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5> ‘코리아 잇(it) 아이템’을 개발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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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보다 IT, 샤넬보다 아이잗바바에 열광하는 중국인들

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 (KOREA+CHINA)
지난달 29일 오후 3시 중국 광저우(廣州) 시 화두(花都) 구 구청장과 구청 직원 8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관’에 들어섰다. 이들이 삼성 카메라로 단체 사진을 찍자 41개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가로 8.5m, 세로 5.9m)가 설치된 벽에 사진이 올라왔다. 전자펜으로 쓸 수 있고 웹 서핑도 가능한 전자칠판을 구경한 뒤 “워낙 다양한 정보를 다룰 수 있으니 앞으로 선생님도 필요 없겠다”며 감탄했다.

오후 4시 반이 되자 홍콩 관광객 약 60명이 왔다. 이들은 스마트TV로 즉석 영상통화를 했다. 궈수장(郭蜀江·40·여) 씨는 “2년 전만 해도 삼성 기술이 애플보다 못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삼성이 우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보기술(IT)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잇(it)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IT뿐 아니라 의료관광과 해양관광, 패션·화장품 브랜드 등 한국만의 잇 아이템을 개발해야 중국인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첨단 테마파크’ 만들자


기업 홍보관은 최신 기술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어 20, 30대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다. 삼성전자 딜라이트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디지털파빌리온’, LG전자 ‘LG사이언스홀’, SK텔레콤 ‘티움’ 등이 대표적이다.

고영신 딜라이트관 매니저는 “한 달에 중국인 약 200팀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IT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딜라이트관, 디지털파빌리온, 용산전자상가를 관광 코스에 넣은 ‘IT투어’를 선보여 지난달까지 2만2477명의 중국인이 이용했다.

김춘추 중국인 유치 자율관리위원장(킴스여행사 대표)은 “유커들이 한국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경복궁보다 첨단기술”이라며 “낙후된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디지털 기기와 게임, 전기차와 수소차, 과학기술 등을 한데 모은 ‘첨단 테마파크’로 개발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의료·크루즈 관광 활성화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국인 환자 수는 2009년 4725명에서 2010년 1만2789명, 작년엔 1만9222명으로 증가세다. 특히 2010년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은 50.8%에 달했다. 진료를 위해 방한하는 중국인들은 쇼핑과 관광도 함께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료관광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크루즈 관광도 새로운 잇 아이템이다. 2010년 항구를 통해 입국한 중국인은 54만9121명으로 2009년 대비 55%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수가 16만8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외국인의 6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해양관광을 육성하면 중국 상류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북미, 유럽권 크루즈 관광객은 한 번 방문할 때 1인당 73달러(약 8만6000원)를 썼지만 중국 관광객은 729달러(약 86만 원)를 썼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현재 환전소, 세관, 응급의료센터 등을 갖춘 터미널이 있는 지역은 부산과 여수뿐이다. 한국 국적 크루즈도 하모니크루즈밖에 없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로열캐리비안크루즈와 코스타크루즈 등 외국 선사들이 중국편 배를 확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 크루즈에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고 크루즈를 고급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을 아시아의 패션·뷰티 메카로

한국의 패션과 화장품도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동아일보와 롯데백화점이 2009∼2012년 4월 28일∼5월 1일 브랜드별 인롄카드 매출 순위를 분석한 결과 올해 국내 여성복인 아이잗바바가 2위로 샤넬을 제쳤고, 국내 잡화 MCM이 4위로 루이뷔통을 넘어섰다. 6∼10위도 모두 국내 여성복으로 채워졌다. 2009년 ‘톱 10’ 중 화장품 헤라·설화수(8위), 여성의류 레니본(9위) 외엔 모두 해외명품으로 채워졌던 것과는 딴판이다.

전문가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필두로 한 한류,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 제품, 세련된 이미지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로 보고 있다. 최경은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인들은 한국의 패션을 통해 세련된 최신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한국을 ‘아시아의 패션·뷰티 메카’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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