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정지영 감독 “‘남영동 1985’, 특정 대선후보에게 불리? 전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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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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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아마도 정지영 감독(66)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예순이 훌쩍 넘은 노장 감독의 젊은 생각, 끊임없는 도전, 시대에 대한 외침을 보고 있노라면 젊음이 나이와는 상관없음을 느낄 수 있다.

‘부러진 화살’에 이어 두 번째 문제작 ‘남영동 1985’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을 만났다. 30년 동안 충무로를 누빈 베테랑 감독이 이렇게 열심히 인터뷰에 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마케팅 비용이 딸리니 내가 몸으로 때워야지”라고 위트 있게 넘어갔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들의 명함을 유심히 보고 휴대폰으로 번호를 꾹꾹 누른 뒤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기도 했으며 인터뷰 중 “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 무엇인가”라고 역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선 “자~이젠 내가 인터뷰 당하겠습니다”라며 껄껄껄 웃었다.

▶ “고문하는 나도 고문당하고 있더라고~”

- 배우들을 고문시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힘든 게 뭔지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문을 시키는 나 자신도 고문당하고 있더라. ‘아 이게 고문당하고 있는 거구나’ 싶었다. 한 달 동안 계속 힘들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해줬다. 그런데 고문당한 배우는 얼마나 힘들었겠나.”

- 박원상, 이경영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뭔가.

“‘부러진 화살’ 당시 나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배우는 박원상이었다. (웃음) ‘부러진 화살’이 예상 밖으로 잘됐으니 박원상은 나를 신뢰했다. 이경영은 언젠가부터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국영화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가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영화계에 큰 손해다.”

- 와, 굉장한 애정인 것 같다. 배우에 대한 무한신뢰 아닌가.

“이경영한테 ‘이번 작품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내가 충무로로 돌아왔다’고 선언하라고 했다. 그 친구가 착하고 순진하다. 그래서 아직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딱 한번 말해 정리하고 극복하면 되는데 아직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 이경영이 사석에서 ‘내가 여자라면, 정지영 감독을 유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봐도 굉장한 젊음이 느껴지는데 비결이라도 있나.

“원래 내가 좀 젊다. (웃음) 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경영이나 박원상은 후배가 아니라 친구다. 내 아들(정상민·아우라픽쳐스 대표)도 내 친구다. 나보다 어린 그들이 결코 나보다 생각이 짧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들의 인생관, 배우로서 연기관을 존중해줘야 한다.”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정지영 감독. (사진제공=아우라픽쳐스)

▶ “불편한 진실을 감수해야 대선 후보 자격 있다고 생각…박근혜 후보 꼭 봤으면”

- 개봉시기가 대선에 영향이 있어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고 말하더라.

“맞다. 그렇다고 대선에 맞춰 꼭 내보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우연의 일치다. 나 역시 기왕 할 거면 대선 전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 대선 후보 중 꼭 봤으면 하는 사람이 있나.

“음… 박근혜 후보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더라도 보겠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다.”

- 박 후보는 이 영화를 보면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대선 후보에 자격이 있는 것 같다. 대선에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소리는 어느 특정 후보가 유리하도록 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후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진심으로 뭔가를 깨달아 이런 과거가 되풀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깨닫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

- 故 김근태 의원이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음…모르겠네. 섭섭해 하지 않을까? (웃음) 고문 앞에 바로 꺾이는 모습이니까… ‘좀 늠름하게 꺾이게 해주지’ 라는 생각을 하셨을 수도. 그런데 고문 피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고문을 안 당하고 싶고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하더라. 할리우드 전쟁영화처럼 나라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고문은 불가능 하다고 하더라.”

▶ “50대 이상 감독들, 투자실무자들이 만나기 꺼려해”

- 비슷한 연배 감독 중 가장 활동이 활발하다.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사실 내 동료들은 저예산영화를 찍으며 열심히 활동 중이다. 한국영화계구조상 50대 이상의 감독들은 영화를 하기 힘들다. 투자실무자들이 자기보다 선배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꺼려한다. 대우를 해줘야 하고 불편하니까. 이건 일인데 ‘동방예의지국’을 접목시키려한다. 내 연배의 감독들의 감각이 낡았고 새로운 영화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거란 소리도 있다. 곧 개봉하는 ‘영화판’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 곧 개봉하는 ‘영화판’은 어떤 영화인가.

“중국계 미국감독 중에 크리스틴 청 감독이라고 있다. 뉴욕대 교수하는 사람인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로. 그 사람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돼 ‘코리안 시네마’라는 기록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보게 됐다.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게 지금 대학에서 교재로도 쓰인다는데…. ‘한국영화가 이렇게 소개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허철 감독과 ‘영화판’을 만들게 된 거다. 객관적인 허철 감독의 생각, 그리고 현역 감독인 나의 디테일함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작정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한국영화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주제다.”

- 차기작에서도 사회에 ‘돌직구’를 날릴 계획인가.

“내가 옛날에는 멜로도 해보고 웬만한 건 다 해봤지 않나. (웃음) 정지영은 사회현상을 다룬 작품을 잘 만든다는 소리도 듣고 나도 좋아하니까 일종의 선이 그어진 것 같다. 다음 작품도 비슷한 시대 이야기를 그릴 것 같다. 이번에 분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들 이야기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관객들이 아팠으면 좋겠다. 2시간 동안 갇혀 있으면 좋겠고. 이 영화가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알았다면 주위에 열심히 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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