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신의 물방울 음미하며 음악에 젖어드는 연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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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과 와인이 어우러진 ‘낭만 200점’ 명소들

매일 비슷한 식사, 술자리가 지겹다면 라이브 공연과 와인,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를 찾아보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와인 바 ‘뱅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매일 비슷한 식사, 술자리가 지겹다면 라이브 공연과 와인,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를 찾아보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와인 바 ‘뱅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식사처럼 어렵고 불편한 약속일수록 약속 장소를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힘든 얘기도 훌륭한 술과 음식이 있다면 부드럽게 풀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술 한잔과 함께 멋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단골 와인바가 있다면 만남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음악과 어우러진 와인의 풍미가 당신이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까지 전해주는 덕분이다. 아직 그런 장소를 알고 있지 못하다면 이번 주 동아일보 위크엔드 3.0이 소개하는 곳들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재즈와 피아노 선율이 흘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뱅가’는 세계적 와인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가 수여하는 ‘레스토랑 와인리스트 어워드’를 3년 연속 수상한 국내 유일의 레스토랑이다. 국내 누적 판매량 1위 와인 ‘몬테스 알파’ 시리즈의 수입사인 동아원그룹이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다양한 올드 빈티지 와인을 비롯해 800여 종의 와인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에 정통한 소믈리에로부터 모임의 성격과 예산 규모에 적합한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밤 라이브 재즈 공연이 열린다. 오후 9시 반부터 시작되는 크로스오버 재즈밴드 코즈(COZ)의 공연은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트럼펫으로 가요부터 샹송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코즈는 방송과 콘서트를 통해 꽤 알려진 밴드다. 코즈의 공연에 앞서 오후 7시 반부터 두 시간 동안은 식사와 대화를 즐기는 손님들을 위해 피아노 솔로 공연도 준비돼 있다.

와인저장고를 닮은 뱅가의 인테리어는 색다른 데이트 장소를 찾는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가와사키 다카오가 나무와 벽돌을 소재로 꾸민 이곳의 인테리어는 와인, 음악과 어우러져 따뜻한 안정감을 준다.

그릴에 구운 할루미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아보카도 샐러드는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메뉴다. 묵직한 레드와인을 골랐다면 호주산 와규 리브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좋은 조합이 된다. 안주용으로는 모둠 햄과 브루스케타를 추천한다.

기타리스트 출신 매니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옆에는 도회적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와인바 ‘153 라운지 바’가 있다. 153이란 숫자는 이 와인바가 있는 건물인 ‘가든플레이스 광화문’의 주소지인 153번지를 뜻한다.

153 라운지 바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반에 실력 있는 블루스, 재즈밴드를 초청해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조명과 음향시설, 빔 프로젝터, DJ 믹서 등 전문공연 장비를 갖춰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곳 지배인인 김용희 소믈리에는 기타리스트 출신이어서 종종 무대에 올라 밴드와 함께 블루스 음악을 들려준다.

김 지배인은 2009년 한국소믈리에대회 1위에 오른 국내 최정상급 와인 전문가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와인을 중심으로 전 세계 유명 와인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소믈리에의 추천을 잘 활용하면 꽤 괜찮은 밤을 즐길 수 있다. 와인과 함께 즐길 음식도 치즈와 과일 등 간단한 안주부터 비스트로 메뉴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천장이 건물 2층 높이여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곳의 인테리어는 강신재 ‘보이드플래닝’ 소장(건국대 건축과 겸임교수)의 작품이다. 보이드플래닝은 넥슨과 제일기획의 사옥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 실력을 인정받은 업체다. 홀을 내려다보며 은밀하고 럭셔리한 모임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VIP룸도 준비돼 있다.

영화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153 라운지 바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른다섯 살이 된 건축가 승민(엄태웅)이 자신을 위한 집을 지어 달라고 찾아온 옛 사랑 서연(한가인)에게 약혼녀를 소개해주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153 라운지 바다.

평소에는 60석 규모지만 스탠딩 파티 모임의 경우 최대 1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기업 행사, 영화·뮤지컬 제작발표회, 음반 쇼케이스 등 다양하고 특별한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해외 재즈뮤지션도 찾아

1998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원스 인 어 블루문’은 서울의 대표적 라이브 재즈클럽이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해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국인이 선호하는 서울관광 30선’에 뽑힐 정도로 해외에서도 이름이 높다.

매일 밤 국내 최정상급 재즈 연주자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가끔 ‘잭폿’이 터진다. 내한 공연을 마친 해외 유명 연주자들이 이곳에 들렀다가 국내 연주자와 즉석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윈턴 마살리스, 로라 피지, 척 맨지오니, 사토 마사히코, 로비 라카토시, 게이코 리, 밥 제임스, 리 오스카, 살타첼로 등 무대에 오른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재즈 공연은 매일 오후 7시 반부터 4차례에 걸쳐 열린다. 공연 스케줄은 홈페이지(www.onceinabluemoon.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0석 규모의 3층 건물로 된 이곳은 블루벨벳과 마호가니 색상을 기본으로 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덕분에 30대 이상 전문직 종사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청담동과 압구정동 등 인근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바이어를 접대하는 기업 관계자, 외국기업 주재원 등이 주 고객이다.

130여 종의 와인 외에 와인을 즐기지 않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위스키와 맥주도 갖추고 있다. 식사 메뉴도 스테이크부터 해산물 요리까지 여럿이다. 와인과 식사를 함께 즐기려면 예약할 때 미리 메뉴를 주문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수요일엔 붉은 와인’을…

서울 도심에서 유럽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피노’는 와인과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유명한 가게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인기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 이두헌 씨가 이곳의 사장이기 때문이다.

피노는 국내외 뮤지션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놀이공간을 지향하는 와인바다. 이곳에서는 매일 밤 정통 재즈, 블루스는 물론이고 열정적인 하드록이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올드 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이 열린다.

공연은 매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매주 월요일에는 사장인 이 씨가 직접 공연에 나선다. 주중에는 여러 연주자가 돌아가면서 무대에 나서 팝 마니아의 귀에 익숙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각자 자신의 색깔을 입혀 연주한다. 토요일에는 외부 게스트를 초청해 공연을 하거나 피노의 무대에 서기를 희망해 오디션을 거친 신인 뮤지션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주말에는 공연이 없는 시간대에 특정 장르나 특정 뮤지션의 음악을 고급 빈티지 오디오로 감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 씨의 연예계 지인 중에도 피노의 단골이 많은 까닭에 간혹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곳을 찾는 연예계 인사들 중에는 간혹 와인과 흥에 취해 즉석 공연을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씨, ‘시나위’의 신대철 씨가 이곳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배우 오광록 씨는 이곳 무대에서 자작시를 낭송한 적이 있다.

이 씨가 직접 고른 180여 종의 와인이 준비돼 있으며 파스타 피자 등 안주를 겸한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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