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부산국제영화제에 2PM ‘택연’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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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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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오샤오입니다."

큰 키에 가지런한 눈썹, 가느다랗고 긴 눈, 하얀 이, 서글서글한 인상의 청년이 웃으며 다가왔다.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 감독(張藝謀·59)이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개막작으로 선보인 '산사나무 아래'의 남자 주인공 라오산 역의 두오샤오(竇驍·22)였다.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 저우동위(앞)와 두오샤오(뒤)가 중국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연기했다.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 저우동위(앞)와 두오샤오(뒤)가 중국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연기했다.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 중국 배우는 놀랍게도 한국 인기그룹 '2PM'의 멤버 택연(옥택연·22)을 많이 닮았다. 영화제를 찾은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 그는 '중국 택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키 185cm, 몸무게 76kg인 택연과 182cm, 72kg인 두오샤오는 체격도 비슷하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비슷했다.

한국의 가수 겸 배우, 택연과 닮았다고 하자, 그는 "도대체 택연이 누구냐?"며 궁금해했다.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전 들른 미용실에서도 그는 택연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곁에 있던 영화제 스태프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택연의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다. 폰을 받아든 두오샤오는 "헉!"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와! 진짜 닮았어요. 잃어버린 형제 아냐? (웃음) 이 친구 몇 살이에요? 신기하다."

중국 인형처럼 머리를 땋은 저우동위(周冬雨·18)도 쪼르르 달려와 택연 사진을 보여 달라고 졸랐다. 저우동위는 '산사나무 아래'에서 그와 순수한 사랑을 엮어가는 징치우를 연기했다.

호기심에 있어선 '거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 한참 사진을 돌려본 후 뒤늦게 '이 사건'을 알게 된 장이머우 감독은 "택연이라는 친구 어떻게 생겼니? 사진 있어?"라고 물었고, 주변 스태프들은 "찾으실 것도 없어요. 딱 얘 얼굴이에요!"라고 했다.

▶'산사나무 아래' 장이머우 감독을 만난 건 "행운"
중국 소설가 아미(艾米)의 원작소설 \'산사나무의 사랑\'을 각색한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중국 소설가 아미(艾米)의 원작소설 \'산사나무의 사랑\'을 각색한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중국 시안(西安) 태생인 두오샤오는 10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북경어와 광둥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가라테 무술에도 능한 그는 밴쿠버에서 열린 한 연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전문적인 연기 수업을 받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왔고, 북경전영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연극, TV, 광고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을 쌓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사나무 아래'는 두오샤오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영화는 중국의 1960년대 후반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청춘남녀가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줄 아는 징치우나 사랑하기에 징치우의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하는 라오산 모습은 순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캐나다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1960년대 중국 청년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영화 준비하면서 개인적인 자료를 수집한 게 많고, 감독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지금 사람의 연애 방식과 달라 감독님의 조언에 따랐어요. 예를 들면 라오산이 징치우에게 사탕을 주는 장면에서 징치우가 손을 안 닿으려 해서 조심스럽게 들려주는데 요즘 사람들은 안 그러잖아요? 그런 디테일한 지도를 많이 받았어요."

옆에 있던 장이머우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자전거 뒤에 타고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신인배우 두오샤오는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당 간부의 아들 라오산을 연기했다.
신인배우 두오샤오는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당 간부의 아들 라오산을 연기했다.
화 촬영 6개월 전에 중국의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여자 출연자가 "남편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돈"이라며 "BMW를 타고 울더라도 자전거 뒤에 타고 싶지는 않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고. 장이머우 감독은 실화를 토대로 한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특유의 화려한 색이나 미장센을 자제하고 자연스러운 화면을 택했다.

주연 배우를 캐스팅할 때도 '백지장과 같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기준으로 삼았다. 두오샤오와 저우동위 두 배우는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7000명 중에서 뽑혀 이번 영화에 남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데뷔작을 거장 장이머우 감독과 함께했는데, 신인으로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요?

"두 가지를 배웠어요. 자신의 직업에 존경심을 가져라. 예전에는 학생이다 보니 그 정도의 마음가짐은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은 '슈퍼맨'입니다. 저녁도 안 드시고 밤샘 촬영을 해요. 현장에서 촬영은 물론 편집까지 다 해냅니다. 나도 열심히 해서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만물박사'라서 모르는 게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인간으로서 도리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야겠다는 걸 배웠어요."

▶호텔 현관 신발을 손수 정리하는 '친절 맨'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산사나무 아래'의 주연배우 두오샤오(좌)와 저우동위.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산사나무 아래'의 주연배우 두오샤오(좌)와 저우동위.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영화를 찍으면서 저우동위 씨와 서로 많이 친해졌나요?

"되게 친해요."(두오샤오)
"두오샤오는 평소 주위 사람에게 친절한 훌륭한 연기자예요. 나이도 저보다 4살 많아 오빠처럼 잘 챙겨줘요."(저우동위)
"동위는 한마디로 완벽해요. 사적으로 굉장히 친하고, 이 친구를 높게 보는 건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해서예요."(두오샤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두오샤오도 마찬가지예요."(저우동위)

저우동위가 칭찬한 두오샤오의 친절은 빈말이 아니었다. 한 스태프는 그가 매번 호텔 현관의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매너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 모두 차기작으로 정해진 게 있나요?

"매니저를 통해서 시나리오 몇 개를 받아 보고 있는데 아직 내용이 확정된 것은 없어요."(두오샤오)
"영화에 집중하려고 학업을 뒤로 미뤘기 때문에 일단 대학 진학을 하려고 해요."(저우동위)

인터뷰 내내 인자한 '아빠 미소'를 지으며 어린 배우들을 지켜보던 장이머우 감독은 두 사람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중국 속담 중에 선생이 시작을 주고 그 뒤는 제자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시작을 줬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두 사람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궁리나 장쯔이 같은 배우가 국제적인 스타가 된 이유는 본인의 노력 때문이죠. 좋은 기회를 지속적으로 살린다면 그들보다 더 큰 스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부산=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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