 성공한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도 이긴다는 정설도 이번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1997년 대선에선 가수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춤을’ TV광고가, 2002년엔 노무현 후보의 눈물을 담은 TV광고와 찬조연설자 ‘자갈치 아지매’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 단일화 이슈가 지배한 기형적인 선거이다 보니 양 후보보다 구도 밖의 사람에게 여전히 눈이 더 쏠려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수영·손영일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문재인#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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