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PD까지 종편행…지상파 잇단 인력 유출로 위상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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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이 임박하면서 방송가의 인력 이동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상파 스타 예능 PD들의 잇단 이적에 이어 10년차 미만 젊은 PD들까지 이동 러시에 동참하더니 이젠 거물급 연예인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지상파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인력 대이동이 종편 출범과 맞물려 어떤 결과를 몰고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력 대이동 전방위 확산=
지난 4월 김시규, 여운혁 등 스타급 PD들의 잇단 종편 행으로 시작된 지상파 인력의 대이동은 최근 5년차 조연출까지 확산됐다.

이달 중순 MBC에서 '황금어장'과 '우리 결혼했어요' 등을 담당했던 5년차 김노은, 방현영 PD에 이어 SBS에서는 5~10년차 예능 PD 3명이 한꺼번에 jTBC행을 결정했다.

앞서 예능국의 허리 역할을 하는 10년차 이상 중견 PD들도 몸담았던 지상파 채널을 떠났다.

KBS '해피선데이'를 이끌었던 이명한, 이동희, 신원호 PD와 '개그콘서트'의 수장 김석현 PD가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고 MBC의 중견 PD인 임정아와 성치경 PD는 jTBC에 합류했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 발로 뛸 인력을 충원하는 데 관심을 쏟으면서 앞으로 젊은 PD들의 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이후 퇴사한 PD가 10명에 달하는 KBS 예능국은 10월 이전 PD 10여명이추가로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MBC도 젊은 PD들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는다.

한 종편채널 고위 관계자도 "예능 프로그램은 100% 자체 제작한다는 방침에 따라 5년차 미만 젊은 PD들을 더 많이 스카우트할 예정"이라고 말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PD들의 이동과 맞물려 스타들의 이적설도 탄력을 받고 있다. 6개월 뒤 '1박2일'을 떠나는 강호동은 jTBC를 비롯한 다른 방송사에서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고 유재석 역시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메리트는 '옛말'=지상파 예능 PD들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종편이나 케이블로 옮기는 배경에는 제작 여건의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방송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강도는 점점 세지는 반면 능력을 펼칠 기회는 잡기 힘들다는 게 예능 PD들의 불만이다.

MBC 예능국에서는 쓰러져 보지 않은 PD들이 거의 없다는 말이 돌 정도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최근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교양 프로를 폐지하고 예능 프로 비율을 높였지만 인력충원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부작용으로 노동 강도는 세졌지만 프로그램은 주문형으로 제작되다보니 PD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없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KBS 역시 예능국 인력이 많다보니 내부 경쟁이 치열해 프로그램을 맡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공영방송이다보니 다른 방송사에 비해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제약이 많은 점도 PD들의 사기를 꺾는 요소가 된다.

KBS의 한 예능 PD는 "프로를 만들면서도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며 "예능 프로를 너무 재미있게 만들면 공영방송이 오락성만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의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자리를 옮긴 선배 PD들이 끌어줄 경우 제안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J E&M은 자본력까지 갖춰 제작 여건도 지상파에 뒤지지 않아 보인다.

엠넷 '슈퍼스타K' 작가팀은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자리를 옮긴 한 예능 PD는 "지상파는 여러가지 제약이 많아 내가 만들고 싶은 오락 프로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케이블은 자유롭고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강호동을 비롯한 스타들도 친분이 있는 PD들이 포진한 데다 무엇보다 제약이 덜한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편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대책 골몰…"제작여건 개선해야"=지상파 방송사들은 잇단 인력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이를 막을 묘책은 없는 상황이다.

KBS와 MBC는 경력 PD들을 채용해 인력 유출에 따른 차질 막기에 나섰지만 이들이 현업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을 감안하면 현장의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예능 PD 3명의 동시 이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SBS는 이들의 이적이 확정된 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작본부 CP들이 긴급회의를 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예능국에서 젊은 PD 3명이 동시에 이적한 적은 처음이라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제작본부도 분위기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귀띔했다.

미래가 불투명한 신생 채널보다 확고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표면적 태도지만 내부적으로는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KBS는 지난 5월 예능 PD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3개월의 단기 해외연수를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선정과정에서 내부 잡음으로 구성원들의 빈축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예능 PD들이 KBS를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PD가 소모품이 아닌 창작자로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MBC 관계자 역시 "젊은 조연출까지 옮기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제작비 지원과제작여건 개선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방송가의 인력 이동이 장기적으로 국내 방송산업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림대 강명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력 유출이 잇따르지만 지난 수십년간 제작 노하우를 쌓아온 지상파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며 "오히려 크게 봤을 때 인력 이동은 긍정적이다. 종편은 지상파의 전문 인력 유입으로 단시일내 자리를 잡을 수 있고 지상파도 경쟁을 통해 콘텐츠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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