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습에 당혹스럽고, 또 수치스럽습니다. 이젠 우리 회사(금융감독원)가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금감원을 전격 방문해 금감원의 부실 감독, 임직원 비리, 금융회사와의 유착 등을 강하게 질타한 데 대해 금감원의 한 간부급 직원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간부는 “어제 부산지원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자살 사건 때문에 경황이 없었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직접 찾아와서, 마치 망치로 심하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멍한 상태”라며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날 금감원은 국정 최고지도자의 전격적인 방문에 아침부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관행적인 업무보고나 현장시찰을 이유로 금감원을 찾은 적은 두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예고 없이 방문해 질책을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통렬한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일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의 감독 부실이 문제였다”고 밝힌 데 대해 잠자코 있던 금감원 노동조합은 다음 날인 3일 노조알림을 통해 반성을 쏟아냈다.
금감원 노조는 “우리 금감원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더는 우리가 변화의 방향과 정도를 선택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어쩌다 부패와 야합의 상징이 됐는지 어떤 직원 말처럼 회사 기둥을 붙잡고 앉아 통곡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가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우리를 옥죄는 커다란 굴레가 됐다”며 “과거에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선언하고 본분을 다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생활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훈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수사결과를 보고 내부 직원들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충격에 휩싸여 있다”며 “비리의 단초를 제공한 전·현직 경영진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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