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의 일기장엔 무슨 내용이… 9·11식 대형테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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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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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나 중소도시로 공격 목표 넓혀라… 한번에 수천명 죽여야 美정책 변해”


오사마 빈라덴(사진)이 은신 기간에 구상했던 테러 계획을 기록한 일지 내용이 공개됐다. AP통신은 11일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빈라덴이 직접 손으로 쓴 10∼20쪽 분량의 일지 내용을 보도했다.

빈라덴은 책자 형식으로 된 이 일지에 “2001년 9·11테러 이후 소규모 산발적인 공격은 충분하지 않았다.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통해 발생할 수천 명의 미국인 시체만이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적었다. AP는 “빈라덴은 최대한 많은 미국인을 죽여야 미국을 아랍 세계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끔찍한 셈법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또 빈라덴은 “뉴욕만 목표로 삼지 말고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다른 조그만 중소도시까지 공격 목표 범위를 넓혀 미국의 대테러방지 계획을 무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9·11테러 10주년을 맞는 올해 미국에서 열차를 교량이나 계곡 등에서 탈선시켜 대규모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를 감행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그는 “비행기뿐 아니라 열차도 공격 목표로 삼아야 하며 특정한 날짜(기념일)를 노려야 한다”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빈라덴은 범죄조직의 보스처럼 테러를 지휘했다”고 평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일기장과 컴퓨터 파일에서 입수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면 빈라덴이 지난해 유럽에서의 테러계획을 포함해 최근까지도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빈라덴은 미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도 꾀했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 정치적인 불만세력을 심어 정치권의 반목을 부추겨야 한다”고 썼다. 특히 “미국에서 억압받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을 모집해 9·11 10주년 테러에 동원하고 인종 갈등을 이용해 미국 내 불만세력을 포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은신처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그는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메모리를 연락책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부조직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는 “빈라덴이 파키스탄과 예멘 알제리 이라크 소말리아 등의 여러 알카에다 하부 조직을 적시에 동원해 테러 공격에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FP는 “파키스탄 카라치 소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이 11일 수류탄 공격을 받았다”며 “빈라덴 사망과 관련한 첫 보복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 2명이 영사관에 수류탄 두 개를 던져 이 중 한 개가 영사관 내부에 떨어졌으나 다행히 폭발하지 않아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빈라덴 사망 이후 투항하는 알카에다 대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해외에 머물던 알카에다 대원 3명이 귀국했으며 4명의 또 다른 대원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투항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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