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남궁민 ‘다크남의 계보’…“처연한 눈빛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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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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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은 “대본을 소화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느린 편”이라며 “순발력을 키워 호흡이 빠른 드라마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남궁민은 “대본을 소화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느린 편”이라며 “순발력을 키워 호흡이 빠른 드라마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3개월 넘게 '장준하도 아니고 봉마루도 아니신 분'으로 살았어요. 날 닮은 그 친구가 자꾸 애처롭고…. 그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눈빛 하나에 수많은 사연을 머금은 듯 하다. 때로는 악하게, 때로는 처연할 정도로 슬픈 눈을 가진 '다크 마루' 남궁민(33)을 만났다.

MBC 주말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 '슬픈 악역' 장준하(어린시절 이름 봉마루)로 출연중인 배우 남궁민은 연기생활 10년 중 요즘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한다.

배우로선 이례적으로 MBC, YTN 뉴스프로그램 인터뷰에 두 번이나 출연했고, 어딜가나 알아보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가 방송에서 이름을 언급한 동생 남궁윤 씨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10일 종영하는 드라마 속에서는 불행 덩어리 그 자체다. 태어나기 전부터 친부 최진철(송승환)에게 버림받고, 친모 김신애(강문영)에게 외면당하고, 10년 간 친어머니처럼 믿고 따랐던 태현숙(이혜영)에게 배신당한다. 그는 이를 갈며 친동생처럼 사랑하던 현숙의 아들 차동주(김재원)에게 칼을 겨누지만, 마지막까지 모질지도 못한 그런 사내다.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자 봉우리(황정음)는 그의 여동생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바보 아빠' 봉영규(정보석)가 데려온 청각장애인 새엄마(김여진)의 딸이다.

사연 있는 악한 '다크 마루'는 2009년 비담(선덕여왕), 2010년 조민우(자이언트) 등 어두운 드라마 속 남자들의 계보를 잇는다. 2011년 상반기 드라마를 대표하는 '다크남'이라고 할 수 있다.

▶"몽유병 증세에 시달리고, 회식도 안가며 연습해도 항상 부족해"

남궁민은 대본이 늦어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쪽 대본'은 신 별로 대본이 늦게 나오는 걸 말한다. 실시간으로 시청자 반응을 체크하면서 대본을 쓰기 때문에 그렇다.

"토요일에는 세트 7, 8개를 연속으로 찍어야 했어요. 정신없죠. 야외 촬영 같은 경우에는 ENG카메라로 끊어가며 찍지만 세트장에서는 카메라 1,2,3 세 대로 동시에 찍으니까 대사를 외우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어요. 세트에 들어오면 내가 말을 해야 하는 데 할 수 있는 말이 있어야죠. 그때부터 외우기 시작하면 정말 코웃음만 나와요. 28부에서 동주가 저를 한방 먹이고 갈 때 '헛웃음이 나온다'고 대사를 하는데 연기가 저절로 됐어요."

-제본된 대본을 못 보다 보니, 신 별로 감정 선이 뒤죽박죽 얽히지는 않았나요?

"기본적으로 시놉시스에 나온 굵은 뼈대의 감정은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몰입이 어렵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게 힘들어요. 예를 들어 26회분에서 봉우리를 집으로 초대하잖아요. 어떻게 데려왔는지를 모르고 집에서 함께 요리하는 신을 먼저 찍어요. 사실 '어떻게 해야지'라고 생각할 시간도 없지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사무실 가서 데려온 거더라고요. 그것을 붙여놓으면 또 기가 막히게 연결이 돼요. 캐릭터를 잘 잡아준 작가 분들에게 고마워요. 작가 분들이 그만큼 많이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드시기 때문에 대본이 늦는 거죠."

남궁민은 “김재원, 황정음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개인적으로는 황정음 씨를 더 닮은 것 같다. 정보석 선배님, 황정음 씨와 나란히 있으면 정말 한 가족처럼 셋 다 정말 뾰족하더라”며 웃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남궁민은 “김재원, 황정음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개인적으로는 황정음 씨를 더 닮은 것 같다. 정보석 선배님, 황정음 씨와 나란히 있으면 정말 한 가족처럼 셋 다 정말 뾰족하더라”며 웃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연기를 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역시 대본 문제이긴 해요. 저는 다른 전문 배우들보다 특히 대본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오면 촬영장에서 떳떳하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는데 준비를 하나도 못하고 현장에서 받으니 마음이 힘들죠. 3~40년씩 연기를 해온 선배들은 내공이 쌓인 만큼 금방금방 뽑아낼 수 있겠지만. 그게 너무 스트레스라 몽유병 같은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침대 앞에서 촬영하는 거예요. B팀 감독님이 '레디, 액션'을 외치는데 저는 침대에서 막 일어나 메이크업도 안 된 상태에서 연기를 해요. 그러다 다시 잠이 들어요. 무섭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닌데 실제로 일어나 앉아서 대사를 막 외워요. 그러한 제 모습이 어떻게 보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혼자 살기 때문에 아직 다른 사람들이 보지는 못했어요. 집에서 부모님들이 봤다면 정말 걱정하셨을 거예요."

-스트레스 때문에 겪은 기억 남는 에피소드 있어요?

"한번은 촬영 감독님들과 배우들 회식 자리가 있었어요. 저는 그날 식은땀을 뚝뚝 흘리고 몸이 안 좋았거든요. 일찍 식물원(포천 평강식물원) 근처에 펜션을 잡아 쉬고 있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또 방구석에서 대본 외우고 왔구나?'라고 하셨어요. 저를 잘 아시는 거죠. 그렇게 연습해도 또 대사 NG를 내요. 감독님이 "어이구, 밥이라도 먹으러 오지. 뭐, 혼자 연습해봤자 대사도 잘 외우지도 못하면서"라고 말씀해서 '빵' 터졌어요.

▶장준하와 닮은 점은 심성이 착하다는 것?

-장준하의 매력은 뭔가요?

"장준하는 신데렐라나 다른 동화 속 이야기처럼 마냥 착하거나 이유 없이 못된 아이가 아니에요. 드라마에서 보통 착한 사람은 처음부터 쭉 착하고 역경도 다 헤쳐 나가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장준하 캐릭터는 현실적이에요. 또 장준하는 어렸을 때 어린 마음에 마루라는 이름을 버리고 커서 장준하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어릴 적 가족들이 정말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리워하며 갈등하고 혼란스러워 해요. 그런 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들하고 비슷한 면이 많아요. 그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봉마루도 장준하도 아니신 분, 정체성이 복잡해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극 중 이름은 봉마루와 장준하 두 개죠.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이랑 대본에도 '장준하도 아니고 봉마루도 아니신 분'이라고 불리는데 그 만큼 정체성이 복잡해요. 사실 저는 장준하라는 이름보다 봉마루라는 이름이 더 애착이 가요. 팬들도 남궁마루라고 불러주시고요. 저도 장준하처럼 항상 갈등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공감이 가서 잘 몰입할 수 있었죠."

-스스로 생각할 때 자신이 장준하와 가장 닮은 점은?

"장준하는 착한 아이었다가 못된 아이로 변해요. 과정과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본디 심성은 착하죠. 저도 스스로 좀 착하다고 생각해요.(웃음) 하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저 역시도 상황에 따라 못되질 수 있죠. 또 장준하를 보면 마음에 꾹꾹 담아뒀다가 나중에 터뜨립니다. 저 또한 평소에는 화를 안 내려고 노력해요. 꾹꾹 담아놓는 편이죠. 닮은 점이 연기를 통해 잘 투영된 것 같아요."

남궁민은 “극 중 장준하가 복수도 더 화끈하게, 봉우리에게도 더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남궁민은 “극 중 장준하가 복수도 더 화끈하게, 봉우리에게도 더 확실하게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눈빛 연기를 하는 비결이 있다

-극 중 동생인 봉우리를 사랑하는 미묘한 감정신이 있어요. 우리는 준하를 '친오빠'로 보고, 동주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소화했나요?

"대본이 급하게 나와도 내 대사를 보면 바로바로 습득할 정도로 대사가 이해가 갔어요. 그런데 딱 하나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를 좋아하는 설정이었죠. 그것을 이해시킬 관련된 신이 없었어요. 우리를 어느 정도 좋아하냐면 16년 동안이나 함께 동생처럼 지내 온 차동주에게 '나 술 취한 거 아니다. 나 우리 좋아해' 라고 말할 정도에요. 동주와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장준하가 '돌아이'거나 그만큼 우리를 정말 많이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물론 후자겠죠. 그런데 사랑하게 되는 그 마음이 대본에 잘 안나와 있어서 표현하기가 힘들었어요. 어쨌든 장준하는 우리를 좋아하고 포기하지 않아요.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좋아하면 더 좋아하고 집착도 하다가 나중에 뻥 차였으면 좋겠어요. 이도저도 아닌 건 싫어요. 사실 장준하도 우리가 계속 자신을 밀어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오빠라는 형태로라도 남아 있으려 노력하는 거겠죠."

-집으로 초대할 때 분위기가 어쩐지 묘했어요.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서 '자고 가'라고 했을 때 여자 스텝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그 대사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은근슬쩍 해야 하는데. 물론 이성적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건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죠. 말이 어쩐지 묘해서 감독님에게 '자고가라'라고 부드럽게 바꿀까 여쭤봤는데 그냥 '자고 가' 로 하래요. '버스는 위험해서 안돼'라고 풀어서 말할까요? 물었더니 그냥 '위험해서 안돼'라고 하래요. 그렇게 했죠. 준하는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과 영화도 한편 보고 좋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이 있나요?

"장준하가 외할머니 황순금(윤여정)을 찾아가서 찍은 신이요. 제가 눈이 뒤집혀서 계단에서 할머니를 탁 쳐다보는데 '아, 내가 광대가 저렇게 짝짝이구나' 깨달았어요.(웃음) 이 할머니 신은 7시간 찍었던 것 같아요. 윤여정 선생님이 체력이 좋으신 분이 아니에요. 촬영이 새벽으로 이어지면 정말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날도 엄청 힘들었어요. 날씨도 비가 오다 말다하고. 저는 대본이 너무 안 외워지는 거예요. 가장 기억에 남고 힘든 장면이었어요. 신은 잘 나와서 다행이었지만.

제가 연기에 대한 열등감도 있고 잘 모르겠어서 감독님께 많이 물어보거든요. 감독님은 간단하게 대답을 해주시죠. '여기선 '그냥 X됐어' 이렇게 생각하면 돼.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말해줘요. 저에게 최고의 확신을 주시는 것 같아요. "

-분노하는 눈빛이 인상적이던데….

"눈이 너무 아파요. 눈을 깜박거리지 않고 부릅뜨고 있으려니 아,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장준하의 삶은 정말 파란만장하죠. 직업은 의사인데 할머니한테 막 욕하고 엄마를 노려보는 것이 마치 북한에서 온 공작원처럼 지독하게 분노를 해요. 누리꾼들이 울고 화내는 것만 모아서 '다크 마루'라고 만든 영상을 봤는데 그것만 봤을 때는 정말 무슨 특수부 요원 같아요. 다 죽여 버린다, 복수한다 이러는데 내가 봐도 굉장하더라고요."

-특별히 눈빛 연기하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제가 추구하던 연기 방향은 눈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초반에 거울보고 많이 연습했죠. 눈동자를 크게 뜰까, 눈썹을 올릴까 고민하면서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마음을 직접적으로 먹는 게 가장 좋더라고요. 저만의 눈빛을 표출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건 비밀이에요. 분노한다고 무조건 힘을 주어선 안돼요. 진심으로 마음을 먹을 때 저만이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내 눈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죠."

▶"재원 씨가 예쁘장해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주인공 재원 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사실 제 비중이 더 커졌으면 재원 씨에게 미안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재원 씨나 저나 둘 다 어느덧 연기를 10년 이상씩 한 사람들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경쟁심 같은 것은 없어요. 서로 호흡은 정말 좋아요. 촬영하며 농담도 많이 하고 친해지다 보니 서로 대치하는 상황인데도 웃겨서. 그래도 재원 씨랑 연기하면 수월해요."

"침대 신도 연기 경력 없는 사람과 했으면 정말 어색하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재원 씨와 '여기서는 이렇게 돌리고 저렇게 해서 한번 웃고 하자'고 맞춰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여러 번 안 찍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굉장히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신 정말 싫습니다. 저는 이성을 좋아하지 남성은 안 좋아해요.(웃음) 더 심한 장면도 있었어요. 제가 재원 씨 위에 올라타서 재원 씨 얼굴을 잡고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인데 서로 연기를 오래했어도 정말 진땀 뺐어요. 고맙게도 삭제됐죠. 여배우였으면 오히려 긴장이 안됐을 것 같아요. 영화 '뷰티풀 선데이' 찍으면서도 베드신, 키스신을 촬영했는데 긴장 하나도 안됐었거든요. 남자랑 하려니 힘들었어요. (동성애 영화 '쌍화점'을 찍은) 인성이가 굉장히 존경스러웠어요."

-동성애 작품은 못하시겠어요.

"굳이 안 해도 될 경험도 있는 것 같아요. 연기자가 가리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 하나만 가리려고요. 그나마 김재원 씨가 예쁘장해서 다행이에요. 이목구비 크고 그런 사람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남궁민은 장준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며 “연기자로서는 다양한 경험 없이 너무 평범하게 살아온 것이 조금 아쉽다”며 “열심히 분석하며 상상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남궁민은 장준하와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며 “연기자로서는 다양한 경험 없이 너무 평범하게 살아온 것이 조금 아쉽다”며 “열심히 분석하며 상상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또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다들 무척 친해서 즐겁게 촬영해요. 평소에는 농담도 많이 하고 지내는데 나중에 가서 서로 대치되는 상황이 됐잖아요. 예전에 정음 씨, 재원 씨, 규한 씨, 저 이렇게 넷이서 촬영하는 신이 있었어요. 갈등이 고조돼서 제가 막 '나와!' 소리치고. 그런데 서로 너무 친해서 웃음만 나오는 거예요. 제가 제일 형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런 신 찍을 때는 서로 안 보이는 경쟁심도 있고 해서 심적 연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사이가 아주 좋아서 이럴 땐 안 좋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이혜영 선생님(태현숙 역)과도 감옥에서 노려보고 반말하면서 '죽여버린다' 이러는데 평소에 선생님이 '어~ 왔니~?'하며 잘 챙겨주시거든요. 극 중에서 막 째려보고 이러는 게 가끔씩 민망할 때도 있어요."

-벌써 데뷔 10년 차, 많은 작품 활동 해왔잖아요.

"다양한 작품을 했었죠. 초반에는 선량한 캐릭터가 많았어요. 데뷔작인 '대박 가족'도 극중 완벽한 남자 설정인데 못생긴 아이한테 잘해주는 역할이었죠. 늘 '미라야 안녕?'하면서. 그 후에 '장밋빛인생'에서도 병원을 소유한 젊은 한의사인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역할이었고요. 그때 까지만 해도 조금 미숙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군대 가기 전에 영화 '비열한 거리'와 '뷰티풀 선데이' 하면서 잘한다는 평가를 들으며 한창 물이 올랐었는데 '뷰티풀 선데이' 제 장면만 몰아 찍고 그 다음날 바로 군대를 갔죠. 이번 드라마를 하며 느낀 것은 어느 층이 많이 보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10대, 20대, 30대 젊은 층이 많이 보니 인터넷에도 다시 한번 거론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번 드라마가 배우 남궁민을 보여준 계기가 됐네요.

"네. 10년 동안 연기 활동하며 어떤 흐름을 타고 쭉 올라온 적이 없었어요. 그러면 스트레스 받고 포기할 만도 한데 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타당한 이유들을 찾았어요. 그중에 연기력이라는 부분을 생각하며 쉴 때도 뮤지컬 선생님 찾아가서 발성 연습하는 등 실력을 쌓았어요. 이번 '내 마음이 들리니'를 통해 제가 사람들에게 다시 보인 계기가 됐죠.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저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친구 딸들 보니 정말 귀여워, 그래도 결혼은 아직"

-한국나이로는 서른넷이죠? 이제 결혼할 나이도 된 것 같은데.

"해야죠.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친구 결혼식을 갔다 왔는데 다들 딸딸딸…. 딸아이들의 얼굴을 보니까 막 빠져들겠더라고요. 근데 또 예쁜 만큼 고생스럽대요. 그런데 저는 제 친구들이 그렇게 아저씨인 줄 몰랐어요. (웃음) 저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여자친구나 결혼은 당분간 접고 내 일에 집중하려고요. 지금 다른 것에 신경 쓰며 내 일에 집중 못하면 나중에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새로운 시작이에요. 남들은 이번에 드라마가 잘 됐다며 '축하 샴페인 터뜨려야지'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스스로 더 채찍질 하며 나아갈 거예요. 키가 작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려고요."

-키에 콤플렉스가 있나 봐요?

"제가 키가 좀 작죠.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닌데 제가 일요일이 되면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거든요. 보면 '남궁민이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말을 정말 많아요. 어머니도 '미안하다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다행히 몸이라도 좀 얇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재원씨도 키가 184cm 정도로 무척 커요. 지금까지 공유, 조인성 등 키 큰 배우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죠. '뷰티풀 선데이' 박용우 형이랑 할 때 제일 행복했어요. 형이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요.(웃음) 솔직히 키에 많이 연연하지는 않고요. '옷발'이 잘 안 받을 때 조금 아쉽기는 한데 그런 부분을 매울 수 있도록 다른 부분에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인터넷으로 모니터링을 많이 하나봐요.

"인터넷 모니터링은 꼭 하는 편이에요. 제 생각은 주관적인 것이고 사람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일요일이 되면 갤러리나 카페 등을 돌아다녀요. 저보다 더 깊이 분석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기억 남는 누리꾼 패러디나 리뷰가 있나요?

"샤워하는 신에 관한 거요. '미역마루'라고 하시면서 자꾸 제 머리만 띄어다가 여러 군데 붙여놓고 서로 좋다고 하시는데 작작 좀 해주세요.(웃음) 파마기 있는 머리가 이렇게 내려온 것을 모르고 촬영했는데 '미역마루' 그 그림은 정말 죽을 때까지 따라갈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 안 나쁘고요. 좋아요."

▶ "연기 속 상처, 다른 캐릭터를 만나 매진하며 잊어야"

-차기작은 결정 된 것이 있나요?

"아직 확실시 된 건 없어요. 작품이란 게 마치 사랑하는 사람처럼 내가 원하는 작품이면 그쪽에서는 나보다 더 큰 사람 원하고. 나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왠지 그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것 같아요. 차기작은 드라마로 하고 싶어요. 영화를 하면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좋고 편한데 6개월 정도 간격이 생기니까. 최대한 빠르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다음 콘셉트도 정해놨어요. 머리를 밝게 연색하고 머리도 길러서 옷을 캐주얼하게 입을 거예요. 그리고 CF도 3개 정도 들어왔어요. 조율 중이에요"

-원하는 장르는요?

"로맨틱코미디요. 그런 연기 저도 할 줄 알거든요.(웃음) 예전에 밝은 것만 했을 때에 밝은 역 하는 것보다 지금 어두운 연기를 한 뒤 밝은 연기를 하면 좀 더 다양한 스펙트럼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상대역은 공효진 씨."

신나게 차기작을 이야기 하는 남궁민. 그의 배우로서의 삶은 지금부터 또 다른 시작을 맞는 듯 했다. 장준하의 처연한 눈빛이 로맨틱코미디 물에서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기대된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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