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바둑 女단체전… 억지 부린 北, 결국 웃은 南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슬아 경기 北시간패 판정…“계시기 고장” 대국재개 1승한국, 합계선 2승1패로 승리

생떼 쓰는 북한 코치 24일 바둑 여자 단체전 한국-북한의 경기가 열린 중국 광저우 기원에서 이슬아(앞줄 오른쪽)와 맞붙은 북한의 김유미(앞줄왼쪽)에게 시간초과 패배가 선언되자 북한 코치(뒷줄 가운데)가 “계시기가 고장났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생떼 쓰는 북한 코치 24일 바둑 여자 단체전 한국-북한의 경기가 열린 중국 광저우 기원에서 이슬아(앞줄 오른쪽)와 맞붙은 북한의 김유미(앞줄왼쪽)에게 시간초과 패배가 선언되자 북한 코치(뒷줄 가운데)가 “계시기가 고장났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광저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북한은 억지를 부렸다. 이미 끝난 상황을 놓고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주장을 관철시켰다. 아시아경기 첫 바둑 금메달(혼성복식)의 주인공 이슬아가 양보를 했다.

24일 바둑 여자 단체전이 열린 광저우 기원. 전날 일본에 2승 1패로 이긴 한국은 북한과 만났다. 여자 단체전은 3명이 출전하며 동시에 대국해 2승 이상을 거두면 이긴다. 한국은 이민진, 조혜연, 이슬아가 출전했다.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경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해프닝은 승부가 가려질 무렵인 낮 12시 30분쯤 시작됐다. 이슬아의 상대인 북한 김유미에게 시간패가 선언되면서부터였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슬아의 승리로 깔끔하게 끝날 상황. 그러나 북한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심판에게 몰려와 항의를 했다. 계시기가 9초를 알릴 때 돌을 놨다는 것이었다. 초읽기에 몰리면 상대는 정해진 시간(보통 30초) 안에 둬야 한다. 10초를 남겨놓고는 계시기가 하나, 둘, 셋… 하며 이를 알려준다. 북한은 9초에 눌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시기가 고장이 났다”며 항의를 했다. 그러나 계시기는 멀쩡했다.

선수 옆에 있던 심판들이 논의를 위해 자리를 뜨자 이슬아와 김유미도 슬그머니 일어나 옆에 놓인 의자로 자리를 옮겼다. 북한 관계자들은 이민진과 조혜연이 경기를 벌이고 있는 곳에 가서도 무언가를 항의했다. 30여 분에 걸친 소란이 끝나고 이슬아와 김유미는 대국을 재개했다. 오후 1시 44분. 김유미가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지켜보던 본보 사진기자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 김유미는 “제가 이겼습니다”라고 짧게 얘기한 뒤 사라졌다. 이슬아는 잠시 뒤 양재호 총감독과 함께 경기장을 나왔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평소라면 가차 없이 시간패지만 중국기원이 심각한 남북 상황을 고려한 것 같다. 이슬아가 양보 차원에서 대국 재개를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이슬아는 승리를 양보했지만 한국은 이민진, 조혜연이 무난히 이기고 합계 2승 1패로 북한을 꺾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