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38>간장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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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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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옛날부터 하늘에 바치던 귀한 음식

간장게장을 흔히 밥도둑이라고 한다. 노르스름한 장이 담긴 게 껍데기에 밥을 비비면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장이 얼마나 맛있는지 고려 말의 문인 이규보는 게장을 먹으며 굳이 신선이 되는 약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신선의 특징은 죽지 않고 장수하는 것이니 신선이 되는 약은 바로 불로초인데 게장을 불로초 못지않다고 본 것이다.

“아이를 불러 새 독을 열어보니/하얀 거품 솟아오르며 향기가 풍기네/게는 금빛 액체이고 술은 봉래주(蓬萊酒)로다/어이하여 약 먹고 신선을 구하랴”

노랗게 익은 게장을 보면서 신선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게장을 먹으며 술을 한잔 마시는 것이 바로 신선놀음이라고 노래한 것이다.

게장은 임금도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조선 20대 왕인 경종이 게장을 좋아했는데 게장을 먹다가 체해 승하했다. 이 때문에 후임 왕인 영조가 게장으로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고대부터 게장은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 꼽혔다. 주나라의 예법을 적은 주례에 하늘에 제사 지내는 법을 설명했는데 제사에 쓸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는 직책을 포인(포人)이라고 했다.

후세 사람들은 하늘에 바치는 맛있는 음식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한나라 때 학자인 정현이 주례를 해설하면서 특별히 포인이 준비했다는 맛있는 음식은 바로 ‘청주의 해서(靑州之蟹胥)와 같은 음식’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해서는 게장이라는 뜻이다. 후한 때 사전인 석명(釋名)에 게를 잡아 장을 담그면 게의 뼈와 살이 녹아서 젓이 되는 것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서(胥)라는 글자 자체가 게장, 게젓이라는 뜻이다.

게장 중에서도 청주에서 잡힌 게로 담근 게장이 맛이 좋다는 것인데 청주라는 곳이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고대 중국은 모두 아홉 개의 주(九州)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는데 청주가 그중 한 곳으로, 보통 산둥 성에 있는 타이산의 동쪽 보하이(渤海) 만이 위치한 지역을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 지역이다. 결국 산둥 성과 한반도에서 잡히는 게로 담근 게장이 옛날부터 이름을 떨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원전 7∼11세기 무렵인 주나라 때부터 게장을 하늘에 바치는 음식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하니 동양에서 게장은 먼 옛날부터 많은 사람에게서 밥도둑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조선 후기인 정조 때 활동했던 실학자 이덕무는 선비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적어 놓은 사소절(士小節)이라는 글에서 선비들은 게장을 먹을 때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해 놓았다.

특히 게장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 게 껍데기에다 밥을 비벼 먹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조잡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기에 흉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체면을 중시했던 조선의 선비들조차 모양새가 빠지건 말건 게 껍데기에 밥을 비벼 먹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특별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상추쌈을 놓고도 부녀자에게는 아무리 맛있어도 상추쌈을 크게 싸서 먹는 것은 보기에 흉하다며 조심하라고 경계했고, 한편 선비들에게는 게 껍데기에 함부로 밥을 비벼 먹지 말라며 절제의 미덕을 강조했던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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