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부, 17주 낙태여부 온라인 투표 실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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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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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부부는 주법에 따라 낙태가 가능한 임신 20주차까지 낙태찬반 온라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놀드 부부는 주법에 따라 낙태가 가능한 임신 20주차까지 낙태찬반 온라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미네아폴리스 주에 사는 서른 살 동갑내기 부부가 임신 17주차에 접어든 태아의 낙태 여부를 온라인 투표에 부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부는 최근 블로그 'birthornot.com'을 개설하고 건강한 상태의 태아 초음파 사진과 태명 '꿈틀이(Wiggles)'를 공개했다. 부인 알리시아 아놀드 씨는 블로그를 통해 "엄마로서의 역할과 일을 완벽하게 병행할 자신이 없고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에 빠질까 두렵다"면서 "이로 인해 가정을 가진 것 자체를 후회하고 집 안에 눌러 앉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딜레마를 풀기 위해 미국식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국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블로거들에게 "당신의 투표가 우리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놀드 부부가 블로그에 올린 임신 16주차 때의 태아 초음파 사진. 이들은 \'심장도 뛰고 바깥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아기의 뱃속 성장 모습을 소개했다.(사진출처=birthornot.com)
아놀드 부부가 블로그에 올린 임신 16주차 때의 태아 초음파 사진. 이들은 \'심장도 뛰고 바깥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아기의 뱃속 성장 모습을 소개했다.(사진출처=birthornot.com)
이들은 임신 20주차 전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주 법에 따라 다음달 7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투표에는 19일 오전 11시 현재 약 3만6000명이 참가했다. 이중 79.64%가 출산을, 20.36%가 낙태를 지지하고 있다.

결혼 9년차인 이 부부는 모두 정보통신(IT)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지난 10개월 간 두 번이나 유산했다. 남편 피트 아놀드 씨는 "아기를 갖기를 오랫동안 미뤄와서인지 아예 아기를 갖고 싶은 욕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됐다"며 임신 17주차에 접어든 아들의 낙태 여부를 온라인 찬반투표에 부쳐 비난을 받고 있는 아놀드 부부.(사진 출처=데일리 메일)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됐다"며 임신 17주차에 접어든 아들의 낙태 여부를 온라인 찬반투표에 부쳐 비난을 받고 있는 아놀드 부부.(사진 출처=데일리 메일)
이 부부의 행동이 일종의 쇼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한 유명 블로거는 아기의 태명인 '위글즈(Wiggles)'에는 거짓말 탐지기라는 뜻도 들어있는 점을 근거로 낙태 찬성론자들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부의 페이스북을 조사한 결과 평소 공화당지지 성향이 강했다는 점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국의 '폭스나인뉴스'는 19일 아놀드 부부가 이러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낙태 문제에 관한한 여성의 결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낙태찬반 투표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 단체와 전 세계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 또한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인권관련 입법추진협회 메리 스파우딩 발치 디렉터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부부의 행동을 보면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광란의 군중들에게 사람을 살릴지 죽일지 묻는 끔찍한 장면이 떠오른다"며 "인명 경시 풍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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