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성시경, 여성 팬의 숲에서 男心을 노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15시 01분


가수 성시경.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성시경.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남자 분들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는데요?"
"(게스트 박정현을 소개하며) 다음은 남자들이 좋아하실 시간입니다."

지난달 28~29일, 성시경의 7집 발매기념 '2011 성시경 콘서트-처음'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시야는 온통 여자관객들로 가득 찼다. 올림픽공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약 50여 명을 관찰한 결과, 남자는 10명 남짓이었고 그들은 전원 누군가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사실 '7집 발매 기념'이라는 홍보는 성시경 본인의 말처럼 '희대의 사기극'이 됐다. 아직 7집 앨범이 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사에선 6월초에 발매된다고 귀띔했다.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성시경은 "거의 다 됐는데, 군대 갔다 와서 많이 소심해지는 바람에 늦어졌다"라고 말하며 멋쩍어했다.

성시경은 특유의 뿔테안경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콘서트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콘서트장 가득한 여성 팬들 속에서 꾸준히 남성 팬을 배려하는 멘트를 날렸다. 소속사 젤리피쉬는 콘서트 홍보 기사를 통해 게스트로 박정현과 아이유, 최근 장안의 화제인 두 '여신'을 섭외한 것도 '남성 팬들이 보다 편하게 콘서트를 보러 오라는 뜻'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성시경은 "다 같은 야광봉이 아니에요. 보면 힘이 나는 야광봉이 있고, 힘 빠지는 야광봉도 있어요"라며 남성 관객들에게 야광봉을 좀 더 힘차게 흔들 것을 주문하기도 하고, "난 남자지만 시경이 네가 좋다! 있으면 소리 질러보세요!"라며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성시경은 물을 마실 때마다 여성 팬들이 열광하자 "노래방 가서 불러보면 제 노래 어렵잖아요?"라며 "별 뜻 없이 목축이고 노래하라는 뜻"이라고 남성 관객들에게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시경의 타깃은 결국 여성 팬들이었다. 성시경은 자신의 멘토 윤상과 '사랑하오', '보랏빛 향기'를 부를 때, 남자 팬들이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두 남자가 서로 마주보며 눈을 마주치는가 하면, 성시경이 윤상을 뒤에서 끌어안고 '사랑해'라고 외쳤다.

윤상은 "성시경과 아이유 중에 누가 좋아요?"라는 성시경의 질문에 "덫에 걸린 느낌"이라며 답을 망설이기도 했다.

윤상은 팬들에게 "내가 34살에 결혼했는데 노총각 소리 들었어요. 이제 시경이 보내줍시다"라고 말했다가 여성 팬들의 절규 섞인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윤상이 "어쩔 수 없다 시경아 계속 이대로 살아라. 띠 동갑인 신승훈 씨 나이 될 때까지 제가 방해해서라도…"라고 말하자 열광적인 환호가 뒤따랐다.

성시경은 "신승훈 씨는 인간계가 아니라 선계에 계신 분" 등으로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두 사람은 "외로운 여성 마음 달래는 달콤한 노래를 부르겠다"라며 남성 팬을 포기해 버렸다. 성시경은 "남아 있던 남자들도 다 떠날 노래인 것 같다"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성시경은 "돈을 좀 덜 내신 분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라며 객석 한복판의 무대로 등장하는 깜짝쇼도 선사했다.

그는 데뷔 곡 '내게 오는 길'을 부르며 2층~3층 객석으로 난입, 난간을 따라 걸었다. 그 주변의 열광적인 반응과 성시경의 흐뭇한 손짓은 한류 콘서트에 참가한 '욘사마' 배용준을 연상시켰다.

성시경은 이후 와이어를 타고 무대로 다시 이동했다. "뽀송뽀송하지 않고 젖은 고기 같은 느낌이라 멋이 없다"면서도 "가까이에서 팬들의 얼굴을 보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다. 기자의 주변에서는 "아 땀도 좋아 땀도 좋아"라는 팬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게스트로 등장한 박정현의 공연에 이어 성시경은 마이클잭슨의 코스튬을 입고 '빌리진'을 공연했다. 뒤이은 김장훈의 '난 남자다'와 자신의 히트곡 '미소천사'를 부를 때는 안경을 벗어 젖히며 성시경 답지 않은 샤우팅과 헤드뱅잉까지 곁들여 여성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성시경이 마시던 물병을 받은 여성 팬은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시경은 공연 말미 "아직도 표정 안 푸시는 남자 분들, 포기하겠습니다. 제발 웃어주세요"라며 마지막까지 남성 팬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진심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히트 곡 '넌 감동이었어'로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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