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게이? 까칠 아티스트? 장난스러운 동네 형, 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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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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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설로 남성 팬 많아졌지만, '씁쓸'●'라디오키드'로서 DJ는 꿈같은 일…여배우와의 인터뷰 가장 힘들어●타이틀곡 '눈물나'는 대중의 공감과 나의 색깔이 잘 어우러진 곡●'나가수' 탈락자 중 조규찬이 제일 아쉬워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지역 예선 심사를 본 정엽은 “참가자 중 손예림 양이 무척 귀여웠다”며 “나중에 손예림 같은 딸이 아닌 손예림을 낳고 싶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사진 제공=산타뮤직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지역 예선 심사를 본 정엽은 “참가자 중 손예림 양이 무척 귀여웠다”며 “나중에 손예림 같은 딸이 아닌 손예림을 낳고 싶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사진 제공=산타뮤직
"최근 2년간 제대로 쉰 적이 없어요."

가수 정엽(본명 안정엽·34)을 만난 곳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어두운 지하 연습실이다. 그는 졸린 듯 두 눈을 비비며 토로하듯 한 마디 했다.

밀폐된 좁은 연습실에는 각종 음향 장비, 가사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들, 반쯤 태워진 담배꽁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지난 10월 11일 두 번째 솔로앨범 'Part 1: Me'를 발매하고 바로 서울, 대구, 부산에서 단독콘서트를 쉴 새 없이 이어왔다.

어디선가 '개그콘서트' 감수성 BGM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정엽은 "그래도 나름 즐겁게 하려고 해요"라며 '하하' 웃었다.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데뷔한 지도 어느덧 8년. 그룹 활동, 솔로 활동, 라디오DJ, MBC '나는 가수다' 등 방송 출연까지 정엽은 그의 표현처럼 천천히 '은근한 불'로 걸어왔다.

"어릴 적부터 팝 음악을 좋아했고, 꾸준히 가수를 위해서만 한걸음씩 걸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내 이름이 적힌 음반이 발매되고, 인기도 얻게 됐죠."

차근차근 걸어온 그의 인생 여정을 조근 조근한 그의 목소리로 들어보았다.

▶"인기 얻은 후 부담 많았던 앨범 작업…대중의 기호와 내 색깔, 정점을 찾았다"

솔로 앨범 반응을 묻자, 더 물을 수 없을 만큼 진솔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냥 요즘 트렌드 정도의 반응입니다. 각종 음원 사이트들에서 1등 한번 찍고 바로 내려오는 딱 그 정도예요. 요새 워낙 바뀌는 게 빨라서 금방 뜨고 금방 내려가더라고요."

듣기에 따라선 냉소적이기도 했다. 담담히 말은 했지만 이번 앨범을 위해 그가 느낀 부담은 꽤나 컸다고 한다.

"인기가 많아지니 그만큼 기대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 부담이 정말 많이 느껴졌죠. 가장 큰 부담은 대중적 기호와 나의 색깔이 잘 어우러지는 정점을 찾는 것이죠. 대중의 기호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정말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타이틀 곡 '눈물나'는 그 정점에서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 만족합니다."

이번 앨범은 극도로 슬픈 감성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타이틀곡 '눈물나'를 포함, 모든 곡들이 슬픈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정엽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제가 콘셉트를 딱 정하고 일을 해나갈 만큼 부지런한 뮤지션은 아니에요. 곡들을 만들다보니 다 슬픈 느낌이 나와 정하게 된 거죠. 이 앨범을 통해 당신들이 하는 이별과 사랑이 내가 하는 이별, 사랑과 똑같이 닮아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그는 이번 앨범 작업 과정이 이전의 작업들과는 조금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독특하게 멜로디보다 가사를 먼저 썼어요. 이전까지는 항상 멜로디를 먼저 썼었거든요. 마음이 가는대로 쓰고 멜로디를 붙여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하지만 타이틀곡 '눈물나'를 쓸 때는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곤란하기도 했다고.

내년 초 발매될 'Part 2'에서는 발라드뿐 아니라 강렬한 록, 부드러운 포크, 일렉트로니카 등 색다른 음악도 시도하고 다양한 내용들을 담을 계획이다.

▶"'여배우 특집' 제일 부담…여배우 번호 딴 적 한번도 없어"

그는 라디오 DJ로도 유명하다. 지난 10월부터 1년 넘게 진행해온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는 그의 노련한 진행, 흥미로운 음악과 이야기로 청취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저 정말 DJ로서의 욕심이 많아요"라며 묻지 않아도 라디오가 좋은 이유를 술술 말했다.

"목소리로만 대중과 소통하고, 거기에 단 둘이 대화하는 느낌까지 얻을 수 있잖아요. 정말 재미있고, 또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저 어릴 적에 라디오를 정말 좋아한 '라디오 키드'였거든요. 형이랑 같은 방을 썼는데 형이 머리맡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잤었어요. 처음 DJ 제안 받았을 때 꿈만 같았습니다."

DJ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시간은 매주 수요일 새로운 여배우들을 만나는 '여배우 특집'이란다. 예쁜 여배우를 만나는 일이 왜 어렵다는 걸까.

"저를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제가 원래 친한 사람들하고만 연락을 하는 성격인데 처음 만난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이끌어 가야한다는 게…." 그는 한숨을 푹 쉬어보였다.

혹시 마음에 든 여배우는 없었냐고 묻자 "네.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제가 현실감각이 있어서 그런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여배우들은 여배우, 그냥 연예인이다'라는 생각이죠. 번호를 따본 적도, 사적으로 만난 적도 한번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본인도 연예인이시잖아요?"라고 물으니 그저 웃는다. 이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음, 원래 누군가 좋아할 때 오래 친하게 지내면서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첫눈에 반하는 경험은 한번도 안 해봤어요"라며 설명을 잇는다.

▶게이설로 생긴 남성 팬들…"상처받을까 강하게 부정하지 못했지만…"

이런 성격 탓일까? 정엽이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다.

"제가 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제 라디오를 들어보면서 저에 대해 좀 알게 되면 '아, 전형적인 남자구나' 느끼던데. 제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도 좀 특이하게 입잖아요.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에 '정엽 게이'라고도 뜨니 많은 분들이 계속 물어봐요."

그는 '게이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처음에 '게이설'에 대해 들었을 때는 그냥 웃어넘겼어요. '인기가 많아지니 이런 소문도 생기는 구나!'하고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계속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기분이 좀 별로더라고요.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로서 여성에게 어필을 하고 싶으니까요."

게이설 때문인지, 그에게는 유독 남성 팬들이 많다. 그는 "남자 분들이 뭐 저를 안 싫어해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동네 형 같은 매력이 있어요. 즐겨 어울리는 남자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남자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남자죠.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고 할까"하며 멋쩍은 듯 웃는다.

이내 말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술술 털어놓았다.

"그 이상으로 저를 좋아하시는 남성 팬들도 있어요. 저는 그 분들을 당연히 존중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니까요. 그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강한 부정을 하기는 힘들었어요. 민감한 사안이잖아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는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겁니다."

▶발라드 부르는 진지한 가수? 개그 욕심내는 '개구쟁이 동네 형'

10월에 진행된 단독 콘서트 'K. I. S. S'(Keep it softly & sweetly)에서 정엽은 파격적인 '개그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 대신, '써니'에서 심은경 대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참가자의 모습으로 패러디해 우스꽝스런 표정은 물론 춤까지 춰보였다. 정엽이 과거 방황하던 시절, 오디션을 보고 실패해 좌절했던 시절 등 삶의 모습들을 패러디 해 유머러스한 영상으로 만든 것.

주로 진지한 분위기의 노래를 부른 발라드 가수로서 이 같이 코믹한 이미지가 걱정이 되지는 않나 궁금했다. 그는 "전혀 상관없다"며 "저 원래 웃기는 거 되게 좋아해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장난기 많은 동네 형이에요. 분위기 잡고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가수라서 이미지 관리한다? 그런 거 전혀 없어요"라며 '쿨'하게 웃는다.

사실 정엽이 대중에게 이름을 가장 많이 알렸던 것은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이후였다. 실력파 선배 가수들 사이에서 안타깝게 7위를 해 경연에서 떨어졌지만, 탈락과 상관없이 정엽은 '나는 가수다' 출연이 무척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나는 가수다' 최대 수혜자가 정엽이라는 말들을 하잖아요.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출연 이후 대중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인기도 많아졌어요. 아줌마 팬이 정말 많아졌어요. 하하. 만약 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들이 나가겠다고 하면 당연히 나가라고 추천할 겁니다. 특히 막내 성훈이가 나갔으면 좋겠네요. 다양한 장르와 많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엽은 '나가수' 출연 가수들 중 조규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절제를 아는 가수인데 탈락해서 아쉬워요. '나가수'가 좋아하는 뮤지션은 다른 메리트를 지닌 가수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정엽은 가수로서 지금처럼 천천히 걸어 나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저는 '지금처럼' 이란 말이 참 좋아요. 지금처럼 천천히 걸어 나가고 싶어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인기가 생겨 갑자기 타오른 스타가 아니잖아요. 확 탔다가 꺼지는 불이 아니라 은근한 불처럼 앞으로도 별 탈 없이 꾸준히 음악을 해 나가고 싶어요."

그는 'Nothing better'라는 자신의 노래처럼, 지금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듯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더도 덜도 아닌 지금처럼 꾸준히 노래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가수 정엽이 되길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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