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류덕환 “시즌2 들어가기 전 제작진과 딜 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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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7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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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신의 퀴즈\'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 주인공 한진우 역을 맡은 류덕환은 "시즌2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제작진에게 \'시즌1 출연진이 그대로 나온다면 출연하겠다\'는 딜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OCN \'신의 퀴즈\'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 주인공 한진우 역을 맡은 류덕환은 "시즌2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제작진에게 \'시즌1 출연진이 그대로 나온다면 출연하겠다\'는 딜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나이 스물 넷! 연기 경력 20년!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는 4살 나이에 연극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연기를 시작해 15살에 영화 '묻지마 패밀리'에 출연. '장진 사단'에 합류해 신하균 정재영 류승룡 등 대선배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역 출신 성장통도 없이 2006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 석권! '천재 배우' '스펙트럼 넓은 배우' '충무로의 아이돌' 등 좋다는 수식어는 죄다 차지한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배우 류덕환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면 '건방진 도사' 유세윤은 이런 프로필을 읊어대지 않았을까. 아,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할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하반기 OCN '신의 퀴즈' 시즌1이 끝나자 시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시즌2 제작 서명운동' '류덕환 재출연 청원 운동'을 벌여 시즌2가 제작되게 한 능력남!'

부검을 통해 사건에 숨겨진 희귀병을 찾아내는 메디컬 범죄 수사극 '신의 퀴즈'가 지난해 하반기 시즌1을 방송한데 이어 10일 시즌2를 시작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천재이자 괴짜 촉탁의 한진우 역을 맡은 류덕환을 만났다.

▶"'신의 퀴즈', 작품에 대한 믿음 있었다."

-시즌2 제작 소식은 언제 들었나요?

"시즌2 이야기는 시즌1 하기 전부터 있었어요. 농담 식으로 '덕환아, 너 시즌2는 어떻게 할래?' 그러셨죠. 그 때는 시즌1부터 잘 만들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어요. 지금은 또 시즌3는 어떻게 할꺼냐고 물어보세요. 전 또 시즌2부터 잘 만들겠다고 하고요. 하하"

-시즌1부터 시즌2, 시즌3를 염두해 둔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시즌1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엔딩이 진우가 경희(윤주희)를 만나러 가다가 쓰러지는 거였어요. 그 결말이 참 좋았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다보니 결말이 바뀌었고 '진짜 시즌2도 가나?' 싶었지만 할 줄은 몰랐어요. 분위기 좋으면 항상 후속편 이야기는 나오니까요."

시즌1 마지막회에서 진우는 생명을 걸고 경희를 구하고 꽃다발을 건네며 사랑을 고백했다.

-망설임은 없었나요?

"작품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어요. 이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단, 시즌1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면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딜을 했어요. 물론 제작진이 원하는 더 좋은 배우가 들어와서 더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랑 호흡은 안 맞을 것 같았어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진우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으니 이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신의 퀴즈' 시즌2에는 윤주희 최정우(장규태) 박준면(조영실) 나윤(김성도) 등 시즌1의 주요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한다.

-시즌1이 끝나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시즌2 제작 청원운동'이 있었어요. '류덕환 재출연 청원 운동'도 있었고요.

"그 정도로 (드라마를) 많이 사랑해 주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제 작품 제대로 못 봐요. 낯간지러워서요. 청원운동도 어머니가 알려주셔서 알았어요. 사실 시즌2 출연여부를 고민할 여유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서명운동에 어머니가 참여하셨기 때문이에요. 생전 컴퓨터를 잘 안하시는데 저를 부르시더니 '다음'에 어떻게 들어가냐고 물어보시고는 뭘 쓰시더라고요. 시즌2 청원운동이었어요. 아, 난 (제의가) 들어오면 해야겠구나 싶었죠. 하하"

류덕환은 "내 어머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의 일부를 덧붙였다.

"어느 날 어머니와 술 한 잔 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내 아들의 연기력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난 너에 대해 의심해 본 적도 없다. 네가 케이블 드라마를 선택했을 때는 분명히 이 작품에 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시청했는데 이야기에 휴머니즘도 있고 사회적으로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있더라. 작가가 아주 위험한 발언을 재치 있게 할 수 있는 사람같다. 그래서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드라마를 썼는지 만나보고 싶다'고요."

-사실 지난해 덕환 씨가 '신의 퀴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놀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덕환 씨의 인지도 연기력이면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제의를 많이 받았을 텐데요….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시나리오였어요. 주위에서 '케이블 힘들 텐데' '해봤자 큰 도움 안 될 텐데'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따졌으면 단편영화도 연극도 하지 않고 예능에 나가서 얼굴부터 알렸어야 해요. 하지만 저는 배울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케이블 지상파의 개념은 애초부터 없었어요. 모든 경계선을 배제하고 '신의 퀴즈'만 딱 놓고 선택했던 것 같아요."

-작품 선택의 기준은 뭔가요?
"첫째는 작품이죠. 시놉시스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읽고 있을 때가 있어요.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하면 어떻게 될까 읽으면서 시험해 보는 거죠. 그 다음은 캐릭터에요. 요만한 신장에 요런 얼굴 요런 손발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캐릭터를 했을 때 과연 정말 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하죠."

-관객들이 류덕환 씨에게 바라는 역할이 있을 거예요. 고려하지 않나요?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직업이다 보니 관객들의 의견과 사랑 관심을 무시할 수 없죠. 수용해야 하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100% 수용할 수는 없어요. 100% 수용했다면 예능에 나가서 까불고 성형수술부터 했어야죠. 그런 것들을 모두 수용하는 순간 제가 깨부수려고 했던 신념은 무너질 거예요. 그리고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류덕환이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를 궁금해 하셨던 것 같아요. 저 또한 내가 이 작품을 했을 때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기대 되고요. 이런 미묘한 관계가 좋아요."

그는 "만약 내 자신이 확고함이 없는데 팬들이 원하는 것만 가지고 선택한다면, 그 순간에는 원래 팬들이 나에게 받았던 감동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 혹은 선물을 드릴 것 같다"며 "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류덕환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배우 류덕환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친구들이 있었기에 진우에게 쉽게 들어갔고 쉽게 빠져나왔다"

-한진우와 류덕환, 공통점이 있나요?

"털털한 척 하는데 소심한 거? 은근히 다 담아둬요. 안 그런 척 하고요. 그리곤 집에 가서 막 생각하죠. 제가 아역이었다보니 어머니가 대사를 맞춰주시곤 했어요. 장진 감독님을 만난 뒤론 저를 감독님께 맡기시고 신경쓰지 않으셨어요.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께 연기를 보여드렸더니 좀 이상하다고 하셨어요. 그 순간 제가 뭐가 이상하냐고 맞다고 화내고는 방에 들어가서 이상한가? 이상한가? 생각했어요. 진우도 그런 게 있지 않나 싶어요. 자기가 내뱉은 것은 확실하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온갖 지식을 동원하죠."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6개월 가량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한진우가 되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진 않았나요?

"아뇨. 진우에게는 제 친구들의 모든 성격이 담겨져 있어요. 위트 있다거나 장난스럽게 툭툭 던진다거나 진지한 모습이나 모든 것들에서 친구들의 모습이 요소요소 보여요. 친구들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진우에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항상 친구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시즌1 끝나고) 빠져나왔다는 생각도 못하고 빠져나왔고요. 그러다보니 시즌2 들어갈 때 준비한 게 없어요. 걱정이 전혀 안되는 거예요. 작가님께 전화드려서 '진짜 어떻게 해요. 긴장이 아예 안되요. 미치겠어요' 그랬더니 '진우는 원래 그런 애다. 진우에게 긴장 따위는 없다'시며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연기할 때도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계산한 게 없어요. 그러다보니 애드리브도 난무했고요. 장진 감독님이 저한테 '애드리브만 안하면 좋은 배우'라고 하셨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많이 해요. 하하"

-원래 작품이 끝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인가요?

"'천하장사 마돈나'나 '우리동네' 같이 극단적인 캐릭터 할 때는 힘들어요. '우리동네'는 내 정신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캐릭터에 들어가서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작품 쉬었어요. '천하장사 마돈나'는 가슴으로 힘들었어요. 그들(트렌스젠더)의 아픔을 알고나니 그들을 싫어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나는 거죠. 만나서 아픔을 느끼고 들었으니 그 사람들에게 연민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영화를 통해 그들을 대변했는데 금방 빠져나와서 예전처럼 지내면 내가 거짓말이 되어 버리니 가슴에 계속 남아있었어요."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나요?

"친구들을 만나요. 그게 가장 좋아요. 친구들을 만나면 생활하는 내 모습을 찾아요. 그 중에 가장 좋은 친구는 술이고요. 하하"

보통 연예인들은 연예인 친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반면 류덕환에게는 유독 '일반인' 친구가 많아 보였다. 4살부터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얘는 내가 연예인이어서 이렇게 하는 걸꺼야라고 생각하면 그 친구도 저한테 다가올 수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진 찍히는 것 신경써야하고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죠. 연예인은 항상 시선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해요.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와주지 않아요.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내 생활이 달라질 수 있어요."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강 형사와 멜로? '요것들 언젠가는 사고 치겠네' 기대감을 줄 수 있을 듯"

-시즌1과 시즌2에서 한진우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없어요. 똑같아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뿐인데 캐릭터도 달라져야 할까요? 시즌1 10회가 끝나고 시즌2 1회가 시작한 게 아니라 11회로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물론 부족했던 점들은 업그레이드되겠지만 캐릭터적인 부분에서는 업그레이드라고 할 게 없어요. 성격은 똑같아요. 그게 오랫동안 이 드라마를 기다려왔던 분들이 바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는 '변화'에 대해 덧붙였다.

"모든 작품을 할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저는 똑같이 연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성향상 변화를 원하죠. 아이돌 친구들이 항상 변화하려는 게 안타까웠어요.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변화하는 거 좋죠. 다양성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그런데 왜 빠른 시일 내에 보여줘야 하는 걸까요. 20대 30대 40대 50대 평생갈 수 있는 직업인데 왜 20대에서 피크로 보여줘야 하는 건지 안타까웠어요."

-대사는 여전히 어렵나요?

"어려워요. 작가 형한테 '난 신이 아니에요! 천재가 아니라고요!'라고 투정부렸어요. 그랬더니 보이스오버 처리를 많이 해서 편하게 해주셨는데, 막상 그렇게 하니 촬영하는데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형 제가 외울게요' 했어요."

-대사 외우는 비법이 있나요?

"이해하게끔 만들어요. 우선 모르는 병들은 모두 검색해 봐요. 확실하게 알아야 외울 때도 편하고 시청자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나 자신에게 거짓말 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충분히 이해하려고 해요. 그리고 손동작을 만들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양 팔을 넓게 벌리고) 굉장히 몸집이 큰 여성이 중증환자에게 (어깨를 움츠리며)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폭행을 당했다.' 구연동화 하듯이 사람들도 납득이 되게끔 손동작을 넣는 거예요."

-한진우는 천재에요. 시즌1에서는 한진우가 눈동자 세 번만 굴리면 사건의 단서를 찾으니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하.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작가 형에게 '진우는 천재이지 신이 아니다. 너무 척척척 다 아는 것 아니냐'고 했어요. 강경희 형사가 한진우의 아드레날린을 촉진시키는 인물이 아니라 사건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법의학 사무소 연구관들이 배경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다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시즌2에서는 저 혼자 하는 건 없어요. 각자 분야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에 맞는 대사 처리를 하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사건의 퍼즐을 찾아온다면 그걸 맞추는 게 한진우가 될 거예요."

그는 "배우 입장에서 대사 짐을 많이 나눴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시즌1 마지막 회에서 강경희 형사와 연애를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시즌2에서는 본격적인 멜로를 보여주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애드리브로 뽀뽀해달라고 하는데 안 받아주더라고요. 하하. 두 사람 자체가 갑자기 멜로하면 낯간지러울 것 같아요. 예전처럼 티격태격하지만 전보다는 유해진 것? '요것들 언젠가는 사고치겠네' 기대감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멜로가 주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의 퀴즈'는 메디컬 수사극이지 메디컬 멜로수사극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색은 놓치지 않되 시청자들에게 현실감을 주기 위해 사랑 우정을 보여드리는 정도만 보여드리면 좋겠어요."


▶류덕환 "'인간 류덕환' 보여주지 않을 것" ②로 이어집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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