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들국화 시나위 이을 한국 록의 계승자는…‘국카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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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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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국카스텐'이 인기일까?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88만원 세대' 실력파 뮤지션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난장'의 MC로 데뷔한 보컬 하현우

한국 록의 계승자로 주목받는 ‘국카스텐’
한국 록의 계승자로 주목받는 ‘국카스텐’

지난 연말, KBS에서는 의미 있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1980~90년대에 활동한 밴드인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김태원을 주인공으로 한 '락락락'이란 KBS 드라마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도 생소한 기타리스트가 주인공이라는 특이점 이외에도 한국 록의 주요 이정표이자 정거장 역할을 한 '시나위'와 '부활'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록 음악 팬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는 이제 우리도 '비틀즈', '핑크플로이드', '오아시스'와 같은 외국 밴드들의 낯선 기행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울고 웃었던 이들의 과거사를 본격 상업드라마로 이야기할 만큼 연륜 있는 뮤지션들을 키워왔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실력파 뮤지션들이 꾸준하게 등장하며 선배들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한 것도 사실이다. 시나위 출신인 '서태지' 이후로 지나치게 댄스그룹과 아이돌에게 편중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가장 아쉬운 대목은 수많은 밴드들이 명멸했음에도 1980년대 탄생한 '시나위'나 '들국화'에 필적한 만한 21세기형 록 밴드가 탄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언제쯤 새로운 뮤지션이 등장해 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한국 록의 계승자 '국카스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미정이지만 최근 '국카스텐'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각종 라이브 무대를 통해 실력파 뮤지션이란 칭호를 쌓고 있는 '국카스텐'은 한국 인디씬에서 진귀하면서도 듬직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대 중후반의 젊은이 하현우(보컬, 기타), 전규호(기타), 김기범(베이스), 이정길(드럼)로 구성된 '국카스텐'은 폭발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음악으로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록의 정통성을 드디어 '국카스텐'이 이어받고 있다는 찬사까지 내비칠 정도가 됐다.

독일어인 '국카스텐'은 '중국식 만화경'이란 뜻을 갖고 있다. 폭죽처럼 작렬하는 만화경 속 이미지의 무한 반복을 통해 청춘의 정열과 삶의 신기루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록이나 밴드 인디씬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국카스텐'은 매우 빠르게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오랜 아마추어 기간이 있었다고 해도 정식으로 활동한 지 불과 3년 만에 이들이 발표한 1개의 정규앨범과 1개의 미니앨범(EP)만으로 한국 록의 대표 뮤지션으로 우뚝 섰다.
국카스텐의 EP 타그트라움(각성몽) 앨범 자켓
국카스텐의 EP 타그트라움(각성몽) 앨범 자켓

2007 쌈지싸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 선정, 인디밴드 최고의 등용문으로 부각한 'EBS 헬로루키 오브 더 이어' 2008년 대상, 2009년 벅스챠트 인디부문 1위,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록 부문 최우수 노래상' 등등….

특히 각종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에서 '국카스텐'은 인디계를 대표하는 섭외 1순위로 통한다. 이들의 파워풀한 음악과 세련된 무대매너는 공연관계자 뿐만 아니라 이들을 처음 본 관객까지 매혹시킬 정도로 뚜렷한 개성을 선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7일 방영된 KBS '스케치북' 출연 직후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MBC '난장' MC데뷔 이후에는 난장 홈페이지 접속자가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국카스텐 효과'가 감지되기도 했다.

22일에 치러진 2011년 첫 정식공연도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국카스텐의 최근 인기를 뒷받침했다. 수많은 수상기록과 라이브 공연 매진 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카스텐과 메인보컬 하현우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새로운 계기도 있었다.

다양한 뮤지션들의 무대로 알려진 음악전문프로그램 '문화콘서트 난장'(이하 난장, MBC 광주방송국)의 메인 MC로 발탁된 것이다.

그 첫 방송이 22일 MBC 지방 방송국(광주 대전 울산 제주 등)을 통해 방송됐다. 철저하게 한국 인디씬에서 성장한 하현우의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MC기용 뉴스는 하나의 파격이자 문화적 사건으로 거론될 정도다.

■ 보컬 하현우는 MBC '난장'의 MC로 데뷔…

'난장'의 김민호 PD는 "TV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가수들보다 공연무대에서 진정한 실력으로 자신의 음악을 펼쳐가는 뮤지션들이 훨씬 많다"면서 "음악적 실력과 완성도를 갖춘 뮤지션들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난장'에 출연한 시나위의 신대철 역시도 국카스텐과 보컬 하현우의 존재감에 대해 "방송을 통해 인지도만 쌓기에 집착하는 가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국카스텐이야 말로 시나위의 뒤를 이을 괜찮은 후배라고 주목해왔다"고 밝힌 것. '주례사 비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최근 국카스텐에 집중된 대중음악계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국카스텐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와 음악적 완성도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라 국카스텐을 한국 록의 정통계승자로 볼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더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 철저하게 인디적인 방법으로 여기까지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20대 뜨거운 젊음을 소비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아마추어 밴드로 시작한 이들의 음악이력은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프로밴드로 재탄생했다.

한동안 월수입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레슨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대목은 선배 뮤지션들과는 다른 21세기형 '인디 밴드'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인천지역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레이블인 '루비살롱 레코드'와의 끈끈한 네트워크 역시 이들이 자본의 힘이 아닌 열정과 음악 하는 즐거움만으로 여기까지 성장했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

둘째는 자신들이 작사 작곡한 창작곡을 중심으로 오로지 국카스텐만의 음악활동을 고집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들의 2009년 작 '거울'과 '미로'는 이들이 뚜렷한 음악적 지향점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2010년 작 '붉은 밭'과 '매니큐어'로 자신들이 앞으로 오랫동안 스스로의 창작곡으로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 됐다.

적당히 현학적이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국카스텐의 음악은 한동안 국내 인디씬이 이룩한 기념비적인 성과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이 밖에도 생동감 넘치는 무대매너와 음악보다 말을 앞세우지 않는 진중한 행보는 이들을 당분간 한국 록의 대표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찬사에 대해 리더 하현우는 "영광이다"며 "이런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단 한 번도 예상치 못했어요. 하루하루 음악을 만들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그저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라고 말한다. 여기에 "우리와 같은 밴드가 앞으로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인디 음악계와의 연대의식 또한 빼놓지 않는다.

■ "앨범 1500장이라도 팔렸으면…"을 외쳤던 시절도


확실한 것은 불과 2년 전만해도 "첫 앨범 1500장만이라도 다 팔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이들이 꾸준히 성장해 한국 록의 대표주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카스텐'이 과연 한국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들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마지막으로 이들의 공연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무대를 하나 소개한다. 한국의 대표 록밴드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이들의 무대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목) 저녁 홍대 일대에서 열리는 '달빛요정 추모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인디 밴드가 총출동하는 이 무대에서는 당연하게 '국카스텐'도 참여한다.

근래 인디음악은 탄탄한 실력과 국카스텐 같은 걸출한 스타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지만 아직도 국내 인디씬의 사정은 녹녹치 않다. 지난해 11월7일 세상을 떠난 고 이진원(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사고가 바로 이들 88만원 세대 뮤지션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현우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공연에 참여하는 심정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 분이 세상을 뜨면서 많은 분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셨던 것 같다. 항상 밝은 분이셨는데 힘든 생활 안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비쳐주시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저도 충격이 컸기 때문에 이 무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분이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그분의 노래가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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