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10년입니다. 대기업을 명예퇴직하고 고향 서귀포로 내려온 지 말이지요. 우리 가족은 다행히 1만여 평의 감귤 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 문득 이런 의문이 하나 들더군요. 과연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를 설레게 만들어줄 희망이란 무엇일까?
사실 그동안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작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농 혹은 소규모농이다 보니, 외국의 거대 농업기업 앞에서 주눅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농촌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났고, 농가의 소득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더구나 기상이변 같은 변화에 대응할 기술개발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정부의 물량지원은 사실 농업인들에게는 큰 힘입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될수록 그것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근원적인 문제, 즉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것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경영 혁신과 의식 전환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도 장관이나 청장이 바뀌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을 적잖게 보아왔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일이 되풀이되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강소농 전략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이 정책을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의 열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이 일관된 자세를 갖길 기대합니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습니다. 현장 농업인의 마음을 도시민들도 좀 더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농업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때론 질타도 하면서 꿈과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우리 농업인들도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폭우와 산사태로 피해를 본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며, 제주에서 김종우 드립니다.
김종우 제주도 샛별 한라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