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외면 받는 노처녀 로맨스 ‘내게 거짓말을 해봐’ 위기 탈출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일 13시 54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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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의 왕 '강지환'과 여왕 '윤은혜'의 만남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렀던 SBS 월화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이하 내거해)'. 하지만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내거해'가 최근 속수무책으로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다.

'내거해'는 전국 시청률 9.1%(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 2회에는 10.4%로 올랐지만, 3회(10.2%)부터 하락세를 보여 5회에서는 8.9%로 뚝 떨어졌다. 6회 두 주인공의 키스 신으로 10.2%로 급반등했지만, 7회에서 다시 9.7%로 하락했다. 8회에는 10.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이 나왔지만, 이도 돌발적인 키스 신의 힘이 컸다. 그마저도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2% 이상 뒤지는 수치다.

방영 전 제작보고회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는 윤은혜와 "시청률 20%를 기대 한다"는 강지환의 바람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유가 뭘까.

▶극중 캐릭터, 매력 없어


-여자주인공, 직업만 화려했지 결국은 신데렐라
-귀족남 현기준, 아정에게 질질 끌려 다니기만 해


드라마의 시작은 이렇다. 문화체육관광부 5급 공무원 공아정(윤은혜)은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한 친구 유소란(홍수현)에게 굴지의 재벌 '월드그룹'의 사장 현기준(강지환)과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두 사람은 결혼 스캔들에 휘말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여주인공의 직업이다. 공아정은 20대 후반 문화체육관광부 3년차 5급 공무원이고 아버지도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형법학자이다. 게다가 외모도 톱스타 윤은혜가 연기하니, 예쁜 편이다. 갖출 조건들은 다 갖춘 '엄친 딸'인 셈이다.

보통 '내 이름은 김삼순'(MBC)처럼 2000년대 후반 들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은 크게 내세울 스펙 없이 나이만 먹은 노처녀들이다. '동안미녀'(KBS2), '최고의 사랑'(MBC) 역시 이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거해'의 공아정은 일반적인 노처녀 로맨스 물과는 다른 전개 방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윤은혜 또한 "'커피프린스'의 은찬 보다 여성적이지만 일에서는 열정적인 5급 공무원 여성을 그려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공아정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주인공과 다르지 않았다.

'고시 출신' 엘리트 사무관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드문드문 나올 뿐이고 가짜 남편인 현기준(강지환 분)에게 강짜를 부르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해 버렸다.

흔히 드라마에서 고시 출신 남자 주인공들('마이더스'의 장혁)에게 보이는 특유의 '독한 면'도 아정에게는 없었다.

어려울 때마다 신데렐라의 '요정 할머니'격인 현상희(현기준의 친동생이자 공아정의 친구)가 옆에서 도와주고 뒤에는 '백마 탄 왕자님'인 현기준이 아정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 '내거해' 또한 뻔한 캐릭터로 매력을 상실하고 식상한 구조로 극이 전개가 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뻔한 결말을 안겨준다.

또한 '월드 그룹' 사장으로 나오는 현기준이 아정의 거짓말에 대해서 납득하는 과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월드 그룹'을 중국 시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중요한 인사들이 오는 자리에 동생 상희가 아정을 데려가 형수로 소개하고, 아정을 좋게 본 인사들이 월드 그룹과 현기준을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중국 진출을 위해 아정은 기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계약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기준은 민폐만 끼치는 여자의 사기결혼 계획에 휘말리고 아정이 없으면 비즈니스를 못하게 되는 사람이 되며 계속 아정에게 질질 끌려 다닌다.

공아정은 우발적으로 자신이 결혼을 했다는 거짓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 거짓말을 현기준이 납득하는 과정과 계약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억지스럽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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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면서도 씁쓸하고 이해할 수 없어

-최면술사에게 찾아가 "사람의 맘을 움직여 달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반지 사러 대출까지…


아정은 친구 유소란이 가짜결혼을 눈치 챌 것 , 상황을 모면하고자 결혼반지를 사러 현상희와 백화점에 간다. 값비싼 반지를 고르면서 "이거 사려고 대출도 받았다"는 아정의 말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신혼 집들이를 하라는 소란의 말에 아정은 최면술사를 찾아가 "집 주인(현기준)의 마음을 움직여 달라"고 부탁한다. 생뚱맞기 그지없다.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는커녕 반감을 일으키게 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TV 드라마 시청률은 중장년층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장년층은 아무리 말이 안돼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하지만 '내거해'는 현실성도 재미도 없다. 또한 이러한 이야기를 좋아할 만한 세대가 한정돼있다. 시청률 전략에 있어서는 그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내거해' 김수룡 PD는 "캐릭터의 엉뚱함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개연성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6회 이후로는 무리한 설정을 자제해, 자체적으로 재정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이라도 개연성 있게 드라마를 제작해야

-드라마의 질, 한층 높일 필요 있어
-윤은혜, 강지환이 아닌 공아정과 현기준을 표현해야


31일 8회까지 방영한 가운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본이다. 현재 상태로 가다가는 빼도 박도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작년 말 '김주원 열풍'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도 사실 시청률은 25% 정도였다. 하지만 드라마의 질이 워낙 뛰어나서 화제가 된 것이다. '내거해'도 드라마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며 "드라마의 질에만 신경 써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거해'는 더이상 '강지환, 윤은혜' 카드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현재 '내거해'는 공아정과 현기준이 아닌 윤은혜와 강지환이 보인다. 캐릭터가 아닌 배우의 힘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며 "캐릭터 구축이 잘 되어 있으면 드라마의 부족한 개연성을 메울 수 있는데, 8회까지 진행된 이상 다시 캐릭터를 구축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윤은혜와 강지환이 아정과 기준으로서 호흡을 잘 맞춘다면 빈틈 있는 이야기의 구멍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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