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내외 7개 언론 인터뷰]미사일 사거리, 南어디서든 北전역 사정권에 두려면 1000km까지 늘려야
동아일보
입력 2012-03-22 03:00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 한-미 협상 쟁점은
유사시 북한 전역의 미사일 기지와 핵시설을 파괴하려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얼마나 늘어나야 할까.
현재 군이 실전배치한 현무-1과 현무-2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각각 180km, 300km로 휴전선 인근에서 발사하면 평양과 신의주까지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이 다음 달 장거리로켓(광명성 3호) 발사를 예고한 평안북도 동창리 기지와 2009년 7월 중·단거리미사일을 무더기로 쏘아 올린 함경남도 신상리 기지, 강원도 깃대령 기지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하지만 서울 이남 지역에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여기까지 못 미치고,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 등 북-중 국경지역에 배치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기지와 핵시설까지 도달하기엔 턱없이 짧다.
2001년 미국과 합의한 미사일지침에 따라 한국은 ‘탄두 중량 500kg, 사거리 300km’를 초과하는 탄도미사일은 보유할 수 없다. 그나마 이 지침은 한국이 미사일의 수출·기술이전을 제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기 위해 MTCR를 주도하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기존 180km의 최대 사거리를 300km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 당국은 최대 사거리가 500∼1500km인 현무-3 계열의 크루즈(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육군 유도탄사령부에 실전배치했다. 미사일지침은 크루즈미사일에 대해서는 사거리 제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크루즈미사일은 폭탄을 실은 무인항공기와 다름없다. 음속의 7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보다 비행속도가 크게 떨어져 북한의 방공망에 걸려 요격당하기 쉽고 탄두 중량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목표물에 치명타를 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한국 어디에서든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추려면 사거리를 현재의 300km에서 1000km로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기습도발로 서울이 선제타격을 당해도 남해안 등 최남단에서 북한 전역의 핵과 미사일 시설, 지휘부를 때릴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사거리 제한을 1000km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내외신 공동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제주도까지 날아올 수 있으니까 (사거리를 늘리는 것이) 대칭적으로 우리도 필요하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함북 무수단리에서 탄도미사일로 제주도까지 공격할 수 있다면 한국도 제주도에서 무수단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000km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미사일지침의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북한은 한국 전역과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미사일을 배치한 데 이어 미국 본토까지 넘볼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로켓을 시험 발사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미 양국은 2010년 말부터 미사일지침 재개정 협상을 벌여 왔지만 미국이 소극적이어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변수로 꼽혀 왔다. 군 관계자는 “한국이 북-중 접경지역까지 도달하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이 미국에 강력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다음 달 장거리로켓 발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도 더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미사일지침이 개정되면 군은 사거리 5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6개월 이내, 1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1, 2년 안에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