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웰컴 투 더 ‘2NE1 월드’…케이 팝 전인미답 개척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19:03수정 2010-09-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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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밖으로 탈출한 사자"…자신감 넘치는 스타일로 청소년들의 워너비
● 각종 음악차트 '올 킬' 내년에는 힙합의 본고장 미국 진출

현재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화두는 '2NE1(투애니원)'이다.

데뷔한지 1년 5개월 남짓된 이들은 10대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첨단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비슷비슷한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 독특한 개성을 앞세워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해 나간 점이 인상적이다. 걸그룹이면서도 걸그룹의 한계를 뛰어넘은 모양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CL(씨엘, 19), 깨방정 산다라(26), 버클리 유학파 박봄(26) 그리고 엣지 넘치는 파워댄스의 막내 민지(16)로 이뤄진 투애니원은 9월9일 발표한 정규 1집 앨범 'To Anyone'으로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마저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의 대성공이다. 사상최초로 한 앨범에서 트리플 타이틀(박수쳐, Go away' 'Can't Nobody)을 내세웠음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음원차트 1~3위를 장악한 것도 모자라 다른 앨범 수록곡까지 전체가 차트 10위권에 포진한 것은 분명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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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팬들로부터 "멋지다"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유일한 결그룹 2NE1. 이들의 1집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스포츠동아)


■앨범 판매 선주문만 10만장…영화 제작비가 투입된 뮤직비디오

'데뷔 1년 반'만에 늑장 1집을 발표한 투애니원이 세운 기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개 3일 만에 싸이월드 엠넷 도시락 벅스 등 각종 온라인 차트 정상을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앨범 선주문만 10만장에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에서 타이틀 3곡을 모두 소화했다. 그리고 영화제작비에 버금가는 돈을 털어 넣어 3곡의 뮤직 비디오를 선제작했다.

여기에 추가할 기록이 하나 더 생겼다.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다. 전 세계의 모든 뮤지션들은 이제 유튜브를 통해 신곡의 인기를 검증받는다. 투애니원의 타이틀 3곡은 공개 3일 만에 50만 뷰를 넘어서더니 일주일 만에 모두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들의 새 뮤직비디오에 환호하는 댓글만 수천 개가 달렸다. 해외시장의 반응이 더 뜨거운 것이다.

투애니원이 내세운 음악장르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힙합(Hip-pop)이다. 한국시장에서는 여전히 생경하고 비주류인 장르이지만, 오히려 이를 내세워 여느 걸그룹과는 달리 한국시장을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연스럽게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멤버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인 윌아이엠과 음반작업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투애니원과 윌아이엠이 LA와 런던 등에서 총 세 차례 3주간의 작업을 통해 10곡의 녹음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윌아이엠의 반응도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쯤이면 미국에서 맹활약 하는 케이 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걸그룹을 넘어선 걸그룹. 투애니원의 성공은 양현석 YG대표의 엄정함이 밑바탕이 됐다. 사진제공ㅣYG엔터테인먼트


■섹시함만 추구했던 걸그룹의 뻔한 이미지 뛰어넘어

"멋있고 당당한 여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리더 씨엘)

사실 케이 팝의 주력부대인 걸그룹의 급부상 이면에는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롤리타 신드롬'이 깔려있다.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만 해도 데뷔 초기에는 풋풋한 소녀들의 일상을 그려냈지만, 멤버 전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주저 없이 성인취항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일본의 공중파 TV마저도 소녀시대 멤버들의 노출된 다리에 초점을 맞춰 '미각(美脚, 예쁜다리) 그룹'으로 보도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걸그룹은 예쁘고 섹시한 매력을 뽐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후크송'에 머물 뿐이지 음악성을 평가 받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투애니원은 섹시미를 앞세우지 않는다. 짙은 스모키 화장, 공격적인 패션, 파워풀한 댄스…, 오히려 강인한 여성상을 내세워 남성 팬들로부터 "좀 무섭다"는 반응까지 얻을 정도다.

그러나 투애니원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리듬과 비트가 힙합을 강조하며 미국하위문화가 갖고 있는 '자유분방함'을 한국적으로 소화한 것도 인상적이지만 여기에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패션과 언행으로 유행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의 시선을 한눈에 휘어잡아 버렸다. 뚜렷하게 예쁘거나 섹시하지 않으며,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당당함으로 수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신인답지 않은 무대 카리스마와 녹록치 않은 음악성도 인기 상승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평균나이 22살에 불과한 4명의 멤버가 보여주는 무대 장악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무대에 마치 4마리의 표범을 풀어 놓은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은 남성의 힘을 뛰어넘는 '알파걸 신드롬'의 표상처럼 보인다. 이들의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팬들의 평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다.

1990년대 최고의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음반 기획자가 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투애니원에 관련된 총괄기획… 양현석 대표의 집요함


"더욱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은 '꼭 성공 한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양현석 대표)

정규1집 속에는 '고 어웨이(Go away)'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박수쳐' 세곡의 메인타이틀 곡을 중심으로 모두 12곡이 담겨 있다. 그런데 '캔트 노바디' 영어버전과 1년 전 데뷔 때 발표했던 'Please don't go'와 'You & I' 등을 제외하면 멤버 전원이 참여한 신곡은 단 세 곡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빅뱅은 물론이고 투애니원 성공의 1등공신은 누구보다 철저한 음악성과 작품성을 기치로 내건 앙현석(40) 대표다. 양 대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이후에는 다양한 신인 뮤지션의 프로듀서를 도맡으면서 수차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스스로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왔다.

무엇보다 "수준 이하의 노래는 아예 발표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음악철학을 앞세운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데뷔 1년 반이나 지난 그룹에서 이제야 정규1집 앨범이 나왔다는 점이나 단 10여곡과 6개의 뮤직비디오 숫자만으로 정상급 뮤지션 대우를 받게 된 투애니원의 급부상은 두고두고 케이팝계의 대표적 성공 전략으로 회자될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투애니원의 뮤직비디오는 아예 사전 제작돼 한번에 공개됐다. 대부분 음반기획사들이 먼저 앨범을 발표하고 차근차근 뮤직비디오를 제작 공개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 셈이다.

그리고 철저한 공연(무대)중심의 활동도 빼어 놓을 수 없다. 말이 쉬워 '트리플 타이틀'이지 이는 웬만한 훈련과 기획사의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공연관계자들은 "사실 한 그룹이 3곡의 메인타이틀곡을 준비해 단 한번에 공개한다는 전략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노래 한곡을 구성하는 요소(노래, 안무, 패션, 체력 등)가 적지 않지만 양 대표는 투애니원 멤버들에게 이들 모두를 준비시켜 복귀무대에서 완벽함을 보여줬다.

지난 14일 멤버 박 봄이 공연 직후 탈진해 쓰러진 사건을 놓고 양 대표의 완벽주의가 불러온 사고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이는 그만큼 음악성과 상품성에 오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YG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YG엔터테인먼트는 불필요한 홍보나 마케팅에 치중하지 않고 철저하게 음악 팬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인다는 장점도 갖게 됐다.

대중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투애니원은 케이 팝이아직까지 밟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걸고 있는 첨단 뮤지션"이라며 "케이팝이 안고 있는 한계, 즉 소녀취향과 서구시장 적응력에 대한 답을 내어 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소녀시대'나 '카라' 등 완벽한 상업적인 걸그룹이 케이팝의 중흥을 이끌었다면, 투애니원은 음악을 좋아하는 전 세계 한류팬들에게 그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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