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유학생대표 허윈 씨 “외국학생 유치경쟁도 좋지만… 맘껏 공부할 여건 만들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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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역 대학 첫 총유학생대표 경희대 허윈 씨

동아일보가 11월 21일자 A3면에 보도한 ‘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 추악한 제노포비아’를 통해 한국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차별받는 실상을 알렸던 중국인 유학생이 서울지역 첫 유학생 대표가 됐다.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출신 경희대 경영대 4학년 허윈(賀云·25·여) 씨는 9일 1400여 명(휴학생 제외)의 외국인 재학생 중 57%인 8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총유학생회장 선출 투표에서 9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12일 오후 서울 경희대에서 만난 허 씨의 표정은 학생회 회장답게 당찼다. 11월 인터뷰 때 허 씨는 한국 학생들과의 조별수업 당시 “나와 같은 조가 된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이라며 싫어하기도 하고, 막상 같은 조가 되어도 컴퓨터 작업 등 간단한 일만 시킬 때가 많다”며 한국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희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대표하는 총유학생회장이 된 뒤 개인적인 어려움에 연연하기보다는 총유학생회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했다.

허 씨는 “회장으로서 언어적·문화적 차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며 “특히 한국 학생이 한국어 공부를 도와주는 일대일 멘토링 공약을 실현해 유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도 한국어를 몰라 좌절하는 일을 막겠다”고 말했다. 허 씨가 내놓은 공약에는 일대일 멘토링을 통한 한국어 수준 향상 외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늘리기 △세계 각지의 문화를 고려한 식사 메뉴 다양화 △외국인 전용 과목 증설 등이 있다.

허 씨는 “한국 대학들은 늘 ‘국제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외국인 학생 수 늘리기에만 관심을 쏟았다”며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씨는 국내 대학과 학생들에게 요구만 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인 학생이 갖는 유학생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유학생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씨는 “외국인 유학생도 불평만 할 게 아니라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유쾌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 학생들이 문제가 있어서 우리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학생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잘 몰랐던 탓도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도 총유학생회 회장 선출을 반기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경희대는 외국인 유학생 관련 정책회의 때 동아일보 기사를 돌려 읽으며 유학생 대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경희대 총학생회 간부 학생들도 기사를 읽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현재 경희대는 외국인 학생 대상 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경희대 국제교류처 외국인지원센터 이진섭 계장은 “학생 눈높이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을 편성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인·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류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나온 우수한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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