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17년간 애드립으로 산 ‘폭로’ 고영욱 선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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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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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이 주사 맞기보다 어려운 남자
●'룰라' 출신 예능인 고영욱에 대한 오해와 진실

4인조 혼성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4인조 혼성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성형 전이 풋풋하고 귀여웠어요."(연습생 시절의 시크릿 한선화에 대해 묻자)

"그래서 대리 운전비도 아꼈군요."('음주운전 파문' 클릭비 김상혁이 알뜰하다고 하자)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아이돌의 성형 사실을 거침없이 폭로하고, 동료의 아픈 과거를 해맑은 얼굴로 찌르는 남자가 있다.

바로 4인조 혼성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35)이다.

'강심장'(SBS), '세바퀴'(MBC)에 단골손님으로 얼굴을 내밀던 고영욱은 최근 MBC '꽃다발'의 여장남자 고영숙, Mnet '비틀즈 코드'의 진행자 고 매카트니로 활약 중이다. 안 어울리게 EBS 라디오 '아름다운 밤 우리들의 라디오'의 DJ로 발탁되기도 했다.

거침없고 재미난 입담으로 지인의 과거를 '폭로'하는 모습이 주목을 받은 것. 그런데 이런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걸까. 최근에는 오히려 고영욱이 폭로의 대상이 됐다.

15일 SBS '강심장' 방송 후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고영욱'이 올랐다. '강심장'에서 엠블랙의 이준이 "고영욱 때문에 여자를 두 번 잃었다"고 폭로한 것.

물론 자세한 내용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고영욱과 여자친구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이준이 발견했고,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연락하는 것이 싫어 다투다가 헤어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고영욱은 "방송이나 언론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 나를 판단하지는 말아 달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그렇다면 진짜 모습은 어떨까.

4인조 혼성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4인조 혼성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고영욱은 나쁜 남자다?

나지막한 저음의 목소리, 차분한 말투, 남자다운 외모…. 고영욱은 '방송용' 모습과 사뭇 달랐다. 2년 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룰라 편)'을 시작으로 빛나는 예능감을 보여준 고영욱과 그의 실제 모습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강심장'에서 이준의 발언은 난감하지 않았나요?

"제 이야기가 나올 거란 귀띔은 들었었지만 이준 씨가 거침없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당황했습니다. 어디선가 그 여자 분들을 만났겠지만 전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물론 이준 씨는 악의가 없었지만, 그 이야기가 화제가 되자 저도 신경이 쓰였어요. 하지만 예상 외로 저를 옹호해주는 분들도 많아서 나중에는 오히려 이준 씨를 걱정할 정도였어요.

-'고영욱 주변에는 여자가 많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라디오스타'에서도 (신)정환이 형, (이)상민이 형이 "그때 누구 만났잖아"하면서 몇몇 여성 분의 실명과 함께 이야기를 꺼냈어요. 다음날 그분들 부모님께서 전화해 "우리 딸 이야기 하지 마라"고 할 정도로 곤욕을 치렀죠. 저희 어머니도 속상해하셨어요. 저도 처음엔 '앞으로 여자를 못 만나나?'라며 민감해졌지만 이젠 초월했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웃고 넘어가요. 심각하게 고민하면 방송을 못 할 것 같아요.

76년생인 고영욱은 올해 만 서른다섯. 진지하게 앞날의 연인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결혼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홍대 클럽 가고 싶어지면 어떡해요"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그렇다면 평생 함께하고 싶은 이상형이 있으세요?

"태생이 맑고 예쁜 사람이 좋아요. 외모만 보자면 체조선수 손연재 씨 같은 분이요."

'너무 어리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 일단 외모만 그렇다며, "전 그냥 삼촌 팬이에요"라고 수줍어했다.

▶ 고영욱은 '추억 팔이 전문가'다?

고영욱의 본격 예능 감각을 보여준 것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룰라편)'이었다. "고앵욱, 너 양아치니?" 등 고영욱은 룰라 김지현의 화내는 모습을 코믹하게 흉내 냈다. 그 후로도 고영욱 기사에서 "고앵욱, 너 양아치니"라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릴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라디오 스타-룰라 편'의 호응이 좋을 거라고 본인도 예상하셨나요?

"그땐 방송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룰라 멤버들과 정환이 형 등 친한 사람들과 함께 했으니까요.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물론 방송 전부터 "잘해야지"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예능에 대한 욕심도 있었어고요."

-그 뒤로 김구라 씨가 "고영욱은 추억 코디네이터"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추억 개그 전문'이라는 이미지도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예능 작가들이 '폭로'를 주문하는 부분도 있어요. '라디오스타'에 나가면 정환이 형 이야기를 많이 해달라고 하고, '상상플러스'에 나가면 탁재훈 형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셨죠. 그런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신선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재미도 있었고요."

룰라 이야기가 나오기에 신정환에 대해 물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신정환은 최근 서울 강남의 정형외과에서 다리 수술을 받은 뒤 퇴원했다. 문병을 다녀왔느냐는 말에 "안타깝다"는 말 외에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영욱이 방송에 나오면 배가 아프게 재미있다?

고영욱은 현재 윤종신과 유세윤이 진행하는 '비틀즈 코드'에 고정 출연하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클릭비 김상혁이 "알뜰한 편이다"라고 말하자 고영욱은 "그래서 대리 운전비도 아꼈군요"라는 '불같은 애드립'을 보여줬다.

"편한 사람들 앞에서는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종신형이나 세윤이는 워낙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이에요. 다른 방송에서는 묻힐 말에도 잘 웃어줘요. 그러다가 순간, 재미있는 말들이 나오는 거 같아요.

-소심한 듯 강한 발언은 콘셉트인가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 전형적인 A형입니다. 숫기도 없고, 낯가림도 심해요. 붐이나 탁재훈 형처럼 활발한 성격으로 바꾸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 개그들이 다 저의 재치고 센스인데 그걸 표현하기가(웃음)"

1994년 데뷔해 방송 17년 차임에도 고영욱은 카메라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45도 각도로 고개를 돌리고 얼짱 각도만 취해 보였다. 그는 "주사 맞는 것보다 사진 촬영이 무섭다"며 "낯가림이 심하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낯가림이 심한데, 방송에서는 참 명랑해요.

"PD분들도 '영욱 씨는 재밌는 사람'이라고 응원해 주고, 시청자들도 '고영욱이 방송에 나오면 한번은 방바닥을 구를 정도로 웃겨준다'는 소감을 적어 주세요. 정말 흐뭇하죠. 예전에는 소심한 채로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알아줘서 기뻐요. 노력하니까 알아주는 것 같고. 자신감도 생겨요."


▶고영욱은 애견인이다

고영욱의 고정된 또 다른 이미지는 애견인. 2001년 SBS 'TV 동물농장-개성시대'에서는 고영욱이 키우는 10여 마리의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한 코너로 수개월간 다뤘다. 고영욱은 '고독(GoDog)'이란 애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도 "집에 강아지들이 있고,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밥을 먹어야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을 정도.

"룰라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저에게 강아지 이야기를 많이 물어봐요. 병원을 데려가면 되는데, 저에게 강아지가 아프다고 상담하시는 분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저희 집 강아지들 안부를 물어보세요."

당시 고영욱은 공익근무를 시작해 방송출연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방송의 주인공은 "개"인 덕분에 고영욱은 잠깐씩 얼굴을 비췄다.

"'동물농장'은 방송 자체도 매우 좋았고, 좋은 기회였어요. 그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덕분에 슬픔을 이겨나가 실수도 있었어요. 제 동생도 방송에 나오면서 팬카페가 생겼고, 저는 따뜻한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실제로도 따뜻해요"라고 멋쩍게 덧붙였다.

▶EBS 라디오 프로그램은 고영욱의 '갱생 프로젝트'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영욱이 EBS 심야 라디오를 한다고 하자, "그럼 더 이상 밤에 클럽을 못가겠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만큼 교육방송과 고영욱의 공통점은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담당 피디도 저를 섭외할 때 SBS '두시탈출 컬투쇼'나 MBC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기대했다고 해요. 첫날 EBS 모든 DJ들이 제 방송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모두 놀랬다고 해요. 제 진행 방식이 뜻밖이었던 거죠. 지금은 저의 중저음 목소리가 그 시간에 어울리고 가끔 튀어나오는 개그도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라디오는 평소에 무척 하고 싶었었던 일이기도 해요. 계속하고 싶어요."

라디오를 하고 생활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평일에는 술자리나 모임에 갈 수 없어 건강에 좋다"고 답했다.

-백만 장 앨범의 가수에서 시작해 애견 관련 사업도 하고 예능, 라디오 DJ까지 많은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했습니다. 또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시트콤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고영욱은 한때 MBC '가문의 영광(2000)'이라는 시트콤에 출연했다) 김병욱 피디님의'거침없이 하이킥, '순풍 산부인과'처럼 재미있는 시트콤으로요. 매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린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물론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욕심이 드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지금도 센스 있고 재미있는 방송인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배고프다? 진부한가요?"

인터뷰 내내 양손을 모으고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매사 "동료들에게 고맙다", "시청자들에게 감사한다"라고 해 분위기를 더욱 진지하게 했다. 하지만 이내 시간이 지나면서 소심한 개그를 던지는 모습에서 고영욱의 진실은 "소심과 유쾌" 그 경계 어디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고영욱에 대해 이런 오해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트위터로 이야기 했지만, 방송이나 기사에서의 모습만으로 저를 판단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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