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진, 보치아 여성 첫 金… “하늘을 나는 기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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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기분이래요.”

금메달을 목에 건 최예진(21·나사렛대)은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엄마 문우영 씨(50)를 보며 뭔가 중얼거렸다. 취재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경기 내내 보조요원으로 함께했던 엄마는 신기하게도 딸의 말을 옮겨 전했다. 하루 스물 네 시간을 함께하기에 눈빛만 봐도 딸의 생각을 알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최예진은 9일(한국 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 패럴림픽 보치아 BC3(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중증장애등급) 개인전 결승에서 2008 베이징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정호원(26)을 4-3으로 꺾었다. 남녀 구분이 없는 보치아 BC3에서 여성이 금메달을 딴 것은 패럴림픽 사상 최예진이 처음이다. 그는 2엔드까지 2-0으로 앞서다 3엔드에서 2-3으로 역전을 당했지만 최종 4엔드에서 치밀한 수비와 과감한 공격으로 2점을 따내 재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뇌병변장애 1급인 최예진은 경기를 할 때 왼(왼쪽), 위, 오른(오른쪽) 같은 짧은 단어와 눈빛으로 보조기구인 홈통의 높이와 방향을 엄마에게 ‘지시’한다. 엄마는 공이 놓여 있는 뒤쪽을 돌아볼 수 없으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딸의 손발이 돼준다.

말과 행동은 자유롭지 않지만 지능이 뛰어난 최예진은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지내는 게 쉽지 않아 중학교 2학년 때 엄마, 여동생과 함께 호주 이민을 결심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중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한국으로 돌아왔고 특수학교인 한국우진학교 고교과정 1학년 때 보치아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입문 2년 만인 2008년 학생체전에서 그해 베이징 패럴림픽 2관왕 김건우를 꺾으면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최예진은 올 런던에서 다시 베이징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정호원마저 제치고 패럴림픽 7연패의 보치아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입촌식 다음 날 런던 세인트폴성당을 찾아 메달을 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최예진은 “중중장애인 여성들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엄마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런던=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최에진#보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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