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그룹 ‘터치’ “JYP서 쫓겨나고, 영화 무산…술 마시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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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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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밤마다 술 마셔요. 술 마시니 살찌고, 살찌면 속상하니 다시 술 마시고…”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그룹 터치(준용(21), 영훈(21), 선웅(21), 성용(23), 재욱(22))를 만났다.

다섯 남자는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사진 촬영부터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티격태격 싸우고, 웃고 떠드는 등 장난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사뭇 달랐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시련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만큼 단단하고 성숙해진 속내를 엿보게 했다.

터치는 지난해 5월 새 앨범 ‘Too Hot 2 Handle’을 발매했지만, 회사 사정 때문에 활동하지 못하고 올해 다시 활동에 나섰다. 방송 한 번, 무대 한 번의 소중함을 깨달아 최선을 다해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그룹 터치, 이들의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 “해외파? 뭐라카노!” 고구마 서리하고, 산 타던 ‘시골파’

터치의 이번 타이틀곡 ‘Rockin’the club(라킨 더 클럽)’은 제목처럼 클럽에서 신이 나게 논다는 내용이 빠른 비트와 흥겨운 멜로디에 담겼다.

멤버들은 이 곡의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클럽에 방문해 춤을 춰보았다고. 멤버 몇몇은 태어나서 처음 클럽에 갔다고 했지만 서로 “누가 제일 신나게 놀더라”, “누구는 여자들이랑 춤췄다” 등의 고자질을 이었다.

멤버들의 생김새는 모두 클럽에서 잘 놀 것 같은 ‘해외파’, 혹은 ‘도시남’일 것 같은데 모두 국내, 그것도 지방 출신이란다.

맏형 성용은 경북 구미, 재욱은 부산, 영훈은 청주, 준용은 인천, 선웅은 안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멤버들은 사투리 억양을 꾹꾹 누르며 “아직도 서울말이 너무 어려워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각자 자신의 지역에서 꽤 잘나가던 인기인들이었다고.


멤버들은 성용이 구미에서 학교도 잘 안 나가는 ‘날라리’였다고 놀리자 “학교 잘 안 나가긴 했죠. 어느 날은 밭에서 고구마 서리해 먹고, 어느 날은 옥수수 따 먹고 놀았어요. 날씨 좋은 날은 산 타러 다니고요”라며 구수하게 답한다.

선웅은 안산에서는 알아주는 인기남이었다며 “직접 가서 확인해도 좋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에 옆에 있던 영훈은 “4대 천왕으로 불렸대요.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서 선물을 트럭 용달로 옮겨야 했을 정도로요. 그것도 두 대씩”이라고 설명한다.

‘시골파’인 터치 멤버들은 외모도 모두 얼굴에 칼을 대지 않은 ‘자연산’이다. 그야말로 ‘유기농 아이돌’.

“저희 정말 성형을 하나도 안 했어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여기저기 고치라는 요구도 있었는데 저희가 이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당당히 말씀드리고 안 했죠. 그런데 요새는 성형을 안 했다는 것이 자랑이 아닌 것 같아요. 좀 더 잘생겨지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요.”

그간의 고민이 담긴 솔직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내 “성형을 하면 외모가 비슷해지잖아요. 저희는 다 다른 외모여서 골라 좋아하는 매력이 있을 거예요”라며 미소 짓는다.

각기 다른 외모처럼 별명도 각양각색. 엉덩이가 매력적인 준용은 ‘비욘세 엉덩이’, 윗입술이 살짝 올라간 선용은 ‘안젤리나 졸리’, 승모근이 발달한 영훈은 ‘공룡’,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재욱은 ‘부산 마초남’, 이런 동생들의 장난을 다 받아주는 ‘순둥이’ 성용까지. ‘유기농 아이돌’이 펼칠 다양한 매력들이 기대됐다.

▶ JYP에서 짤리고, 영화가 무산돼도 “값진 경험이죠”

“JYP에서 더 좋은 데로 가라고…. 한마디로 잘렸죠.(하하)”

선웅이 웃으며 말한다. 분명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겪어온 시련들을 두런두런 꺼내놓는다.

“고등학교 때 교회 누나와 친친가요제(CNB 친친스타페스티벌) 나갔다가 싸이더스HQ에 캐스팅됐죠. 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연기 연습시키더라고요. 결국, 가수하겠다고 나와서 JYP엔터테인먼트에 갔는데 거기서도 잘렸죠. 하하. 더 좋은 데, 너에게 맞는 회사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가 실력이 많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 선웅은 JYP에 2009년도부터 10년까지 있었는데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남자그룹 계획이 없었다고. “저 나온 이후 미쓰에이(miss A)가 데뷔한 게 다예요”라며 설명을 한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지는 시기가 잘 맞아 온 지 3개월 만에 데뷔하더라고요. 부러웠어요. 제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했는데 기억이나 할까요. 이제 그냥 아름다운 추억이 됐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인다.

재욱도 탈락의 아픔을 여러 번 맛보았다. 터치에 가장 늦게 합류한 재욱은 그전까지 오디션 계속 보아왔다고.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이런 공개오디션도 다 나갔어요.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닌 지 1년 만에 터치에 들어오게 됐고요. 휴, TV 오디션 프로그램들 은근히 잘 생긴 사람 뽑던데요. 하하.”

데뷔 후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영훈은 지난해 단편 영화에 캐스팅돼 배우 이순재의 손자 역으로 나올 뻔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이었어요. 이순재 선생님이 할아버지로 나오고 할머니 역 분과 셋이 주연인 단편영화였죠.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너무 떨려 잠도 안 오고해서 새벽 3시에 연습하겠다고 대본 들고 밖으로 나가고 했다니까요. 그런데 무산됐어요. 그 영화 내용이 말이에요….”

영훈은 꽤 오래전 일을 어제 일처럼 아쉬워하며 말을 한다. 이야기를 하며 혼자 흥분해 영화 줄거리까지 줄줄 읊자 멤버들이 ‘아휴, 못보겠다’고 웃으며 그만 하라 다독인다.

이에 영훈은 “아쉽긴 한데 잘된 것일지도 몰라요. 사실 연기하기에 많이 부족했거든요. 연습 많이 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때 출연하고 싶어요”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 “스트레스에 술, 폭식, 심한 잠꼬대까지…. 그래도 하하하”

그간의 시련 때문에 터치 멤버들은 다양한 버릇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리더 준용은 “이제 밤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문을 열었다.

“밤에 생각이 많아져서 잠이 안 올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술을 마셔요. 그게 버릇이 되니 나중에는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맥주 두 캔 정도?”

이어 “폭식도 하게 되더라고요. 요새 5kg이 쪄서 지금 몸무게가 73kg이에요. 남자 아이돌 스타 중에 이런 몸무게 없을 걸요? 살쪄서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받으면 또 먹고, 먹으면 또 살찌고…. 악순환이죠. 하하”그는 과장되게 표현을 하며 멤버들을 웃겼지만 “근데 진짜에요”라며 씁쓸한 한마디를 덧붙인다.

영훈은 스트레스 때문에 잠버릇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번은 침대 틀을 주먹으로 계속해서 쳐 멤버들의 잠을 깨우는 소동을 일으켰다.

“제가 밤에 자면서 침대 틀을 주먹으로 막 쳤대요. 준용은 그 소리에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 낮에 2층 침대가 무너졌었는데 꿈에서 제가 그 침대를 다 고쳤거든요”

멤버들은 자신도 영훈의 잠꼬대를 들었다며 증언을 잇는다.

“진짜 잠버릇 심해졌어요. 잠꼬대 대사가 너무 웃겨요. ‘피터팬~ 도와줘요!’ 이런다니까요. ‘아저씨 5천 원이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깍듯이 말하기도 해요. 푸하하.”

이에 영훈은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봐요”라고 말한다.

멤버들은 개그에 욕심내며 재미있게 말을 이었지만, 실제 대화 내용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 많은 시련과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면 또 흥을 내보이며 답한다.

시련이 있었기에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진 터치.

터치 멤버들은 “지금 무명시절부터 도움 주시는 분들에게 다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뜨기 전에 그분들이 저희를 먼저 잊으실까 봐 걱정돼요. 저희는 절대 안 잊을 건데”라고 해맑은 미소를 내비친다.

실패와 기다림은 이들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겉만 화려한 아이돌이 아닌 진짜 강한 아이돌 그룹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반전 미래’를 펼칠 그룹 터치를 기대해본다.

글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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