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30]빅3 대선후보, 자신만의 승부수 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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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깜짝 회견… 과거사 논란 등 말 아끼다 직접 정면 돌파
文, 허 찌르기… 고비마다 상대제안 수용… 명분 실리 챙겨
安, 판 흔들기… 불리할 땐 비공개 사실 폭로로 상황 반전

“문재인의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방안을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게 맡기겠다”고 밝히자 문 캠프에서 터져 나온 반응이다. 이렇듯 대선주자 ‘빅3’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수를 던지며 복잡하게 얽힌 정국을 헤쳐가고 있다.

○ 朴, 말 아끼다가 깜짝 기자회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 논란이 발목을 잡을 때마다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상황 정리에 나섰다. 박 후보는 9월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법원) 판결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과거사 프레임’에 갇히게 되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자회견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견 내용이나 발언 수위에 대해선 측근들조차 알지 못했지만 박 후보는 기존의 과거사 발언보다 진전된 표현으로 사과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10월 정수장학회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정리에 나섰다. 인혁당 사건 때처럼 진전된 사과의 발언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컸지만, 박 후보는 기자회견 내내 야당의 공세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 캠프 관계자는 18일 “박 후보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다 보니 그 내용을 측근들도 잘 알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 文, 상대 제안 전격 수용해 허 찌르기

박 후보 캠프의 이정현 공보단장이 제안한 ‘투표시간 연장법안과 먹튀 방지법안 동시 처리’ 방안을 문 후보가 10월 31일 전격 수용하자 새누리당에선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 후보는 상대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제안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키곤 한다. 캠프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것이 문재인식 승부수”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의 요구에 양보하며 희생한다’는 명분과 함께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실리까지 챙기는 전략이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룰 논란 과정에서 결선투표제를 전격 수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는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요구한 결선투표제 수용으로 대승적 양보란 명분을 얻으면서도 승부의 핵심 요인인 모바일투표 비중은 그대로 지켜내는 실리를 취했다.

○ 安, 비공개 사실 공개로 판 흔들어

9월 안 후보의 대선 출마가 가시화되자 언론에선 그를 둘러싼 각종 검증 보도가 쏟아졌다. 룸살롱 출입, 사당동 ‘딱지 아파트’ 매입, 포스코 사외이사 행적 등 검증 공세가 거세지는 시점에 안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은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폭탄선언으로 일순간에 상황을 반전시켰다. 그의 폭로 한 방으로 대선구도는 ‘박근혜 대 안철수’로 재편되며 대선판이 흔들렸다.

안 후보는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비공개 사실을 공개하면서 판을 흔드는 승부수를 던져왔다. 이번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안 후보 측은 협상 개시 하루 만에 “문 후보 측이 흑색선전과 조직적 세몰이를 한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의 구태정치를 비판했지만 정치권에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밀리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일각에서 ‘안철수 양보론’까지 거론되자 판을 흔들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많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박근혜#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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