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대중성과 예술성의 핵융합… 아이돌의 절정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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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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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빅뱅'을 기대하게 만드는 5가지 이유

● 어른들 눈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빅뱅'의 힘
● 걸그룹의 인기? 천만에, 빅뱅은 현실적인 문화 대통령


"역사상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미흡하고 멤버들 간의 편차도 있지만, 어쨌든 현존하는 최고의 아이돌 스타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대중음악평론가 현현)

"<빅뱅>은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 스타일을 기반으로 대중성과 새로운 트렌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다" (10아시아 강명석 편집장)

<빅뱅>은 흔해빠진 TV연예프로그램이나 길거리에서 흘깃 듣고 담박에 '필(feel)'이 꽂히는 그런 키치스타일의 아이돌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뉴스나 담론이 흘러넘쳐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나 '소녀시대'처럼 무조건 지지해야한다는 압박감을 전달하는 그룹도 아니다.

팬의 입장에서 <빅뱅>은 최신의 트렌드를 전달하는 첨단 미디어이자 젊음의 혼란과 열정을 되살리는 기분 좋은 흥분제에 가깝다. 또한 팝음악을 '지적인 호기심'과 '섹시한 눈요기'라는 두 개의 상반된 코드로 풀어낼 줄 아는 유쾌한 반란자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그들의 음악에 '천재'라는 수식어를 아끼지 않는 수많은 팬들의 존재가 이를 입증한다.

<빅뱅>은 시나브로 케이팝을 상징하는 최고의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보다 오히려 일본과 미국 시장의 평가가 더 후할 정도다. 게다가 2011년 2월은 한국음악 시장이 '빅뱅 천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 위세를 뽐내고 있다.

지난해 년말부터 활동을 재개한 GD&TOP의 정규앨범 1집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그들의 실력과 인기를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선 막내인 승리가 공중파 순위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각종 차트를 차례로 점령했다.

2월 마지막 주는 '투나잇'이란 미니음반 4집으로 2년만에 복귀하는 '빅뱅'의 잠재력이 폭발한 시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멜론과 엠넷 등 각종 음원차트 1위~6위까지 상위권 독식은 물론이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점령, 심지어 미국의 '아이튠즈' 차트에서는 발매 즉시 미국과 캐나다 시장 '탑 1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말 그대로 이들은 세계적인 아이돌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이들의 화룡점정은 언제나 라이브 무대였다. 27일 SBS를 통해 생중계되는 1시간짜리 공중파 리턴 무대와, 2월25일부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지는 3일간의 단독콘서트 '빅쇼'에 이르기까지…. 2년만에 가요계에 복귀한 5명의 악동들은 마치 지금이 자신들의 전성기임을 선언하는 양 온갖 무대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

아시아 문화 교류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로 UN으로부터 글로벌 유니티상을 수상한 그룹 빅뱅. 이들의 인기는 오히려 탈아시아적이다.
아시아 문화 교류에 이바지했다는 공로로 UN으로부터 글로벌 유니티상을 수상한 그룹 빅뱅. 이들의 인기는 오히려 탈아시아적이다.<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상반된 세계에서 부유하는 '빅뱅'

<빅뱅>이 한국 가요계, 아니 케이팝 시장에 데뷔한지도 이미 5년이나 흘렀기 때문에 이정도의 인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빅뱅>을 정점으로 펼쳐지는 작금의 대중음악시장은 기괴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수치로만 검토하면 <빅뱅>의 현실적인 위치는 무척 애매하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이미 2009년 절정을 찍은 아이돌이기 때문에 치고 올라갈 여지보다는 하향할지 모른다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나올 음반은 웬만한 아이돌 그룹보다 적게 팔릴 수도 있다. 특히 이들은 '동방신기'나 '2PM' 등의 라이벌보다 TV에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복잡한 이유로 두개의 메이저 공중파 방송과의 관계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모나 춤 실력으로만 따져도 요즘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보이그룹('샤이니' '엠블랙' 혹은 '비스트') 등의 보이그룹과 차별점을 두기도 애매해졌다.

실제 <빅뱅>의 위치와 위상은 데뷔 5년이 지난 지금이 보다 혼란스럽다. 오히려 한국의 팬들에게 가장 오해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다. 눈을 조금만 돌려도 빅뱅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찬사와 누구도 넘보기 힘든 기록들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들, 정확하게 말하면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높은 인기가 어딘가 낯설고 당황스럽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빅뱅이 왜, 어디서 인기인가?"라고 질문한다.

YG도 이 대목을 모르지 않는 눈치다. 이번 컴백 시점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홍보비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해외 케이팝 신흥시장이 아닌 국내에서 말이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의 행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낯설다.

이제껏 YG는 빅뱅을 두고 "10대는 물론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실력과 깊이를 가진 아이돌 그룹"이라며 "힙합클럽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점점 고급스러운 사운드의 음악들을 찾는 성인들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어찌 보면 <빅뱅>은 국내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악동들이지만 그에 반비례 해 가장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아이돌일지 모른다. 특히 국내방송에서 홀대 받지만 세대와 지역을 뛰어 넘어 가장 폭넓은 지지를 얻은 뮤지션일 수 있다. 나아가 우리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가장 세계적인 아이돌'의 시초라고 부를 수 있는 강력한 후보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평론가와 케이팝 마니아들이 입을 모아 '케이팝 최고의 아이돌'로 부르는 <빅뱅>의 숨겨진 가치를 5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① 국내를 뛰어넘는 최고의 광고 영향력

빅뱅의 광고 전략은 여타의 아이돌스타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빅뱅의 광고 전략은 여타의 아이돌스타들과 확연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2NE1>과 <빅뱅>은 상업광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로 이름 높다. 특히 다품종 CF에 겹치기 출연이 아닌 이미지와 음악적 성향까지도 고려한 절제된 출연이 인상적이다. 이 덕분에 빅뱅의 CF출연료는 10억~15억 원사이로 알려져 '비' '이영애' '서태지'와 함께 톱A급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이들의 인기는 특정국가에 한정되기보다는 탈아시아적이다. 또한 멤버 하나하나 개성이 넘치기 때문에 따로 떼어 생각할 때 폭발력이 크다 않다는 분석도 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팝스타의 이점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② 콘서트 흥행 및 장악력

빅뱅의 '빅쇼'는 이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된다.(스포츠동아 DB)
빅뱅의 '빅쇼'는 이들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된다.(스포츠동아 DB)
<빅뱅>의 실력은 TV를 통해 쌓아올린 '모래성'이 아니라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진 '석탑'에 비유할 수 있다. 이번에 올림픽 체조경기장 3시간 라이브 공연 '빅 쇼' 역시도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 속에 3일 공연이 공연 한달 전 일찌감치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3일간의 그 거대한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채울 수 있는 아이돌은 사실 '빅뱅'이 거의 유일한다. 아이러니하게 방송무대에서 조금(아주 조금) 소외된 것도 이들이 무대에서 더 빛을 발하는 중요한 자극제가 됐을지 모른다. 음악시장이 음원시장과 콘서트 시장으로 정리된 지금 압도적인 무대 카리스마는 이들의 가장 커다란 무기가 된다.

■③ 거의 유일한 작사작곡 능력

빅뱅의 멤버 태양은 가장 빠르게 아티스트로 변신한 아이돌로 손꼽힌다.
빅뱅의 멤버 태양은 가장 빠르게 아티스트로 변신한 아이돌로 손꼽힌다.<스포츠동아=임진환 기자>
이미 1세대 아이돌 출신들이 성년을 넘어 중년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들의 롤모델은 명확치 않다. 상당수 아이돌이 집요하게 '연기'무대를 노크하는 이유는 음악적 능력의 미숙함과 무관하지 않다. 차근차근 독자적 안무 능력과 작사 작곡 능력을 쌓지 못한 채 주어진 무대 소화에 여념이 없다보니 성인이 된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20대 후반의 빈틈을 메워준 시장이 드라마와 예능시장이었다. 그러나 <빅뱅>의 상당수 멤버들은 고집스럽게 예능과 연기에 발을 담그지 않고 있다. 대신 GD와 TOP 그리고 태양까지도 작사와 작곡을 통해 오롯이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듀싱까지 장악했다. 바야흐로 '싱어송 라이터' 아이돌의 탄생이다.
■④ 금기에 도전

이제껏 대다수 아이돌은 지나칠 정도로 사회적 통념에 반하지 않는 착한 길만을 걸어왔다. 예쁜 사랑과 착한 사랑의 이미지만을 그려놓고 순진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이미지 메이킹에 여념없는 '케이팝 스타'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물론 아이돌의 소구 대상이 10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빅뱅>이다. 5명의 멤버는 극명하게 어둠(GD&TOP)과 밝음(태양, 승리)으로 대비된다. 더 멋진 것은 멤버들의 속을 까보면 까볼 수록 그 밝음과 어둠은 수시로 뒤바뀐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GD&TOP'의 최근곡 '뻑이가요' 'Baby Good night'란 곡은 명확하게 성인 취향의 곡이었다. 수많은 30대 팬들이 TOP의 감미로우면서도 끈적한 랩에 눈을 뜨고 GD의 도발적 퍼포먼스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의 음악에 배인 섹시함과 나른함은 어느새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꼭데기에 도달한 분위기다. 청담동문화와 홍대문화가 뒤섞인 어느 지점에 이들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젊음을 교묘하게 찬양하면서 비꼰다. '국민 아이돌'이 아닌 고집스럽게 뮤지션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자 도전인 셈이다.

빅뱅 새로운 앨범의 중심에는 GD와 TOP이 자리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끈끈하고 매력을 벗어나 이번 앨범에는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보다 작사 작곡 능력을 선보였다.(YG엔터테인먼트)
빅뱅 새로운 앨범의 중심에는 GD와 TOP이 자리한다. 전작에서 보여준 끈끈하고 매력을 벗어나 이번 앨범에는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보다 작사 작곡 능력을 선보였다.(YG엔터테인먼트)


■⑤ 세계적인 음악 트렌드…, 패션, 퍼포먼스

5명의 멤버로 이뤄진 <빅뱅>은 날이 갈수록 이들은 5명의 솔로들의 집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성장했고 그들의 색깔에 따라서 절묘한 궁합과 유닛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멤버 하나하나의 독창적인 퍼포먼스와 패션 그리고 무대매너는 경탄의 대상이다.

후크송으로 점철된 케이팝 진영에서 힙합과 일렉으로 무장한 '빅뱅'와 '2NE1'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란 평가다. 실제 YG소속의 뮤지션들은 일본보다는 영어권 시장에 보다 잘 어울린다는 충고가 지배적. 그럼에도 일본 진출을 감행한 의 선택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빅뱅>의 완벽주의는 뮤직비디오 그리고 유튜브에서 빛을 발한다. 이미 최다 조회수나 최단시간 조회수 등의 기록은 소녀시대가 아닌 빅뱅의 차지가 됐다. 가장 세계적이기 때문에 한국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그만큼 이들은 대중성과 트렌드를 포기하지 않는 대중예술가의 길을 고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빅뱅은 데뷔 초기부터 여느 아이돌과 지향점이 달랐다. 이제는 국민 아이돌을 버리고 뮤지션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동아일보 DB)
빅뱅은 데뷔 초기부터 여느 아이돌과 지향점이 달랐다. 이제는 국민 아이돌을 버리고 뮤지션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동아일보 DB)

사실 <빅뱅>은 그들이 펼쳐내는 음악세계의 장단점을 글로 담아내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들의 세계가 기성세대나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세계와 한없이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2008년 GD의 '하트 브레이커' 이후 분명 어느 선을 넘어 상당히 마니악한 세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2년만의 복귀앨범 '투나잇'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밝고 명랑했던 아이돌의 목소리는 간데 없고 2NE1의 일렉 사운드와 흡사하게,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복잡한 일렉트릭 사운드로 도배된 것이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게다가 GD가 작사작곡을 한 몇몇 곡들은 과거 '빅뱅'의 압도적인 곡 장악력을 보이지 못한 채 조금은 느슨해진 느낌까지 전달할 정도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최근 이들의 전략은 때론 대단히 정교해보이지만 어찌 보면 한없이 투박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거칠다. 완벽주의와 모험주의의 기묘한 동거로 비친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이들은 '국민 아이돌'을 포기하고 '뮤지션'의 길로 전향했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탤런트의 길이 아닌 뮤지션의 길을 간 최초의 아이돌이 되는 셈이다. 더 정확하게는 수많은 선배 뮤지션들이 갔던 길이고 가깝게는 이들의 스승격인 양현석 대표나 서태지 선배가 갔던 길일지도 모른다.

물론 <빅뱅>의 길은 선배들과 확연히 다를 것이고 이미 아시아 그 너머로 확장된 케이팝 시장에서 또 다른 비전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온전한 5명의 멤버로 돌아온 <빅뱅>의 컴백무대를 반기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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