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만혼 해결하고… 침체 지역경제 살리고… 日 2000명 미팅 ‘메가고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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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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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서 내자” 줄 선 청춘남녀 19일 일본 도치기 현 우쓰노미야 시의 한 상가에서 미혼 남녀를 위한 대규모 미팅에 참가하려는 젊은이들이 신청서를 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행사에는 2500여 명이 참가했다. 우쓰노미야=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신청서 내자” 줄 선 청춘남녀 19일 일본 도치기 현 우쓰노미야 시의 한 상가에서 미혼 남녀를 위한 대규모 미팅에 참가하려는 젊은이들이 신청서를 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행사에는 2500여 명이 참가했다. 우쓰노미야=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이케맨(イケメン·미남)을 만날 때까지 미팅을 계속하겠어요.”(오쿠리 사토미·24·여)

“오늘 목표는 미팅 5번. 여자친구를 만들면 최상이겠지만, 처음 만나는 또래 여자들과 이야기하고 술 마시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야나세 유다로·25)

19일 오후 9시 도쿄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도치기 현 우쓰노미야(宇都宮) 시의 오리온 상가. 300m 이상 길게 이어진 상가는 대규모 미팅에 참가한 젊은 남녀 2500명으로 시끌벅적했다. 가게마다 50여 명의 젊은이들이 쌍쌍으로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남녀끼리 스스럼없이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술잔을 부딪치는 것은 보통이고, 술기운을 빌려 큰 소리로 호기를 부리는 청년도 적지 않았다. 이성(異性)에 관심이 없고 여성에게 말도 못 붙이는 ‘초식남(草食男)’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될 정도인 일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축제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젊은 남녀들이 수줍음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연애 상대를 찾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일본어로 ‘메가고콘’이라고 하는 대규모 미팅을 주선한 곳은 이 지역 상가단체.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불경기에 가라앉은 지역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 日 지자체 앞다퉈 “우리도 단체미팅” ▼

지역 이름을 따 ‘미야(宮)콘’으로도 불리는 우쓰노미야 메가고콘은 1년에 두세 차례 열리는데 남자 7000엔(약 10만 원), 여자 3500엔(약 5만 원)의 참가비를 내면 행사에 참여한 52개 음식점과 선술집 등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무제한 미팅을 즐길 수 있다. 짝을 찾을 때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미팅을 계속하는 것. 주최 측의 팸플릿 문구도 눈길을 끈다. “여기 오는 모든 남자분들은 초식남이 아니라 육식남! 처음 만나는 여성에게 바람 맞더라도 기분 상할 것 없어요. 고개만 돌리면 새로운 미팅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다른 지방에서 ‘원정 미팅’을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미야콘이 열리는 날이면 인근 호텔과 여관의 방들이 모두 동나는 것은 물론이고 열차 표를 구하기도 힘들다. 교토(京都)에서 온 한 여자 회사원(29)은 “여동생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왔다”며 “강력하게 응원해 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꼭 목적 달성을 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한 레스토랑 바의 종업원 사쿠라이 가즈오미 씨(36)는 “가게 정원이 40명인데 오늘 밤에만 450명이 다녀갔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친구를 못 사귀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다고들 하지만 오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며 싱글벙글했다.

메가고콘이 ‘초식남’ ‘저출산’ ‘만혼(晩婚)’ 등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인기를 끌자 일본 각 지역에서 앞다퉈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상공회의소나 상가 번영회,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극 후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달만 해도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에서 2000명이 참가한 ‘센다이콘’(10일), 후쿠시마(福島) 시에서 2000명이 참여한 ‘후쿠콘’과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 시에서 700명이 어울린 ‘삿포로콘’(22일)이 잇따라 열렸다. 이달 26일에는 도쿄와 오사카(大阪)에서도 수천 명 규모의 메가고콘이 열리는 등 일본은 지금 메가고콘 열풍이다. 메가(Mega)는 초대형을 뜻하며, ‘고콘’은 합(合)을 뜻하는 ‘고’와 ‘교제, 모임’을 뜻하는 ‘Company’를 일본식으로 읽은 ‘콘파니’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로 일본에선 미팅을 뜻한다.

우쓰노미야=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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