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에비타’ 연출 이지나 “아이돌 뮤지컬출연 어때? 잘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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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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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타', 한국 현실과 공통점 많아
●"정선아? 두들겨 패고 싶은 막내딸"

‘에비타’ 연출 이지나 씨.
‘에비타’ 연출 이지나 씨.

그리스, 헤드윅, 오페라의 유령, 아가씨와 건달들, 광화문 연가… 문외한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뮤지컬 작품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한국에서는 연출가 이지나(46)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런 이 씨의 이번 선택은 독재자 페론과 그의 아내 에바 페론, 그리고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야기가 담긴 '에비타'다.

"사실 남의 나라 역사는 잘 안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영국 배우가 안중근 의사 연극을 한다고 생각해봐요. 그게 무슨 설득력이 있고 재미가 있겠어?"

하지만 '에비타' 제작사 측의 설득에 못 이기는 척 허락한 이유는 그 음악만으로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명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존재 가치는 역시 음악, 이지나 연출가는 "'오페라의 유령'에 참여했던 것도 음악적인 공부를 더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에비타' 덕분에 음악 공부를 엄청나게 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시작하니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에비타'가 마치 우리나라 이야기인 양 가깝게 다가왔던 것.

"'에비타'는 우리나라랑 공통되는 이슈가 너무너무 많더라고요. 그냥 한국인이 썼다고 하면 우리나라 이야기가 될 정도야,"

이 씨는 최근 '에비타'와 더불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프로듀서도 병행하고 있다.

'버자이너…'는 직역하면 'x지의 독백'인 제목부터 도발적일 뿐더러,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 강하다. 주연 배우는 유명한 소셜테이너 김여진(39). "어라? 점점 내가 정치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라며 이 씨는 기자에게 눈을 흘겼다.

"'에비타'가 정치를 크게 건드리진 않아요. 하지만 '조로'나 '아가씨와 건달들'보다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죠. 부모 돈으로 먹고 살던 철없던 시절에는 정치가 뭔지도 몰랐는데,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는 건가봐."

최근 몇 년간 뮤지컬계의 화두는 아이돌-가수 출신 배우들의 뮤지컬 진입이다. 이는 스타 파워와 떼놓을 수 없는 대극장 뮤지컬의 규모 때문이다.

"뮤지컬 매니아층은 2000명 정도예요. 그런데 대극장은 6만 석 이상을 팔아야 된다고요. 매니아는 앞에 한 두 열? 그러니 더 강한 브랜드, 더 격조 높은 작품, 그리고 아이돌 스타가 들어오는 거죠. 조승우 같은 독보적인 배우야 북 하나 메고 나와서 둥둥 치기만 해도 매진되겠지만."

뮤지컬 계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아이돌 스타는 단연 JYJ의 김준수(24)다.

김준수는 2009년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연을 맡아 임태경-박은태라는 뮤지컬계의 슈퍼스타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임팩트와 출연 전 회를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를 발휘했다. 김준수는 이후 '태양의 노래'를 거쳐 내년 2월 시작되는 '엘리자벳'을 준비 중이다.

"준수, 전 굉장히 높게 평가해요. (양)요섭이도 '광화문 연가'에서 너무 좋았고요. '미녀는 괴로워' 오사카 공연에서 (박)규리의 프로페셔널한 자세도 좋았어요. 아이돌이면 어때요? 잘하면 되지. 함께 공연했던 선아의 말에 따르면 준수 때문에 '모차르트'를 보러왔다가 뮤지컬에 빠지는 경우도 있대요."

'헤드윅'에 신화의 김동완(31)을 썼던 이지나 연출가, 그녀답게 입장은 확고했다. 그러면서 배우 정선아(27)의 이야기가 나오자 이씨의 목소리가 새된 소리로 변했다. 정선아는 리사(30)와 함께 '에비타'의 여주인공 에바 페론 역을 맡았다.

"아, 날 보는 것 같아요. 똑같아요. 나랑. 성격이. 완전히 스무 살 때 나야. 버르장머리 없는 것까지 똑같아. '연출가와 배우로서 좋고 믿고'가 아니라 회초리로 두들겨 패고 싶어요. 내 첫째 딸이 이영미(36), 둘째 딸이 리사라면 (정)선아는 막내딸이에요. 50살 먹어도 막내딸일걸?"

애증 섞인 말들이 지나가자 애정어린 말이 이어졌다.

"선아는 영어했으면 브로드웨이에서 1등이에요. 월드 클래스 배우라니까? 조승우에도 뒤질 게 없어요. 리사도 노래로 표현하는 연기는 탑이고. 연출가로서 행복해요."

하지만 '독설가' 이지나는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안티 팬 보유자이기도 하다. 제일 잘 나가면서 연일 죽는 소리만 해서란다. '한국에서 가장 바쁜 뮤지컬 연출가' 이씨는 단호하게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은 문제가 보이는 거고, 매니큐어 바르듯이 즐기는 사람은 환상이나 보면서 살면 되는 거예요. 전 한 작품을 5번 이상 보는 진짜 팬들이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이 불씨가 되어줬으면 해요."

글·사진=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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