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① 연애는 주원과, 결혼은 종수와? 내 ‘천생연분’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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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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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F3 캐릭터 분석

● "비닐봉지보다 못한…" VS "센스 있다"
● '나쁜 남자'는 도전 의식 불러 일으켜
● '인어공주론'도 솔직하게 느껴져


까칠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김주원의 \'빈틈\'은 \'보통 여자\'들의 공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진 제공 SBS.
까칠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김주원의 \'빈틈\'은 \'보통 여자\'들의 공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사진 제공 SBS.

끈 떨어진 가방은 자신의 처지를 꼭 닮았다. 부모 없이 '몸'으로 먹고 사는, '백'없는 그녀는 가방 꼴마저 처량했다.

그런 가난한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을 둘러싼 세 남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를 아프게 하기도 보듬어주기도 한다.

환상적인 비주얼, 쫄깃한 레토릭 등 출중한 매력을 갖춘 이 세 남자를 묶어 '종합선물세트'라 칭하는 여성 팬들도 있다.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F3'의 개성은 그러나 천차만별이다. 라임의 떨어진 가방을 접한 이들의 반응 속에서 특유의 성격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까도남' 김주원(현빈)은 면전에서 타박한다. 원망의 대상이 라임 자체가 아닌 두 사람의 처지 차이였다고 짐작 가능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쨌든 "비닐봉지만도 못한 가방을 들고 나왔느냐"는 것이었다.

반면 그 가방을 무심코 잡아당긴 오스카(윤상현)는 라임이 난처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내가 식스팩에 근육질이다보니 힘이 좀 셌다, 그쵸? 옷핀으로 응급처치를 해 놨었구나. 라임씨 되게 센스 있다."

수년간 함께 일한 라임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만 본 임종수(이필립)는 라임의 친구 아영을 통해 자신이 산 새 가방을 전달해 준다. 그마저 생색이라도 내는 것처럼 느껴질까 "아영 씨가 산 걸로 해 달라"고 소심하게 덧붙이면서.

이들의 성격은 각기 백화점 CEO, 한류 스타, 무술감독인 세 사람의 직업 환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하 직원 또는 후배를 대하는 태도나 일하는 스타일은 달라도 각기의 분야에서 최고를 지향한다는 점만큼은 공통적이다.

동아일보 대중문화 전문 웹진 O₂는 일에서, 또 사랑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고군분투하는 이 세 남자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심리·연애 성향과 비즈니스 성향으로 나눠 분석했다.

'주원 앓이' 중이라고? 오스카만 떠올리면 온 세상이 동화가 돼 버리는 느낌이라고? 또 종수와의 키스에는 라벤더향이 날 것 만 같다고? 신경 정신과 전문의, 결혼 정보 업체 관계자, 헤드 헌터 9인이 이들의 인간 유형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나와 어울릴 만한 '천생연분'은 누구일까?

인어 공주처럼 곁에 있다 거품처럼 사라져달라는 주원의 솔직한 고백이 현대 여성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현실감있게 받아들여진다. 사진 제공 SBS.
인어 공주처럼 곁에 있다 거품처럼 사라져달라는 주원의 솔직한 고백이 현대 여성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현실감있게 받아들여진다. 사진 제공 SBS.

▶ 여성에게 빈틈을 주는 공략 포인트, '까칠함', 김주원

로엘 백화점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인 김주원은 일주일에 2번 출근하고도 백화점을 물려받자 마자 VVIP전략으로 업계 1위를 탈환한 능력 있는 관리자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거침 없이 '불우이웃'이라 칭하고, 스스로에 대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연말연시를 달콤하게 만드는 사회 지도층의 센스를 갖췄다'고 말하며 거만을 떤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뜬' 비즈장식 트레이닝복과, '프랑스 남부 출신 디자이너가 한 코 한 코 떠' 만든 꽃무늬 옷을 브랜드 라벨까지 까 보이며 입는 속물 근성도 있다.

그가 오랫동안 이상형으로 꼽은 신부감은 '재계 순위 20위권 내 영애로 키 170cm에 27세 미만, 해외명문대 학사 학위 소유자'다. 그에게 아내란 '내 아기 낳아 잘 키워줄 전략적 파트너'에 불과하다. '첫 눈에 반한다는 건 호르몬 질병이고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안 해도 되는 정략 결혼이 최고의 로맨스'라는 그는 라임을 만나 스스로 '미친놈'이 된다.

= 심리· 연애 성향 분석

O₂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시크릿 가든 F3' 가운데 어떤 남자를 최고의 결혼, 연애 상대로 여기는지 시청자들에게 질문한 결과 최고의 연애 상대이자 결혼 상대로 김주원이 꼽혔다.

직장인 및 구직자 1025명(남성 51.0%, 여성 49.0%)을 대상으로 12월 23~27일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서 특히 주원은 연애 상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여성의 71.3%가 그를 최고의 연애 상대로 지목했으며, 남성의 63.7%는 여자 형제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남자로 그를 꼽았다. 여성의 선호도가 더 높았던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주원은 F3 가운데 최고의 신랑감이었지만, 연애 상대로서 얻은 득표율에 비해서는 10% 정도 못 미쳤다. 성별로 남성 54.9%, 여성 61.6%가 그를 최고의 결혼 상대로 지목했다.

이는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이 연애 상대로는 신선하게 느껴져 매력적이지만, 결혼 상대로는 다소 피곤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연애 상대로는 바닥을 면치 못한 임종수(남성 9.2%, 여성 8.4%)는 결혼상대로서는 이보다 약 두 배 되는 높은 지지(남성 15.5%, 여성 17.9%)를 받았다. <표 1 참조>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나쁜 남자' 또는 '까칠남'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성들로 하여금 "네가 뭔데?"하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 결과 똑똑하고 잘 난 여성이 오히려 안달복달 할 수 있다. 극중 윤슬(김사랑) 역시 김주원이 저지르는 모욕과 수모에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다.

또 많은 여성들은 그의 까칠함을 오히려 '빈틈'으로 생각한다. 그가 엄청난 부와 잘생긴 외모, 훌륭한 학벌을 갖추고 인품까지 빼어났다면 평범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가 이렇게 미성숙하다는 사실이 '어, 한번 어울려 볼만 한데'하는 기대에 이어 '내 모성애로 그를 한 번 보듬어줘야지'하는 포부까지 갖게 하는 것이다.

그는 다소 터프하지만 여유롭고 그릇이 큰 여성들에 어울린다. 하지원의 극중 역할인 스턴트맨, 방송 엔지니어, 사진 기자, PD, 전문 경영인 등이 직업적으로 적합하다. 문제는 이런 남자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과감한 결정을 해버리기 일쑤라는 점. 그의 사랑이 식으면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나를 버릴 수도 있다.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까칠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자기방어적으로 취하는 까칠함과 자기애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공허함을 이런 형식을 취해 표현하는 것. 김주원은 후자인데 오히려 이것이 매력 포인트가 된다.

이런 남자는 자기가 관심을 가져줬는데 '감히' 고마워하지 않고, 자신의 스펙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아주지도 못하는 길라임 같은 캐릭터에 호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신선하기 때문이다.

김주원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볼 때 모성애가 있는 사람도 적합하다. 김주원이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여자를 통해 그는 공허함을 극복하고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캐릭터는 호감과 염려하는 마음을 담은 충심어린 지적도 자칫 공격으로 받아들 수 있다는 점. 그에게 선택받기 전에는 함부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결혼정보사 '메리티스' 권량 대표(영상의학과 전문의)='까칠남'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원래 까칠하고 나쁜 놈이니 내가 차이게 되더라도 '그러려니'하는 마음에 상처를 덜 받는다 △바람기가 적을 것 같다. 저런 성격을 가진 그를 누가 좋아하나 싶어…. △어쩌다 사귀게 되면 간택을 받은 듯 감격을 누리게 된다.

이런 남성에게는 '똘기' 충만하고 연애 경험이 많은, 세상을 좀 아는 여자가 적합하다. 드라마 작가, 잡지사 기자 등도 직업적으로 잘 어울릴만하다. 극중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사 '듀오' 이명길 연애강사=과거 드라마 속에선 아무리 돈 있고 까칠한 남자라도 사랑만 시작하면 헌신적으로 변했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도 연인과 눈높이를 맞춘답시고 기꺼이 허접한 추리닝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런 '까도남'들이 현실적으로 변했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도 함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사귀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인어공주 해 달라"는 김주원의 말을 '싸가지 없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나만 믿고 따라오면 신데렐라 시켜줄께"보다 솔직하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다.

길라임이 돌려보낸 샹들리에를 보며 주원은 정신과 의사 친구 지현에게 "얘는 왜 유치하게…"라고 말한다. 그러자 지현은 "평범한 여자가 유치해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것 봐, 과분한 여자 맞지"라고 답한다. 이 장면은 길라임이 실제로 물질적 가치에 초연한 사람임을 확인시켜준다. '있는 남자'를 만나려면 자기도 부자이든지, 이렇게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듀오아카데미 정은이 스피치 강사=요즘 남성들 가운데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 많다. 여성 입장에선 속 시원히 말해줬음 하는데 남성들은 거절당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입도 떼지 않는 것이다. 김주원은 가끔은 너무 정곡을 찔러 가슴 아프게도 하지만 정확하고 솔직한 것이 장점이다. 빙빙 돌리지 않는 직접 화법 역시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연애 상대로 최고다.

●듀오 장채희 커플매니저=김주원은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잘 받지 않는 강인한 여성에 적합하다.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결혼 상대로 외모, 학력, 집안 환경 등 모든 '스펙'을 꼼꼼히 챙기는 최근 결혼 트렌드에 비춰보면 주원-라임 커플은 정말 비현실적이기에 실제로 주원에게 어울리는 상대로는 직업적으로 그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판사, 검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추천하고 싶다.

= 리더십 성향 분석

●잡코리아 이민정 헤드헌터=스펙이나 카리스마 면에서 훌륭한 CEO형이다. 기업은 냉정한 리더를 원하기에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까칠한 성격이 오히려 각광 받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임직원들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아이디어'라는 자평대로 그에게는 경영 혁신, 기획, 마케팅 관련 업무가 적합하다.

●잡코리아 리쿠르팅팀 김은정 컨설턴트=잡코리아 설문 조사 결과 남성 응답자들이 김주원을 상사로(38.8%), 또 동료 또는 부하직원으로(37.9%) 함께 일해보고 싶은 사람 1위로 각각 뽑은 것에는 '성격 좋고 일 못하는 상사보다 성격 나빠도 일 잘하는 상사가 낫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담겨 있다.

김주원의 단점은 같은 설문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이 그를 상사로(25.9%), 또 동료 또는 부하직원으로(25.3%) 일해보고 싶은 인물 꼴찌로 공히 뽑은 데서 찾아 볼 수 있다. 독설이나 모욕을 참지 못하고, 업무적 마찰을 개인적 공격으로 여기는 여성들과 그가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성은 묵묵히 뒤에서 밀어주는 임종수(40.6%)를 최고의 상사로, 분위기 메이커인 오스카(45.2%)를 최고의 동료 또는 부하직원으로 꼽았다. <표2 참조>
직무적으로 김주원은 계열사가 많은 그룹 내 전략기획 파트 또는 금융업계에 적합해 보인다.




●서울외대 스카우트 윤양희 헤드헌터=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는 부하직원을 코너에 몰고 갈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최선의 결과를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회의 장면을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최종 의사 결정은 결국 자기 스스로 내려버린다는 점이 소통에 방해 요소가 된다고 여겨진다. 애티튜드보다 능력을 보는 외국계 컨설팅펌, 신규사업개발팀 등에 어울린다.

▶② 편에서 계속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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