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망가뜨리는 소문과 험담 ‘변주곡’…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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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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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

10대 또래문화를 열린 구조 속에서 비판한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국립극단 제공
10대 또래문화를 열린 구조 속에서 비판한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 국립극단 제공
무대는 지름 9m의 원형 레슬링장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남녀 4명씩 8명의 배우는 남녀 할 것 없이 레슬링 선수 복장으로 등장한다. 극 중간중간 휘슬을 울리며 개입하는 해설가 역의 배우(김하준)는 레슬링 심판복 차림이다. 무대 좌우로 배치된 객석 역시 레슬링 관중석을 연상시킨다. 레슬링 코치들로부터 두 달간 집중 훈련을 받은 배우들은 고난도의 레슬링 기술도 펼쳐 보인다.

국립극단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청소년극 ‘레슬링 시즌’(로리 브룩스 작·한현주 각색·서충식 연출)의 겉모습이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땀과 눈물을 쏟는 스포츠 드라마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작품에서 레슬링의 맞수는 건장한 레슬러가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무심결에 이뤄지는 ‘낙인찍기’다.

함께 레슬링 연습을 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던 민기(안병찬)와 강석(이형훈)은 동성애자라는 악성 소문 때문에 서먹해진다.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민기는 일부러 ‘남자를 밝힌다’는 소문이 자자한 주아(심연화)를 사귀지만 그들 커플 역시 악의적 소문의 희생양이 된다. 이들에 대한 소문과 험담을 퍼뜨리는 영필(이두희)과 혜리(하지은)는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민기나 강석, 주아 역시 그 또래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모두는 서로에게 말한다. “넌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넌 나를 몰라”라고.

사소한 소문이 무차별적 폭력을 낳는 과정을 이 연극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보여준다. 1시간 10분의 공연이 끝나면 심판의 사회로 관객과 즉석 토론회도 갖는다. 방금 전 상황을 새롭게 재연할 수도 있고, 인기투표로 순위를 매기기도 하고, 항변하는 배우와 맞짱 토론도 가능하다. 주먹이 아니라 말로 이뤄지는 학교폭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청소년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많이 안겨준다.

: : i : : 6월 10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 장민호극장. 1만∼3만 원. 02-3279-2237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문화#연극#청소년극#레슬링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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