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증거인멸때 靑서 준 대포폰 사용… 檢 해명 석연찮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7월부터 두 달여 동안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왔으나 모두 파괴돼 복구가 불가능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 파괴를 의뢰한 사람을 역추적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장모 씨가 장본인임을 알아냈다. 그 과정에서 장 씨가 대포폰으로 이 업체와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장 씨를 불러 추궁한 결과 이 대포폰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최모 행정관이 건네준 것이었다. 또 대포폰은 모 KT대리점 업주 가족 명의로 개설된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행정관을 검찰청으로 소환하지 않고 외부에서 6시간가량 간단히 조사한 뒤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는지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9월 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대포폰의 존재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1심 공판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검찰이 이를 재판부에 제출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청와대 행정관이 비밀통화를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포폰 5대를 준 사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고 폭로하면서 대포폰의 존재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대포폰이 ‘비선(秘線)보고용’이 아니었냐는 점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업무적으로 관련이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도 아닌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포폰을 건넸다는 점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배후로 지목됐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