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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20대女 살해’ 지적장애인, 13년전 軍복무

입력 2012-10-03 03:00업데이트 2012-10-0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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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못해 탈영했다 복역… 현재 IQ 30~40
가족들 적극 치료 않고 방치, 2008년에야 2급 진단 받아
경북 칠곡군의 한 지하도로에서 정신질환자의 흉기 난동으로 숨진 여대생 신모 씨가 사건 당일(1일) 입고 있던 옷을 2일 담당 경찰관이 살펴보고 있다. 칠곡=연합뉴스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정신질환자에 의한 여대생 살인 사건은 가족과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오랜 기간 방치한 결과 빚어진 비극으로 드러났다.

1일 20대 여대생을 ‘묻지 마 살해’한 정신질환자 윤모 씨(34)는 지적장애 2급 진단(2008년)을 받기 전 군 복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는 1999년 입대 후 생활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탈영했으며, 8개월간 군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그해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 가족에 따르면 윤 씨의 폭력적인 성향은 전역 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만약 윤 씨가 당시 총기를 들고 탈영했을 경우 더 큰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윤 씨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외톨이로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직업을 가진 적이 없고 친구도 거의 없다는 것. 윤 씨의 아버지(64)는 “(전역 후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투가 거칠어지고 걸핏하면 부모에게 대들거나 반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적장애 등급을 받았으면 군대를 가지 않았을 수준인데 가족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정도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씨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가족이 의뢰해 2008년에서야 지적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지적장애 2급은 지능지수가 30∼40 수준으로 아주 단순한 행동만 훈련을 통해 통제할 수 있는 정도.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반면 주위의 무관심이나 무시에는 상대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웃음 등을 당하면 심한 충동적 반감으로 특이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윤 씨는 지적장애에 정신질환까지 겹쳐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적장애뿐 아니라 주변의 복잡한 요인이 얽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이 나를 무시하고 잔소리만 많이 했다. 가족을 해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다른 사람을 찔렀다”고 진술했다.

이종훈 대구시 광역정신보건센터장(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윤 씨 같은 경우는) 가족의 보살핌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은 만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가정 부담을 줄여 주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경찰에서 “내가 죽였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 신모 씨(21·여)는 경북 D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부모는 왜관읍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신 씨와 여동생, 남동생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가 다니는 대학의 학과 교수는 “매우 성실한 학생인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씨의 가족은 충격을 받아 제대로 말을 못 하는 상황이다.

칠곡=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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