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 임원인사 어떻게… “실적 청렴 비전 모두 갖춘 인재 발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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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의 임원인사는 예년에 비해 훨씬 빠르게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혁신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고 대내외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년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 들어 이런 관행은 이미 깨졌다.

삼성은 현재 미국을 방문한 이 회장이 일본을 거쳐 이달 중순 귀국하면 감사 결과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임원인사 시기도 11월로 앞당길 방침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요즘 그룹 고위층이 강조하는 위기론을 감안하면 실적, 청렴, 미래 비전을 모두 인정받아야만 임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소속 경영진단팀은 올 하반기에 전 계열사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비위 사실 등이 적발된 건설 부문과 금융 부문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6월 임직원 비위 사실이 드러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 10여 명이 줄줄이 옷을 벗은 삼성테크윈 사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당시 “잘나가던 회사가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많다.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일벌백계를 예고한 바 있다.

건설과 상사 부문을 합친 삼성물산은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나빠서 해외 자원 개발 등에서 활로를 찾는 상황에서 임직원의 아파트 편법 분양이 문제가 되자 건설 부문 임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의 전면에 선 금융 계열사 임원들도 안팎의 악재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삼성카드는 실적은 좋지만 최근 고객정보 관리에서 잇달아 문제를 일으켰다. 삼성카드는 마케팅팀 직원이 고객정보 80만 건을 대부중개업체에 넘긴 사실이 지난달 경찰에 적발돼 시민단체가 최치훈 사장을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증권은 계열사(삼성중공업) 채권을 매입한 사실을 숨기고, 고객의 채권 매매 정보를 팀 간에 공유했다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 때문에 금융 계열사에서는 ‘실적이 좋아도 CEO를 비롯한 임원이 경질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는 게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1, 2년간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고객정보와 관련한 문제를 일으켜 금감원 등에 적발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삼성이 이번 감사에서 사고 이유가 시스템 문제인지, 임원의 관리역량 문제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과 금융 이외의 부문에서는 ‘젊은 삼성’을 위한 쇄신성 인사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발탁 인사가 과감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에 앞서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이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 계열사는 이미 7월에 실적이 부진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장이 사실상 경질되는 등 한 차례 임원인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대규모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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