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외계전사’ B.A.P “금발 염색, 안 어울려서…” 고개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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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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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앨범 ‘워리어’ 발매 “H.O.T. 넘어서 ‘지구정복’ 할래!”
●금발 패션 종결자는 “젤로”…형들은 울상
●“2012년 모든 시상식에서 신인상 받고 싶어”

“워리어는 용기를 강조한 곡이에요. 10대, 20대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친 남성미를 뿜으며 등장한 신인 그룹 비에이피(B.A.P) 여섯 남자, 방용국(22), 젤로(16), 힘찬(22), 대현(19), 영재(18), 종업(17)을 만났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앨범 ‘워리어(Warrior)’는 공개 이틀 만에 초도 1만 장이 다 팔렸다. 단숨에 미국 빌보드 월드 앨범 순위 10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면, 3000명의 팬이 운집한 쇼 케이스 무대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1시간 동안 방송됐다. 데뷔 3주 만에 인터넷 팬 카페 회원수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슈퍼 신인’이라 부를 만하다. 그룹명은 베스트(Best)-앱솔루트(Absolute)-퍼펙트(Perfect)의 약자다. 절대적이고 완벽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 언더 힙합 뮤지션, 국악 신동… 함께 모여 결성

“안녕하세요. 방용국입니다. 이번 앨범 전곡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차례로 자기를 소개했다.

“취미는 랩 비트 박스와 음악 듣기이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좋아해요. 허벅지 힘이 좋아진 것 같아요.” (젤로)
“국악을 전공했고요. 피아노, 기타, 장구를 칠 줄 알아요. 한국 음악도 한(恨)을 담죠. 그런 면에서 국악과 흑인 음악은 일맥상통하죠.” (힘찬)
“부산 출신입니다. 사투리 억양은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서울말이 어색해서 살짝 끝말이 올라가기도 했죠.”(대현)
“깨알 같은 성대모사를 해요.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최효종 씨도 따라 합니다. 애매합니다잉~!” (영재)
“춤추는 걸 좋아하고, 평소 취미는 음악 감상입니다. 좋아하는 춤은 스트리트 춤입니다. 그 중에서 비보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췄죠.” (종업)

방용국은 홍대 클럽에서 유명한 힙합 뮤지션이다. 선배 언터처블의 소개로 1년 6개월 전 비에이피의 첫 멤버로 들어갔다. 여기에 국악고 출신 모델 힘찬, 부산 출신 대현, 춤꾼 종업, 감성 보컬 영재, 막내 젤로가 합류했다. 비에이피로 뭉쳐 연습한 지는 1년가량 된다. 데뷔전에는 하루 16시간 씩 연습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워리어’는 강렬한 비트에 사회 비판적인 가사를 녹인 곡이다. 방용국의 중저음 랩과 젤로의 하이스피드 랩이 조화를 이루고, 종업의 화려한 댄스, 보컬 대현과 영재, 힘찬의 시원한 가창력이 절정을 표현한다.

1990년대 인기그룹 H.O.T.의 ‘전사의 후예’가 떠오른다. 강타, 문희준, 장우혁, 토니 안, 이재원은 당시 한국 대표 아이돌로서 한류를 이끌어갔다.

“H.O.T.와 비교된다는 건 영광이죠. 요즘 나오는 아이돌은 다정한 남자친구 이미지가 많아요. 다른 그룹과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고로 빠진 것 같습니다.”(방용국)

H.O.T.를 넘어설 수 있느냐고 묻자, 힘찬은 “충분히 넘어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방용국은 “그렇게 되고 싶어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무대붕괴 사건, “한 번 쯤 더 올 지도”

‘워리어’ 후렴구에 추는 스톰프(stomp)댄스는 남성적이다 못해 과격하다. 한 음악프로그램 사전 녹화에서 무대 바닥이 이들의 군무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처럼 발을 구르면서 소리를 내는 춤입니다. 힘이 많이 들어가서 앞으로 한 번쯤 더 무대가 내려앉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춤이 정말 강력해서 그렇게 됐습니다.”(방용국)

격정적인 춤을 출 수 있는 비결로 영재는 “밥심”을 꼽았다.

“쇼 케이스 전날 리허설이 새벽 4시경 끝났어요. 사장님이 고기와 밥을 사주셔서 잠을 반납하고 아침까지 먹게 됐죠. 저희가 고기를 먹겠다고 우길 정도는 아니지만, 사장님이 아껴주시니까.”(영재), “개인당 적어도 2~3인분씩 먹어요.”(방용국)

데뷔하자마자 ‘대형 신인’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처음에는 쇼 케이스 3000석 어떻게 채울까 부담이 컸죠.” (대현)

“놀랐어요. 그 정도의 과찬을 받을 만큼 과연 잘했나 싶고. 좋게 생각하면 저희가 노력한 것을 알아주신다 생각도 들고 기뻤죠.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겠죠. 언론에서 보여주신 관심 이어가게 노력하겠습니다.” (방용국)

지금은 무사히 성공적인 데뷔 무대까지 치렀지만, 가수가 되기 전에는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 아직 스물 언저리의 친구들이나, 살아온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처음에 반대가 심해서 지역 방송(전라남도 목포) 장기자랑에 나가게 됐어요. 친구들이 팀을 결성해 춤추며 랩을 하는데 하고 싶더라고요. 게임 아이템을 준다며 들어갔죠.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무대 위에서 말 그대로 폭발했죠. 부모님께서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그걸 보시고 마음을 푸셨어요.”(젤로)

“음악 학원에 다니고 싶어서 평균 성적을 30점 이상 올렸죠. 엄마와 시험 성적으로 내기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중간고사 성적이 43점이 나왔는데 기말시험 평균 80점 나왔어요.” (영재)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홍대 클럽, 길거리에서 힙합 공연을 했어요. 힙합 아티스트에서 아이돌로 가서 변절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런 시선을 깨야 한다는 각오로 했어요. 변했다는 말 들어도 하나씩 보여 드리고 증명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방용국)

“지금은 회사 근처 한남동 ‘초호화’ 4층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힘찬), “4층 빌라 전에 살 때 지하 방에서 생활했는데, 4층으로 올라가서 기뻤어요. 그래서 초호화죠.” (방용국), “지하 생활도 재밌었고. 다 좋은 추억이었어요.”(힘찬)

▶외계전사 초사이어인 패션…“얼굴이 너무 시커멓게 보여 슬퍼”

비에이피는 금발로 머리카락색을 맞추고, 항공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온 초사이어인처럼 외계 전사의 분위기를 주려 한 것일까. 쇼 케이스도 외계인이 지구 정복하러 내려온 콘셉트로 진행했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저희가 외계인으로 출현한 적이 있어요. 머리를 다 염색하니까 더 외계인으로 보이더군요.” (영재)
“신인이니까, 한 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랗게 염색했어요.” (대현)

그래도 ‘전원 금발’이라니, 한 팀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멤버 각자의 개성은 사라진 것 같았다.

“가끔씩 팬들도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시더군요. 음악 방송 카메라 감독님도 혼동하고.”(영재), “저만 염색하는 줄 알았어요. 거울을 보고 ‘염색은 나와 안 어울리는구나. 한국인은 역시 검은색이구나!’ 한탄했죠.”(힘찬)

금발 때문에 얼굴색이 더 시커멓게 보인다며 구시렁대는 형들과는 달리 젤로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다들 저더러 금발이 잘 어울린다고 해요. 저도 그렇게 믿게 되더군요.”(젤로), “전, 남들이 볼 때도 안 어울린다고 했어요.” (힘찬)

전사의 느낌을 주려고 아이라인은 전부 짙은 색으로 칠했다. “눈 화장 씻기가 어려워요. 지우는 법도 배웠어요.” (힘찬)

멤버들은 색다른 음악, 패션, 춤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그룹이 되는 게 꿈입니다. 저희끼리 우스갯말로 ‘지구 정복이 꿈’이라고 하는데, 그 말처럼 되려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2012년에는 모든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응원해 주십시오.” (일동)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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